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날것의 남자가 폭발한다
  • 이은선│<매거진 M> 기자 ()
  • 승인 2013.11.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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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2>에서 성훈 역 맡은 배우 김우빈

김우빈의 외모는 독보적이다. 빼어난 미남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표현이 적확한지 얼마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20대 남자 배우들에게 으레 요구되는 해사함도 없고, 그렇다고 전형적인 꽃미남도 아닌 그에게는 확실히 새로운 수식어가 필요해 보인다. 185cm를 훌쩍 넘는 큰 키와 유난히 긴 팔다리, 칼로 깎아놓은 듯 예리한 눈매,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지닌 김우빈에게서는 살벌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김우빈의 외모가 희소가치를 지녔다는 점이다. ‘카리스마 있다’ 정도의 표현으로는 어림도 없는 날것의 거친 에너지가 그에게는 있다.

그 특유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김우빈을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어왔다. 연기 데뷔작이었던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화이트 크리스마스>(2011년, KBS2)에서 그야말로 지구인이 아닌 듯한 캐릭터로 등장한 것이 시작이다. 머리카락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온갖 기괴한 행동을 일삼아서 ‘미친 미르’로 불리는 인물.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든 강렬함이 깃든 김우빈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캐릭터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년, SBS)과 <학교 2013>(2013년, KBS2)까지 김우빈은 교내 최고의 반항아, ‘전설의 일진’과 같은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이 모든 것이 김우빈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는 과정이었다면, <친구2>는 그 영역 안에서 최대치를 선보여야 하는 시험대 같은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이 <친구>(2001년)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 <친구2>에서, 김우빈은 시리즈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최대치 선보여야 하는 시험대 같은 작품

그가 연기하는 성훈은 17년간 교도소에 있다가 출소한 준석(유오성)의 눈에 들어 그의 조직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인물이다. 둘은 함께 손을 잡고 부산 지역을 접수하려 한다. 동시에 성훈은 전편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동수(장동건)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점에서 극의 파란을 예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곽경택 감독은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미남 배우들과는 달리 새로운 느낌을 주는 얼굴, 목소리와 눈빛 등에 매료됐다”고 김우빈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또 독특한 외모 덕분이었다는 셈인데, 영화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증명된다. 일단 김우빈은 첫 등장부터 압도적이다. 성훈이 패거리를 이끌고 상대 폭력배 집단 구역에 쳐들어가는 신에서, 김우빈은 공중에서 몸을 날리고는 상대방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액션의 서막을 연다. 어둠 속에서 분노에 차 희번덕거리는 눈빛은 마치 짐승의 것을 보는 듯하다. 이후에도 김우빈은 극 중에서 이미 전편에 등장했던 익숙한 배우들 사이에 안정감 있게 녹아들면서도, 동시에 전편에는 없던 기묘한 활력을 만들어낸다.

김우빈은 <친구2>와 성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존에 반항아 역할을 자주 맡았는데 매번 조금씩 아쉬움이 남곤 했다. 이번 영화에서야말로 아쉬움 없이 다 풀어냈다. 지금까지 했던 반항아 연기의 ‘끝판왕’이 아닌가 한다.”

과연 김우빈의 말대로다. 그의 연기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성훈이라는 인물을 관객이 두려워하고, 한편으로는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성훈이 왜 그렇게 거칠고 막무가내인 20대로 성장했는지, 왜 준석의 요구에는 순응하는지, 그의 폭력적인 성향은 왜 좀체 제어가 되지 않는지 극이 흐를수록 차례로 납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술에 취한 성훈이 준석에게 “어른 남자가 내 편 들어준 게, 그때가 처음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성훈은 어떻게든 피하고만 싶은 인물에서 등이라도 한번 쓸어주고픈 인물이 된다. 물론 납득할 수 있는 캐릭터란 시나리오에서 이미 탄생되는 것이지만, 거기에 생생하게 숨을 불어넣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몫이다. <친구>가 장동건을 다시 보게 만든 영화였다면, <친구2>는 김우빈을 발견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자 배우들과 호흡 맞출 때 돋보였다

그동안 김우빈이 쌓은 필모그래피를 보면 재미있는 특징 하나가 더 발견된다. 그는 늘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때 더욱 돋보였다. 단막극에서는 물론이고, 또래 배우 이종석과 자웅을 겨뤘던 <학교 2013>에서 특히 최고의 시너지가 발휘됐다. 그러니 주먹 하나에 죽고 사는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인 <친구2>는 김우빈에게 최고의 무대인 셈이다. 그간의 작품에서는 주로 또래 연기자들과 어울렸지만, 기성 연기자들과 견줘도 확연히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 이 영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물론 늘 엇비슷한 역할만 소화해온 탓에 이미지가 고정될 우려도 있다. 선이 굵고 독특한 외모 때문에 아직까지는 일상적인 표정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작은 한계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상속자들>(SBS)에서도 ‘상처를 품은 재벌 2세’ 역할로 반항아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고수 중이다.

그러나 김우빈의 현재는 한 방향으로 소비된다기보다, 영리하게 자신만의 색을 찾는 과정에 더 가깝게 닿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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