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우상화부터 깨부숴라”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2.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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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인사들이 말하는 한국 교회 신뢰 회복 방안

“자정 능력이 없다 보니 곪아터질 때까지 병에 대한 진단조차 못 하고 있다.” 개신교계의 개혁을 촉구해온 한 유력 인사가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한 답변이다. 이 인사는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내부에 있다고 봤다. 그는 “외형적인 성장 위주로 교회와 교단이 움직이다 보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불신의 벽이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이원규 감신대 종교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교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신뢰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더욱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3년 7월3일 교회 세습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 해결은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해답의 실마리는 질문에서 찾을 수 있다. 방인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목사의 자질과 교회의 역할을 도마에 올렸다. “목사가 그리스도의 삶과 너무 멀리 떨어졌다. 목사는 성직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교회는 목적의식을 상실했다.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교회가 오로지 ‘교회를 위한 교회’가 돼버렸다.”

방 목사는 “근본적으로 목사와 교회가 성서의 가르침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교회가 사회봉사 및 구제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신뢰도가 가장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이를 교회의 선전 도구로 인식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횟수나 규모가 아니라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내 교회 내 맘대로’ 편협한 인식 위험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좀 더 구체적인 문제와 해법이 보인다. 먼저 목사에게 주어진 지나친 권위와 독단이다. 유력 교회의 많은 목사가 성직자의 역할을 넘어 CEO(최고경영자)로서 교회를 경영하고 있다. 세속적인 권력의 중심에 목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권위주의에 기반을 둔 독단적 교회 운영은 비리와 부패를 낳게 된다는 점이다. ‘내가 세운 교회를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그러느냐’는 식의 편협한 인식은 위험하다.

교회는 신도들의 피와 땀으로 마련된 헌금으로 운영된다. 당연히 이들이 교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의 실정이 그렇지 못하다.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조차 하기 힘든 교회가 수두룩하다. 교세나 재정 규모가 탄탄한 대형 교회도 마찬가지다. 기준이 있어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교형 목사(성서한국 사무총장)는 “담임목사를 비롯한 일부 측근들이 알아서 집행하고,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은혜로 덮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교회 운영에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목사를 맹목적으로 우상화하는 관행을 깨부숴야 한다. 방인성 목사는 “권위적인 목사를 우상화하기 시작하면 비리가 드러나도 아닐 것이라고 애써 외면하거나 사랑으로 덮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게 된다”며 “결국 평신도들이 깨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회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 구성원들의 참여 확대는 자정 능력을 갖추는 첫걸음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발뺌부터 하는 목사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회의 지도자가 존경받지 못하고 신뢰를 잃는 상황을 ‘오해’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은 자신만의 ‘오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직을 회복해야 하고 잘못을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의 근원에는 ‘부도덕’과 ‘세속화’가 놓여 있다. 이원규 교수는 “성직자가 성직자답지 못하고 교인이 교인답지 못한 것이 한국 교회의 신뢰도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며 “한국 교회의 도덕성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25일 서울 강남구 한 교회에서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 예배’가 개최됐다. 지난 34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에 이런 행사가 열린 데 대해 개신교계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았다. “권력에 아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이날 예배에서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위대한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등 독재를 두둔하거나 박 전 대통령을 과도하게 미화한 발언이 나와 논란을 불렀다.

종교인의 정치 참여는 오래된 논란거리 중 하나다. 개신교계 내에서는 국가조찬기도회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어왔다. 정교(政敎)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원론적인 이유와 함께,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정치적인 이념 대립 구도에 종교가 이용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 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월5일 발표한 ‘2013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12월10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종교인의 정치적 참여 활동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은 23.1%에 불과했다. ‘반대’는 74.6%나 됐다. 특히 ‘적극 찬성’이 2.4%인 데 반해 ‘적극 반대’는 34.8%를 차지해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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