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스켈레톤 윤성빈·모굴 최재우 ‘숨은 병기’
  • 기영노│스포츠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1.2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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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스키·컬링 등 ‘메달 불모지’에 희망의 빛

이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그동안 강세를 보여왔던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메달 획득 가능성이 보인다. 전 종목 출전권을 따낸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썰매 종목과 유망주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모굴·스노보드·컬링·스키점프 그리고 눈 위를 질주하는 스키 종목이다.

썰매 종목 중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루지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강광배 선수가 루지에 처음 출전했다. 이후 2002년 솔트레이크,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가 같이 출전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소치올림픽에 봅슬레이 3종목, 루지 4종목,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 모두에서 출전권을 얻었지만 그 가운데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는 스켈레톤의 윤성빈이다. 봅슬레이는 원통형 썰매를 앉아서 타는 종목으로 앞에서 방향을 조종하는 파일럿과 맨 뒤에서 썰매를 제어하는 브레이크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썰매에 최소 두 명이 탄다. 그래서 2인승과 4인승으로 구분된다. 루지와 스켈레톤은 일반인도 흔히 볼 수 있는 납작한 모양의 썰매를 활용하기 때문에 1인승(남자 루지만 2인승 있음)이 기본이다. 봅슬레이와 달리 조종간이나 브레이크가 없어 방향 이동을 할 때 어깨·다리 등 몸을 사용한다는 점도 같다. 다만 루지는 누워서, 스켈레톤은 엎드려서 탄다는 것이 다르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비슷하게 출발을 하는데 선수들이 트랙을 질주해 가속도를 붙인 뒤 썰매에 오를 수 있다. 루지는 누워서 슬라이딩센터를 달리기 때문에 썰매에 앉아 양손을 지치는 방식으로 가속을 하고 그다음에 눕는다.

(왼쪽부터시계방향)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 소치의 기적을 꿈꾸는 여자 컬링 팀. 사상 최대 규모로 소치올림픽에 참가하는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 AP연합·연합뉴스
여자 컬링 팀, 세계여자선수권 4강 기적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지난해 11월 아메리카컵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고, 12월 대륙간컵에서는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윤성빈은 2014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1월7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7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스켈레톤 대륙간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윤성빈이 처음이다. 대륙간컵은 올림픽·월드컵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한국 선수가 자주 출전하는 아메리카컵보다는 수준이 높은 대회다. 윤성빈은 현재 세계 10위권 안팎이지만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권에 진입할 수도 있다.

모굴의 최재우 선수도 윤성빈 못지않은 유망주다. 모굴 스키는 스피드와 턴 동작, 점프 기술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받아 점수를 얻는다. 쉬운 운동이 아니지만 파워가 부족한 동양 선수에게 어울리는 종목으로 꼽힌다. 이미 일본은 여자 모굴에서 사토야 타에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한 번씩 손에 넣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시아권 남자 선수가 모굴에서 메달을 딴 적은 없다. 최재우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최재우가 본격적으로 모굴 스키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최재우는 캐나다로 떠나 4년 동안 혼자 스키 유학을 했다. 캐나다 유학 당시 캐나다 주니어대회를 휩쓸었고 캐나다 대표팀 관계자로부터 귀화 권유를 받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재우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토비 도슨(한국명 김수철)이 대표팀 코치로 부임하면서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최재우는 지난해 노르웨이 세계선수권대회 5위에 오르면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당시 예선 통과자 18명이 겨루는 파이널 때 2위까지 올랐다. 최종 6명만 남아서 겨루는 슈퍼파이널 때 아쉽게 5위로 내려앉았다. 최재우는 소치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두 번의 점프대에서 모두 3회전(1080도) 기술을 선보여 시상대에 다가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3회전을 두 번 모두 할 수 있는 선수는 세계에서 5명 안팎에 불과하다. 최재우는 예선에선 무난하게 백 풀(Back Full)과 콕(Cork) 720도를 할 생각이다. 파이널까지 올라가면 백 더블 풀(Back Double Full)과 콕 1080도 등 과감한 연기로 메달을 노릴 예정이다.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치밀한 작전과 세밀한 경기 운영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격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에게는 하계 종목의 양궁이나 탁구처럼 잘 어울리는 종목이다. 여자 컬링 팀은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숨은 병기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청 단일팀이 국가대표를 이룬 소치올림픽 대표 여자 컬링 팀은 정영섭 감독과 최민석 코치의 지휘 아래 주장 격인 스킵 김지선, 리드 이슬비, 세컨드 신미성, 서드 김은지, 막내 엄민지로 이뤄졌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2012년 3월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4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중국 오픈에서 ‘체스의 종주국’ 캐나다에서 출전한 팀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대회에서 홈팀 중국을 물리치고 3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12월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한 달여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전지훈련을 한 후 소치에 들어가 마무리 훈련을 할 예정이다. ‘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한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컬링 대표팀은 맹훈련 중이다.

스노보드·스키점프 등 ‘톱10’ 기대

밴쿠버올림픽 때 ‘톱10 기대주’로 꼽혔다가 좌절된 후 4년 동안 칼을 갈아온 스노보드의 김호준, 출산 후 복귀한 크로스컨트리의 안방마님 이채원, 알파인스키의 지존 정동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단체전에서 8위를 차지한 김현기·최흥철이 출전하는 스키점프, 육상 선수 출신의 여자 봅슬레이 선수 김선옥 등은 비록 메달 획득 가능성은 작지만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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