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빙속 삼총사’의 금빛 질주 다시 한번!
  • 홍재현│스포츠동아 기자 ()
  • 승인 2014.01.2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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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모태범·이승훈’ 컨디션 최상…“금메달 보인다”

‘빙속 삼총사’ 이상화(25·서울시청)·모태범(25)·이승훈(26·이상 대한항공)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금빛 질주에 나선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에 비해 덜 조명되던 종목이었으나 삼총사가 밴쿠버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쓸며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치올림픽 전망도 밝다.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독보적이고, 2010년 이후 슬럼프를 겪었던 모태범과 이승훈도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들의 라이벌 역시 지난 4년간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땀을 쏟으며 준비해왔다. 하늘이 결정해준다고 할 정도로 따기 어려운 ‘올림픽 금메달’은 경쟁자들을 뛰어넘었을 때 비로소 손에 쥘 수 있다.

이상화 ⓒ PENTA PRESS 연합
이상화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예니 볼프”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12~13시즌부터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시리즈를 석권했고 소치올림픽이 포함된 2013~14시즌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올라섰다. 특히 그의 세계신기록 행진은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길이 남을 쾌거다. 2012~13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80으로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더니 2013~14시즌 월드컵 1차 대회(36초74)와 2차 대회 1차 레이스(36초57), 2차 레이스(36초36)까지 자신이 세운 기록을 연거푸 경신했다. 올림픽 시즌 월드컵 대회 7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적수도 딱히 없어 보인다. 굳이 경쟁 상대를 꼽는다면 한 세대 앞서 최강자로 군림했던 노장 예니 볼프(35·독일) 정도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선수로 35세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지만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 월드컵 대회에서도 이상화에게 번번이 밀려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볼프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목에 걸지 못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번 시즌 하향세가 뚜렷하지만 선수 인생을 건 마지막 레이스에 나서는 간절한 마음만큼은 경계해야 한다. 이상화도 “4년 전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볼프였다. 지금도 변한 것은 없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모태범은 밴쿠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의 흑인 스타이자 ‘빙판 위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샤니 데이비스(32·미국)와 재대결을 펼친다. 데이비스는 ‘2006 토리노올림픽’과 밴쿠버올림픽에서 잇달아 1000m 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인의 종목’으로 꼽혔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그의 존재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빙상 종목 사상 첫 흑인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이다.

모태범의 경계 대상 1호 샤니 데이비스

모태범도 샤니 데이비스를 경계 대상 1호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샤니 데이비스는 정말 강한 상대”라며 “1000m에서 조금이라도 (메달) 가능성을 높이려면 장점을 부각시키는 스케이팅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선수들보다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출발선부터 200m까지다. 600m 지점 마지막 바퀴를 버텨주면 (메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빈 크로켓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코치도 “모태범은 처음 200m는 샤니 데이비스보다 좋다. 데이비스가 막판 스퍼트에 강하니까 체력을 키워서 600m에서 스피드를 더 낼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모태범은 출발점에서 200m까지 16초대에 끊고 있다. 이는 데이비스보다 1초가량 빠른 기록이다.

자신감도 있다. 실패를 해봤기에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이 크다. 모태범은 “1000m를 소화할 체력을 키우면 500m에서도 성적이 나올 것이다. 일단 올림픽 전까지 체중 조절을 하고 1000m를 타기 위한 근지구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난 4년 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이번 에도 기대를 해주시지만 그렇다고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재미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스벤 크라머와 재대결

이승훈은 독특한 이력의 선수다. 쇼트트랙을 하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고 그것도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5000m와 1만m를 소화하고 있다.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터가 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밴쿠버올림픽 5000m에서 은메달, 1만m에서는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역도·쇼트트랙 훈련 등 다양한 운동법을 도입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승훈에게도 올림픽에서 뛰어넘어야 할 커다란 벽이 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레인 교차 규정 위반으로 실격당했던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다. 당시 이승훈이 12분58초55로 결승선을 골인하며 요켐 유이트데하게(네덜란드)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세웠던 종전 올림픽 신기록(12분58초92)을 0.37초 앞당겼지만 크라머는 12분54초50이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록 실격 처리돼 2위였던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기록상으로는 그가 단연 1위였다. 4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도 크라머는 여전히 장거리의 최강자다.


 

소치 동계올림픽 7대 관전 포인트 


1 종합 1위 주인공

언론에서는 금메달(또는 종합 메달) 수에 따른 종합 순위를 매긴다. 소치의 우승 후보는 미국, 독일, 노르웨이, 러시아다. 최소한 1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야 1위에 오를 수 있다.

2 한국의 3연속 ‘톱10’ 가능성

동계올림픽에는 98개 금메달이 걸려 있고 한국은 그중 4개만 따도 종합 10위 입성이 가능하다. 한국은 최소 금메달 4개, 최대 6개까지 가능해 종합 10위 달성 가능성이 크다.

3 ‘동계올림픽의 꽃’ 여자 피겨 싱글 금메달

김연아의 우승 가능성이 크지만 개최국 러시아가 종합 1위를 하기 위해 피겨·아이스하키 같은 비기록 종목에서 ‘암수’를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월19일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09.72라는 높은 점수로 1위를 차지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202.36으로 2위를 한 아멜리나 소트니코바 선수의 홈그라운드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4 아이스하키 금메달의 주인

이 종목에서 캐나다가 8번, 러시아가 7번 정상에 올랐다. 캐나다는 디펜딩 챔피언이고 러시아는 주최국. 스포츠광 푸틴 대통령의 응원을 업은 러시아가 우승할지 주목된다.

5 다관왕은 누구?

미국의 에릭 헤이든이 1980년 레이크플레시드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5관왕에 오른 것이 동계올림픽 최다관왕이다. 소치에서는 최대 4관왕을 넘지 못할 것 같다. 유력한 다관왕 후보는 올해 알파인 세계선수권 3관왕 미국의 테드 리거티와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선수 마리트 뵈르겐, 바이애슬론 선수 베른 달렌이다.

6 한국의 메달 종목 다변화 가능성

현재로는 여자 컬링과 스노보드의 최재우,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가능성이 있지만 3종목 모두 세계 10위권 수준이라 운이 많이 따라줘야만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

7 테러 가능성

이슬람 반군 단체인 ‘빌랴트 다게스탄’이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당신과 소치올림픽 방문객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며 테러 공격을 암시했고, 소치 인근 도시 볼고그라드에서는 자살 테러가 벌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영노│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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