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시사주간지에서 길을 구하다
  • 김회권 기자·김원식 미국 통신원·강성운 독일 통신& ()
  • 승인 2013.12.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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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타임· 슈피겔의 ‘생존 전략’ 현지 취재

아날로그가 디지털에 치여 혼란에 직면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미디어업계다. 인쇄 매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뉴스 채널이 다양해진 탓이다. 특히 시사주간지의 운명은 냉혹하다. 월간지보다는 속보성에서 앞섰고 일간지보다는 깊이에서 앞섰던 매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독자는 줄어들고,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변화를 요구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해법을 찾으려 머리를 싸매고 있다. 시사저널이 새해를 맞아 세계 3대 시사주간지로 꼽히는 미국의 타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독일의 슈피겔을 현지 취재한 것도 새로운 변화와 위기를 극복할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들 3대 시사주간지를 통해, 우리는 국내 시사주간지 저널리즘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려 한다.

 

위기 속에서 세계 3대 시사주간지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편집장들. 왼쪽부터 낸시 기브스 타임 편집장 ⓒ Wikimedia, 볼프강 뷔히너 슈피겔 편집장 ⓒ Wikimedia , 존 미클레스웨이트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 msnbc capture

“웹사이트는 종이 잡지 대용품에 지나지 않아”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향하는 시선은 특별하다. 존 미클레스웨이트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은 “우리의 세계관과 양식, 철학은 다른 간행물과 다르다”고 했는데 그런 다름을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일까. 이코노미스트만의 독특함은 다른 곳에서도 증명된다. 세계 주요 전통 잡지는 인쇄판의 독자 이탈과 광고 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그런 역풍 속에서 유독 이코노미스트만 선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글로벌 총판매 부수(인쇄+디지털)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은 영국 잡지의 디지털 원년이다. 본격적으로 모바일에서 디지털 잡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잡지는 인쇄판의 감소분을 디지털 잡지에서 조금씩 보충하는 데 그쳤다. 인쇄와 디지털을 합친 총판매 부수의 감소 추세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만은 달랐다. 종이 잡지는 감소했지만, 그 이상으로 디지털 잡지 판매가 늘어났다. 영국 PPA(Professional Publishers Association)가 발표한 2013년 이코노미스트의 총발행 부수를 보면 아시아·태평양판, 유럽판, 중동·아프리카판, 영국판 모두 디지털 잡지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50% 정도 늘어났다.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는 종이 잡지의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그 부수 이상을 디지털 잡지로 벌어들여 총판매 부수가 92만2552부에서 93만8696부로 2% 늘어났다. 독자의 54%는 종이 잡지와 디지털 잡지를 함께 보고 있고, 24%는 디지털 잡지만 선택하고 있다. 종이 잡지에 의존하고 있는 독자는 22%에 불과하다.

인터넷과 종이 매체의 양립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이코노미스트는 어떻게 풀고 있을까. 런던의 세인트제임스 스트리트 바로 옆에 위치한 빌딩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 본사인 이 건물에는 디지털 전략을 이끄는 톰 스탠디지 디지털 편집장이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웹사이트는 독특하다. 잡지에 나올 기사를 해당 주 일주일 사이에 조금씩 웹사이트에 내보낸다. 잡지 판매를 위해 한 주가 지날 무렵에야 인터넷에 기사를 제공하는 국내 시사주간지의 전략과는 정반대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한 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차례대로 제공되는 그 주의 기사 모두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독자가 매일 꾸준히 웹사이트를 찾는다면 이코노미스트를 사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종이 잡지의 판매에 큰 영향은 없다. 스탠디지 편집장은 그 이유를 “종이 잡지는 패키지로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권의 잡지는 패키지다. 이코노미스트를 손에 쥐면 모든 분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스탠디지 편집장은 “웹사이트가 잡지를 대신할 수 없다. 종이 잡지의 불완전한 대용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패드 등 태블릿의 경우는 종이 지면과 매우 흡사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을 종이 잡지와 동일한 패키지로 취급한다. 태블릿에서 이코노미스트를 보려면 유료로 가입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면 이코노미스트가 말하는 ‘패키지’는 무엇일까. 한 주의 다양한 뉴스를 골라내서 담는 필터링을 뜻한다. 정보가 많을수록 독자를 위해 정보를 필터링하는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고 여기에 요금을 매긴다. 2006년부터 디지털 편집장을 맡은 스탠디지는 “웹사이트는 잡지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 이코노미스트의 웹사이트에서는 잡지에 들어가는 기사 외에도 영국 정치, 금융 시장, 스포츠 게임 이론 등 기자가 직접 쓰는 20개 이상의 블로그가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있고 전 세계의 독자들이 의견을 개진한다.

이코노미스트의 독자라고 하면 엘리트에 중후한 신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 독자는 연령대가 젊다. 34세 이하의 젊은 층이 60%를 차지하는 반면, 45세 이상은 20%에 불과하다. 잡지를 읽음직한 사람들의 모습과 사뭇 다른 연령대가 웹사이트를 찾고 있다. 미래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장소, 기사의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광범위한 독자가 서식하는 장소가 이코노미스트의 웹사이트다. 스탠디지 편집장이 잡지의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웹사이트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독자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다가오게 한다”

“우리가 독립 회사로 계속 생존해나가려면 영업 비즈니스와 편집부의 효과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세계적인 권위 그리고 최다 발행 부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을 상징하는 수식어다. 타임의 CEO 조지프 리프는 2013년 10월31일 타임을 떠나 있던 노르만 펠스타인을 최고 웹사이트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로 다시 불러들이면서 ‘협력’을 강조했다. 펠스타인은 “미디어 산업에 불어오는 역풍에 맞서려면 관료적인 태도를 버리고 좀 더 기업가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 쓰는 일에만 안주하지 말고 기업적인 시각을 가져라.” 편집국 기자들이 들으면 발끈할지도 모를 이 말을 CEO는 강조하며 내뱉었다. 타임의 영업 전략 변화의 신호탄은 이렇게 떠올랐다. 타임은 자체적으로 전 세계 5000만명의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1800만여 명이 인쇄 매체 독자고, 3000만여 명은 인터넷 온라인 독자다. 나머지 1100만명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독자라는 게 타임의 계산이다. 타임 스스로도 독자들의 60% 이상이 종이가 아닌 온라인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인쇄 매체가 바탕인 타임의 경영 실적은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타임은 2012년 3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4억4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전히 흑자 기업이다. 하지만 10년 전 성적표와 비교하면 2012년 성적표는 초라하다. 10년 전 타임은 1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요즘 타임 편집국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상황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경영진이 내놓은 대책은 ‘혁신’이다. 그런데 그 실천 방법이 삭감이었다. 2013년 12월9일 열린 4분기 경영회의에서 2014년 예산 중 1억2500만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결정한 사실이 타임 편집국에 알려졌다. 이 정도 예산 삭감에는 인원 감축이 필수적이다. 타임의 한 직원은 “해고 없이 그런 규모의 삭감을 추진할 수는 없다”며 “사장이 해고라는 멋진 성탄절 선물을 주었다”고 분개했다. 이미 타임은 2013년 초에도 경영 개선을 위해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5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혁신을 이야기하고 조직을 잘라내는 아픔을 보면 타임이 위기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나마 디지털 시대에도 잘 버티고 있는 곳이 타임이다. 타임을 잘 아는 사람들은 “권위와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성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힘을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 디지털저널리즘학부의 마크 월터 교수는 “타임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낸시 기브스를 편집장에 임명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9월17일, 28년간 타임에서 근무한 베테랑 저널리스트 낸시 기브스가 타임의 총괄 편집장 자리에 올랐다. 1985년 입사한 이래 174개의 커버스토리를 쓴 최고 베테랑 언론인이며 여성 성공의 상징적 인물이다. 낸시 기브스 편집장은 타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자주 말한다. 그가 제시한 타임의 목표는 ‘길잡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TIME)은 무엇보다 귀중하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 중 어떤 것을 신뢰해야 하는지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타임의 목적”이라고 제시했다.

타임 관계자는 “인쇄 잡지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타임을 보는 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맞추기 위해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깊이 있게 개선하고 있고 이를 위해 수십 명의 개발자를 고용하는 등 끊임없이 혁신적인 도구를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타임은 사막, 도시 등을 30년 전과 비교해볼 수 있는 ‘타임랩스(TIMElapse)’, 마틴 루터 킹 목사 같은 유명인의 연설과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원드림(One Dream)’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설해 새로운 요구에 대답하고 있다. 과거 시사주간지는 ‘독자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을 펼쳤지만, 현재 타임 내부의 기조는 ‘독자가 우리에게 다가오도록 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편집국도 최근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7세 때 사진을 찾아내거나 시리아의 공개 처형 사진을 발굴하는 것도 이제는 편집국이 해야 할 일이다.

 

“정치인이 밝히기 꺼리는 것을 밝혀낸다”

영국인 애덤 플레처는 자신의 독일 거주 경험을 살려 <쉽게 독일인이 되는 5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썼다. 독일인들의 독특한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을 다룬 이 책에서 스물두 번째 항목으로 제시된 것은 “어떤 소식이든 ‘슈피겔 온라인(SPIEGEL ONLINE)’에 올라와야 비로소 진실이 된다”였다. ‘슈피겔 온라인’에 올라온 내용이라면 무조건 믿고 보는 독일인들의 맹신을 풍자한 것이다. 하지만 플레처의 책 역시 ‘17주간 슈피겔 베스트셀러 진입’이라는 홍보 문구를 달고 판매 중이다. 슈피겔이라는 브랜드의 공신력과 영향력이 역설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슈피겔은 독일의 정통 저널리즘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다. 인쇄 매체에서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온라인 뉴스 분야에서는 슈피겔 온라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947년 1월 창간된 슈피겔은 매주 평균 92만부가 판매되며 독일에서만 매주 600만명이 읽는다. 정기 구독자 수는 42만명을 헤아린다. ‘독일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럽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시사주간지’라는 슈피겔의 자기소개는 허풍이 아니다.

슈피겔의 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마르틴 되리(Martin Doerry) 슈피겔 편집장대리는 슈피겔의 역사와 정체성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는 “우리는 슈피겔을 항상 계몽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정치인들이 밝히기 꺼리는 것들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70쪽 딸린 기사 참조).

독일 시민들은 창간 직후부터 슈피겔의 성역 없는 보도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슈피겔은 전후 서독의 암시장에서 정가의 15배에 이르는 가격에 거래됐다. 1962년 10월에 벌어진 ‘슈피겔 사태’는 전후 독일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가 정착되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슈피겔이 국방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싣자 콘라드 아데나워 당시 서독 총리는 “슈피겔이 돈을 벌기 위해 조직적으로 국가를 배신했다”고 맹비난했다. 서독 정권은 슈피겔 기자와 발행인을 체포하고 편집국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거센 저항이 이어지고 슈피겔에 대한 국가 배신죄 혐의가 사실무근으로 판명되면서 불법 수사를 종용한 요제프 프란츠 슈트라우스 당시 국방장관이 사퇴하는 등 아데나워 정권은 ‘역풍’을 맞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슈피겔은 매주 양질의 기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슈피겔 문서실(SPIEGEL-Archiv)’이다. 슈피겔 문서실은 기자들의 요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데이터뱅크로 6000만건의 텍스트와 500만건의 이미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70명에 달하는 문서실 전속 기록 전문기자가 있다. 이들의 업무는 오직 기사 속의 사실관계를 체크하고 기사 작성을 위해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것이다. 슈피겔 편집부가 210명인 점을 감안하면 기자 세 명당 한 명의 전속 조사 인력이 붙는 셈이다. 슈피겔의 저널리스트는 세계 어디서든 함부르크에 위치한 문서실의 취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잘나가는 ‘슈피겔’도 최근 인쇄 매체 시장에 몰아치는 찬바람을 실감하고 있다. 2013년 3분기 슈피겔 잡지의 판매량이 평균 90만부로 10년 전의 112만부에 비해 20%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판 판매량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슈피겔은 판매량이 감소한 원인으로 ‘온라인의 공짜 저널리즘’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방점은 ‘온라인’이 아닌 ‘공짜’에 찍힌다. 그래서 슈피겔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으로 자매회사인 슈피겔 온라인을 바라보는 중이다. 되리 편집장대리는 “슈피겔 온라인의 기자들이 슈피겔 기자들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 동안 기사를 쓰고 취재에도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물론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에서 광고만으로 흑자 운영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온라인 매체 중 하나다.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타임의 전략과는 반대로 ‘우리는 양질의 저널리즘으로 승부한다’는 정공법을 택했고, 이게 먹혔다. 설립 당시부터 모체인 슈피겔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고 슈피겔과의 협업을 통해 다른 온라인 매체와 차별화되는 기사를 실을 수 있었다.

슈피겔은 저널리즘의 진짜 위기를 외부에서 찾고 있다. 잡지 판매 수익 감소도 문제지만 정치권의 부조리와 불의에 시민들이 무뎌졌고, 그래서 시사주간지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보고 있다. “독일인들은 비판적인 보도에 내성이 생겼으며 정치 스캔들 보도를 접해도 20~30년 전만큼 분노하지 않는다. 정치인들 역시 이런 무뎌짐에 기대고 있다. 슈피겔이 비판적인 보도를 해도 별로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는 식”이라는 게 되리 편집장대리의 지적이다. 

 


판매 부수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 정통 시사주간지인 렉스프레스는 위기에 견디는 힘은 강해졌지만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AP연합
르몽드가 말한 프랑스 시사주간지들의 현주소다. 프랑스 시사주간지의 역사는 60년을 넘었다. 프랑스의 대표 시사주간지인 ‘렉스프레스(L’Express)’는 1953년 5월에 창간됐지만 환갑잔치는 성대하지 못했다. ‘불황’이라는 깊은 터널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1분기에 프랑스 주간지들의 성적은 저조했다. ‘르 푸앙(Le Point)’ 7%, 렉스프레스 8%, ‘마리안(Marianne)’의 경우에는 무려 22%나 매출이 격감했다. 그나마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가 3% 감소로 버텼다. 2월에 성추문 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관한 특종이 9만부 판매를 기록한 덕분이었다.

광고 수입도 그리 좋지 못했다. 렉스프레스는 정확한 수치를 공표하지 않았다. “3~4월은 매우 어려웠다”고만 밝혔다.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150만 유로의 광고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자 소유주인 클로드 페르드리엘은 텔레비전 관련 책자를 끼워 팔겠다는 결정을 내려 편집국의 반발을 샀다. 2013년 가장 급락한 마리안의 모리스 자프랑 편집장은 정치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무관심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그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신랄한 비판이 전통인 시사주간지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현안을 다루는 것보다 ‘테러’와 같은 센세이셔널한 사건이 판매 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시사주간지를 불안하게 한다. 자프랑 편집장은 2013년 3월에 있었던 툴루즈 총기 난사 사건을 예로 들며 “주간지를 더 팔려면 더 많은 참사가 필요한 지경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다른 주요 시사주간지 편집장의 시각도 비슷하다. 프랑스 우파 주간지인 르 푸앙의 프란시스 올리비에 지스베르 편집장은 “이제 시사와 관련된 현안이 더 이상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창구를 통해 뉴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렉스프레스가 갖는 위상은 막대하다. 60주년을 맞은 렉스프레스는 지식인들 사이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주간지다. 시사저널은 크리스토프 바르비에 렉스프레스 편집장에게 시사주간지에 관한 솔직한 의견을 들어봤다.

 

현재 프랑스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사주간지의 판매 감소를 어떻게 보는가.

원인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소비 능력 자체가 줄어들었다. 다른 하나는 판매 시스템, 특히 가판대와 같은 판로 시스템의 위기 탓이다.

판매가 감소하는 등 악조건에 놓였는데 특별하게 취하는 노력이 있나.

우선은 기사 수를 줄이고 있다. 대신 하나의 기사를 더 길고 더 깊게 쓴다. 인터넷이나 방송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다.

편집국 내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

아쉽게도 기자가 많이 감원됐다. 그래서 더 효과적으로 조직과 시간을 운영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널리스트 각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활동해야 한다. 말하자면 1인 편집자가 되는 셈이다. 편집국은 각 기자의 온라인 활동 빈도와 취재 일정에 맞춰 사이트를 관리한다.

이런 대안들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재원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주간지에도 변화를 가져왔나.

원래 렉스프레스는 분야별로 구성되었다. 정치·사회·경제·세계 등으로 분류했는데 이제는 이런 구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심층 보도나 르포, 인물 탐사와 같은 주제별 형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놀랄 만한 숫자의 기자가 감원됐다.

그렇다. 특히 주류 언론사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 기자들이 프리랜서로 작업을 계속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질 좋은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렉스프레스에서는 지금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전략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나.

위기에 견디는 힘은 생겼다. 그러나 아직 새로운 독자를 잡는 데까지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사주간지들에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

독자들이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어갈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은 그런 임무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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