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부진·SK 최재원 “장사 잘했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12.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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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 5년간 매출 성장률 233%로 1위

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는 매출액 증가율이다. 시사저널은 이번 조사에서 2년 이상 재임한 CEO가 있는 500대 기업의 지난 5년간 매출액 성장률을 따져봤다. 그 결과 SK E&S의 성장률이 가장 좋았다. 다만 비교적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의 성장률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대기업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미 10조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큰 기업은 매출이 늘더라도 성장률 수치가 작게 나온다. 그래선지 삼성·현대차·LG 등 빅5에 꼽히는 재벌그룹 주력 계열사는 이 순위에서 하위권에 처져 있다. 대신 지난 5년간 매출액 증가율 상위권에 포진한 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나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대기업이다.

SK그룹 계열사로 LNG 관련 사업을 하는 SK E&S는 최근 발전 사업에도 진출하며 몸집을 크게 키웠다. 덕분에 지난 5년간 매출액 성장률이 233%로 500대 기업 중 매출 성장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오너이자 CEO인 최재원 부회장이 최근 몇 년간 재판과 구속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기록이라 눈길을 끈다.

한진해운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은영 회장과 최근 사임한 김영민 사장은 2009년 한진해운이 지주사 체제로 분할된 이후 매출액 증가에는 성공했지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빛이 바랜 경우다.

재벌그룹 계열사의 5년 평균 성장률도 관심을 끈다. 이미 국내 그룹은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과 그 밖의 그룹 간 간격이 크게 벌어진 상태다. 하지만 10위권 안팎의 그룹 중 매출액 성장률이 두드러진 계열사를 많이 보유한 기업의 경우 10년 후 재계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는 향후 그룹의 간판 CEO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종구 파트론 대표, 박홍석 모뉴엘 대표, 최재원 SK E&S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 시사저널 포토
삼성에서 매출 성장률 1위는 ‘호텔신라’

삼성그룹에서 지난 5년간 매출액 성장률 1위를 기록한 CEO는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다. 호텔신라는 지난 5년간 23%의 매출액 성장률을 나타냈다. 2위는 최근 물러난 삼성SDS의 고순동 사장으로 1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 계열사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HMC투자증권·현대엠코·이노션 등 새로 설립하거나 인수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20% 이상의 매출액 성장률을 보인 계열사만 9곳이나 된다. 이 중에는 현대모비스처럼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 대형 계열사도 있다.

SK그룹은 SK E&S의 예에서 보듯 가스·에너지 사업 쪽에서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SK E&S가 성장률 1위, 최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최창원 부회장이 관할하는 SK케미칼이 성장률 45%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SK건설 등을 맡고 있다. 한편 최근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 분야의 SK하이닉스가 계속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3위권에서 얼마나 더 치고 올라갈지 주목된다. SK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통신 사업 분야 주력인 SK텔레콤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LG그룹은 LG유플러스·LG생활건강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은 경영을 맡고 있는 LG생활건강(19%)과 코카콜라음료(12%)의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려 LG그룹의 간판 경영자임을 확인시켰다.

롯데그룹은 5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만큼이나 매출액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20%가 넘게 고속 성장을 한 계열사가 코리아세븐·롯데케미칼·롯데쇼핑 등 5개사에 달했다. 소진세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는 코리아세븐은 매출액 성장률 73%를 기록해 그룹 내 ‘성장왕’에 올랐다. 오너인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3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솜씨를 보였다.

중견 그룹에서는 CJ그룹과 LS그룹 오너 경영인의 성과가 눈에 띈다. CJ는 그룹의 주력인 식음료·방송·유통에서 모두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오너인 이재현 회장과 손경식 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CJ제일제당이 68%의 성장률을 보인 것도 오너 경영인 중에는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LS그룹에서는 오너인 구자열 LS엠트론 회장(59%)과 구자용 E1 회장(22%),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21%)이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소기업 성장률 눈부시다  


성장률 지표에서 눈여겨볼 분야는 재벌그룹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 또는 전문 기업 범주에 드는 기업이다. 중소기업인 휴맥스(114%)·모뉴엘(89%)·파트론(66%)은 모두 성장률 톱20에 들어갔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1989년 휴맥스의 전신인 건인시스템을 세워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일군 벤처 1세대 기업인이다. 1998년 사명을 변경한 휴맥스는 디지털 셋톱박스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방송 단말기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2009년부터는 차량용 멀티미디어 시장을 겨냥해 자동차 전기장비 업체인 휴맥스오토모티브를 인수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변대규 대표는 “자동차 전자장치는 길게 보면 셋톱박스보다 훨씬 더 큰 산업”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낼 것을 예고했다.

박홍석 모뉴엘  대표=모뉴엘의 박홍석 대표는 삼성전자 북미영업총괄 이사를 지낸 샐러리맨 출신이다. “TV 두께 줄이기 경쟁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환경에 회의를 느껴 회사를 관뒀다”는 그는 2007년 모뉴엘을 인수했다. 창업 초기 컴퓨터용 제품에서 출발한 모뉴엘은 2011년 ‘통큰 TV’로 얼굴을 알린 뒤 대기업 제품보다 싸고 디자인이 뛰어난 가전제품과 로봇청소기 등을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도 참여해 최우수 혁신상을 수상했다.

2007년 24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250억원을 기록했다. 모뉴엘은 국내에 반값 TV로 잘 알려졌지만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수출 주력품은 ‘홈시어터 PC(HTPC)’라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그 외에도 70인치 풀HD TV,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애플처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을 쓰고 있다. 가벼운 몸집과 빠른 기획력, 기술력으로 전통 가전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포부다.

김종구 파트론 대표=파트론은 2003년 김종구 대표가 설립했다. 카메라 모듈과 안테나를 만드는 이동통신용 부품 제조업체다. 최대 고객사는 삼성전자. 삼성 스마트폰 전면부에 들어가 있는 카메라 모듈이 파트론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김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기 연구소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03년 삼성을 떠나면서 삼성전기의 유전체 필터 사업부를 인수해 부품 소재 전문 기업 파트론을 세웠다.

김 대표가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파트론은 연구·개발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이 회사 전체 직원의 68%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매출 7800억원에 순이익 680억원을 기록했다. 파트론은 2006년 12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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