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의 귀환 장하성의 퇴각
  • 조해수·엄민우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1.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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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간판 올리기 전부터 물밑 권력 다툼

‘안철수 신당’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가 ‘안철수호’의 핵심 동력인 돛대 역할을 맡았다.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은 신당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 역할을 맡는다.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국민동행)과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복정추)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삿대와 노 역할을 하면서 안철수호에 동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철수호가 6월 지방선거와 7월 국회의원 재보선이라는 첫 번째 격랑을 뚫는다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안철수호의 출항 준비는 쉽지 않았다. 진영 내 세력 간 헤게모니 경쟁으로 이동과 부침이 잦았다. 정상적인 정당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인가부터 의구심이 일었다. 정치 초년병인 안 의원에 대한 지도력에 의문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재보선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처음 국회에 입성한 이후 새정추가 발족한 지난해 말까지는 창당을 위한 실질적인 작업을 ‘내일’에서 도맡는 듯했다. 창당의 핵심은 인재 영입이다. 내일은 지역 조직화를 담당할 실행위원들을 발표하고, 안철수 신당이 기치로 내건 새정치에 어울릴 만한 인물들을 선별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1월5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가운데)과 안철수 의원(오른쪽 세 번째)이 서울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내일은 정책과 정치 비전을 만드는 연구소 성격이다. 내일의 핵심 멤버 역시 고려대 교수인 장하성 소장을 비롯한 학자·연구원들로 구성돼 있다. 현실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이사장직 사퇴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 교수는 사임 이유로 “정치학자로서 정책 개발이나 이론적인 뒷받침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치적인 역할까지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창당 작업, 아마추어 수준 못 벗어나

최 교수 외에도 대선 당시부터 안 의원을 도와온 인물 중에서 이탈자들이 생겨났다. 장 소장을 비롯한 내일 멤버들이 안 의원을 똘똘 감싸고 있어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행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탈한 수도권 지역의 한 교수는 “이상하게 연구소(내일)가 정당을 만드는 파워그룹이 됐다. 방향키가 돛대 역할을 한 셈이다. 내일의 멤버들은 ‘드리머(이상주의자)’다. 현실 정치에 대한 감각이 없다. (안 의원의 국회 활동) 초기에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중량급 인사들을 영입했어야 했다. 그러나 내일에서는 ‘새 정치’에 대한 이상에 함몰돼 탁상공론만 반복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젊은 측근이 많다 보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안 의원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먼저 2013년 10월 국회의원 재보선이 다가왔다. 안 의원 측은 당초 10월 재보선을 정치적 세력화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야권 연대 없는 독자 승부를 별렀다. 그러나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불참을 선언했다. 안 의원은 “선거 지역이 두세 곳뿐으로 정치적 의미가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상 변명에 가까웠다. 정계에서는 “안 의원 측의 인물 영입이 심각한 수준으로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안 의원이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의원은 당시 신당 창당 등 정치 세력화와 관련해 “창당으로 가자는 의견도 있고 국민과 함께 먼저 정치 혁신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다. 다양한 의견 차이를 계속 수렴하고 좁혀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등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 당시 안 의원 캠프에서 일했던 ㄱ씨는 “창당에 대한 명확한 목표도 설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새 정치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확고히 한 후, 2016년 총선 즈음에 창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양한 인물이 안철수 신당 참여를 타진해왔지만 새 정치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했다. 안 의원도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안 의원이 장하성 소장을 중심으로 한 내일 멤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자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 심심찮게 포착됐다. 김덕룡·권노갑·정대철 등 과거 ‘상도동계’(김영삼계)와 ‘동교동계’(김대중계) 가신 그룹 출신 여야 원로 등이 주축이 된 국민동행과 보조를 맞춘 것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안 의원이 내일로 상징되는 이상을 넘어 현실 정치인의 시각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호남 지역 실행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이를 “정치적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의원의 변화와 함께 창당 주도권 역시 내일에서 새정추로 급속히 넘어왔다. 새정추의 구성 면면은 달라진 안철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새정추 의장은 윤여준 전 장관이 맡았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장관을 지냈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이회창 총재 특보를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내일에서 누차 강조했던 새 정치와는 선뜻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는 인물이다. 당장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윤 전 장관을 향해 “철새 정치인”이라며 “(안 의원이 주장한) 새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새정추에 ‘프로’ 대거 영입

그러나 안 의원은 창당이라는 현실적 이유를 새 정치라는 이상보다 높게 봤다. 안 의원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금태섭 새정추 대변인은 “윤 전 장관은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고 본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새로운 방향으로 혁신하고자 할 때 또는 중요하게 나아가고자 할 때 본인이 가서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이지, 자신의 이익을 좇아 뚜렷한 원칙이나 이유 없이 그때그때 당을 옮긴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44쪽 딸린 기사 참조). 안 의원 측근으로 지방 실행위원이기도 한 ㄴ씨는 “(윤 전 장관을)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윤 전 장관의 풍부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창당 과정에서) 영남 지역이 가장 취약했다. 그런데 윤 전 장관이 오자마자 거론한 얘기가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의 영입이었다. 이렇게 되면 동쪽(영남)으로도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내일이 주도권을 쥐고 있을 당시 구시대적 인물로 지목돼 한때 안 의원 측과 관계가 소원했던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 역시 공동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3선 의원으로 전남도당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김 전 의원의 합류로 안 의원 측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까지 넘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ㄴ씨는 “김 전 의원은 뉴민주당 플랜을 만든 정책통이다. 당의 비전과 전망 제시를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규·강인철 팀장이 안철수의 문고리”

안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태규 새정치기획팀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 팀장은 이명박(MB) 정권 개국공신으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거쳐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냈다. 1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난 후 KT 경제연구소 전무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MB 정권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다른 자리도 아닌 새정치기획팀장이라는 핵심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추 핵심 관계자 ㄷ씨는 “이 팀장과 강인철 조직팀장이 사실상 (안 의원 측근 중) 핵심이다. 안 의원은 자기 정치를 하려 하고 잇속을 챙기려 하는 사람보다는 조용히 움직이는 참모를 신뢰한다. 이 팀장과 강 팀장의 스타일은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비슷하다. 외부 사람들이나 기자들을 함부로 상대하지 않는다. 보안이 철저하다. 이들은 오로지 안 의원 한 명만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안 의원의 지시만 따른다. 특히 이 팀장은 윤 전 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경험도 있기 때문에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정추가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내일은 과거의 위상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모습이다. 특히 장하성 소장의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장 소장은 안철수 신당 광주시장 후보로 낙점되는 듯한 분위기였으나 윤장현 광주·전남 비전21 이사장이 새정추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ㄴ씨의 설명이다. “연구소(내일) 인력이 새정추로 많이 옮겨왔다. 새정추가 출범하면서 연구소는 정당 연구, 정당 정책 등 기초 연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창당 작업과 연구소 일이 명확히 구분됐다. 장 소장의 힘이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는데, 예전에 과부하됐던 것이 정상화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장 소장도 (창당 작업 등의 과중한 업무를) 내려놓으니 더 편할 것이다. 연구소를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 의원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신당 창당을 위한 역할 분담을 겨우 끝냈다. 그러나 위험 요소가 많다. 특히 안철수 신당이 개인 정당화된다면 ‘모래 위에 쌓은 집’ 꼴을 면치 못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ㄷ씨는 “안철수 신당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고, 그 때문에 더더욱 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인물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는 원로급 과거 인물이 많은데, 내부에서는 좀 더 젊고 참신한 사람들을 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같은 인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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