혼자라고 얕보지 마라, 나는 꿈 많은 사장님
  • 조현주 기자·이혜리 인턴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11.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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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 30만개 넘어서…무자본·무점포·무직원 창업 붐

혼자서 기업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1인 기업 현황과 운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1인 기업 수는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20만3000개에서 2010년에는 23만5000개, 2011년에는 26만2000개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29만6137개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는 2550만명. 이 가운데 1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5년에는 1인 기업 수가 40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1월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 작업실에서 만난 정철 스튜디오 아작 대표. ⓒ 시사저널 임준선
1인 기업의 급격한 증가는 창업을 선호하는 추세와 지식 서비스 분야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1인 기업 업종 분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인 기업 가운데 지식 기반 서비스업이 54.2%로 제조업(45.8%)에 비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1인 기업인 중 고졸 이하가 높은 비중(49.9%)을 차지했는데 1인 기업 중 학력보다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업종이 많은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1인 기업은 무자본·무점포·무직원으로 창업할 수 있어 ‘3무(無) 창업’으로 불린다. 물론 꼭 있어야 할 것도 있다. 1인 기업은 혼자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일이라서 자신의 지적 자산을 쌓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잘나가는 1인 기업가로 꼽히는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박사, 세계화전략연구소의 이영권 박사, 여러가지문제연구소의 김정운 교수 등은 모두 독특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살린 지적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홀로 기업하기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시사저널>이 만난 ‘열혈’ 1인 기업인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도전을 즐기는 승부사 4인을 만나 1인 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정철 스튜디오 아작 대표

“1인 기업 대표 되니 새로운 길 보였다”

정철 대표(40)는 30여 개 이상의 애니메이션과 웹툰을 제작·출판한 인기 있는 중견 웹툰 작가다. 그는 만화가들의 권리 수호를 위해 <만화가를 위한 저작권 지침서>(2012년)란 만화를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웹툰 심의 반대 단편만화 <선>(2012년)을 발표하는 등 사회 활동에 앞장서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1인 기업 대표로 변신한 건 2010년. 정 대표는 <현산 아라리>(2010년)라는 작품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시기 서울시청은 그의 콘텐츠를 인정해 작품 제작을 의뢰했다. 저소득층 소년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풀어낸 <꿈, 날개를 달다>라는 웹툰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작가에서 1인 기업 대표로 변신하게 된다.

그는 “서울시와 작품 계약을 맺고 사업 수주를 하는 데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인 기업의 대표가 된 셈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작가와는 다른 새로운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개인 작가로 활동할 당시에는 매니지먼트사나 기획사와 원고 계약을 맺곤 했는데, 상업성 있는 작품만 우대받았다고 한다. 정 대표는 “당시엔 창작자임에도 어딘가에 종속돼 자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후 적극적으로 지원 공모나 제작 지원 사업에 참여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인 기업 대표로 변신한 후 나온 작품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본초비담>(2011~)이다. 약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본초비담>은 올해 유수의 출판사들을 제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외 글로벌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대상작에 선정됐다.

올해 정 대표는 출판 사업에도 새롭게 도전한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7000만원 상당의 제작 및 해외 출판 지원을 받아 출판 사업에 나서고, 내년 2월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정 대표는 “기존의 상업적 잣대로만 작품을 평가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좋은 작품을 하는 친구(만화가)들에게 출판할 기회를 주고, 생계가 힘든 친구들에겐 연재 지원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재희 제이코프 대표(위, ⓒ 안재희 제공). 조은석 이스톤 일렉트로닉스 대표(아래, ⓒ 시사저널 임준선).
안재희 제이코프 대표

“중학교 때부터 ‘사장님’ 되고 싶었다”

2011년 설립된 제이코프의 회사명은 ‘멋쟁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인 ‘멋재이’에서 나왔다. 덧붙이자면, 제이코프는 각 분야의 제이(멋쟁이)들이 모인 회사라는 뜻이다. 제이코프의 안재희 대표(35)에게 ‘멋쟁이’는 ‘도전하는 사람’과 같은 말이다.

안 대표가 1인 기업 대표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사장이 되고 싶었다. 24세 때 장사를 시작해 사장님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과 네트워크 서버 관련 사업을 병행했는데 이때의 경험으로 IT 사업 기반을 쌓게 됐다.

그가 창업에 나서게 된 것은 그리 길지 않은 회사 생활에서 겪은 경험 때문이다. 그는 “제이코프를 창업하기 전에 들어갔던 회사에 온라인 베이스가 아무것도 없었다”며 “내가 앞장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해 2년 만에 회사 매출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한 후 회사 측에 신사업 투자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때 직접 창업해 그동안 키워온 사업적 구상을 펼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제이코프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과 캐릭터 개발에 주력하는 제이코프는 설립된 지 1년 만에 30여개에 이르는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했다. 대표적 앱인 ‘힐링타임-감성과 휴식’과, 또 다른 앱인 ‘액받이 무녀’는 애플 앱스토어 무료 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성공론 핵심은 ‘도전’이다. 도전을 거듭했기 때문인지 회사 규모는 날로 커졌다. 혼자 세운 회사이지만 설립 후 2년이 지난 2013년 연매출 3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정부 지원으로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1년 정도다. 그 이후엔 자신의 힘으로 대기업들과 맞붙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도전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석 이스톤 일렉트로닉스 대표

“나보다 내비게이션 잘 아는 사람 나와봐”

“이 분야에서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이스톤 일렉트로닉스 조은석 대표(44)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이스톤 일렉트로닉스는 모바일 TV 신호를 받기 위한 수신 칩과 영상 신호를 재생하기 위한 중앙처리장치(CPU)를 연동시키는 소프트웨어 드라이버를 개발하는 1인 회사다. 2005년 한국에 내비게이션이 상용화될 시점부터 줄곧 이 분야에서 일했다. 2009년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자칭 타칭 ‘내비게이션 박사’인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사업 초기부터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돈을 절약하려고 홍콩에 물류 회사를 세워 국내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과 우리나라 법률의 차이 때문에 여러 번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반 회사를 다닐 땐 팀별로 나눠서 하던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회사를 다닐 땐 팀별로 맡은 일만 잘 해내면 됐는데 1인 기업을 하게 되니 마케팅·회계 등등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회사를 다니던 시절 쌓아놓은 인맥을 적극 활용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갔다. “회사 다닐 때의 고객사와 지금 고객이 같다. 당시 신뢰를 잘 쌓아 놓은 것이 지금의 자산이 됐다.” 이스톤 일렉트로닉스는 올해 매출 14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창업을 적극 추천한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제품 개발을 통해 더 큰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윗선의 결정으로 좌절된 적이 있다”며 조직에서 개인이 주도적이고 도전적으로 일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1인 기업을 창업한 후 내가 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도전해볼 수 있게 됐다”며 “자신 있는 분야라면 도전해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양지영 조앤 대표. ⓒ 양지영 제공
양지영 조앤 대표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디자인해드려요”

“2001년에 딱 10년 후 CEO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10년 후 꿈을 이뤘다.”

웹 개발회사인 조앤의 양지영 대표(42)의 꿈을 위한 인생 시계는 2001년 시작된다. 2011년 8월 조앤을 세우기까지 양 대표는 창업가로의 변신을 위해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벤처기업에서 3년 6개월간 일하면서 창업 기반을 닦았다. 창업 직전엔 웹 개발 프리랜서로 9년간 일했다. “정부 기관 사이트, 교육기관 사이트 등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서 해볼 수 있는 기관이란 기관에선 다 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프리랜서 웹 개발자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1인 기업 대표로 일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창업 직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의 정보를 잘 수집한 데 있다”고 말했다. 조앤 설립 직후 ‘청년전용창업자금 정책자금’에 지원해 저리로 자금을 지원받았다. 2011년엔 대전 1인 창조기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사무 공간과 창업 관련 교육을 제공받았다. 스마트 콘텐츠 기업 성장 거점 구축 시범사업에 대전 스마트콘텐츠센터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아 사업에 활용한 것이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웹 접근성’ 문제다. 그는 “웹 디자인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나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디자인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 시행된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따라 올해 4월부터 모든 법인은 장애인들이 웹에 접근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웹을 디자인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 대표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웹 사이트 서비스를 다양한 기업에 저렴하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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