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 정신
  • 김재태 편집위원 ()
  • 승인 2014.02.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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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년생.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 살. 그 나이 또래의 보통 사람들 사이에선 “몸이 옛날 같지 않다”는 등 신체 노화를 걱정하는 말들이 자연스레 나올 연령입니다. 그런데 이 청년이 빙판에 서면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왠지 모를 활력이 느껴집니다. 한국 빙상계의 영원한 현역 이규혁 선수. 그는 벌써 여섯 번이나 올림픽 무대를 밟았습니다. 그 기회를 얻기까지 그가 흘렸을 땀의 무게와 부피를 우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있는 힘껏 내달렸지만 메달은 끝내 그에게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불운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완벽하지 못한 선수여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올림픽을 보는 즐거움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규혁 선수처럼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얻게 됩니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이유가 거기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개막식에서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에 대한 걱정부터 안겨주며 시작돼 급기야 김연아 선수에 대한 편파 판정 시비까지 부른 소치올림픽이 화제와 논란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제 몫을 다한 우리 선수들 모두 잘 싸워주었습니다. 메달을 땄든 따지 못했든 스스로의 한계에 맞서 싸운 참가 선수 모두가 영광의 주인공입니다. 선수들의 성적이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느 스포츠인의 말처럼 “메달의 색은 중요하지 않고 흘린 땀의 색깔이 중요할 뿐”입니다.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의 원천은 공정한 경쟁입니다. 억지나 꼼수가 동원되는 순간 스포츠는 사라집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승자가 된들 결코 당당할 수 없습니다. 영광은 짧고 치욕은 길어집니다.

올림픽이 그렇듯 우리 사회도 다양한 경쟁의 연속입니다. 매일같이 다수의 승자와 그 이상의 패자가 나옵니다. 이규혁 선수처럼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하는 사람 또한 있을 것입니다. 또 부당한 제약이나 불공정한 룰 탓에, 혹은 가진 자의 횡포에 의해 주저앉고 만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더러는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좌절하기도 합니다. 올림픽에서 선전한 선수들에게 승패와 상관없이 뜨거운 갈채를 보낸 것처럼 그들에게도 든든한 격려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잘못된 룰과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고, 앞서 있는 사람이 뒤처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사회라는 올림픽에 함께 참여한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아프리카어 중에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한 부족에 대해 연구하던 중에 부족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 하나를 제의했습니다. 가장 빨리 뛴 아이에게 바구니에 든 모든 과일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류학자는 일반적인 달리기 게임을 제안한 것인데, 아이들의 반응은 그의 예상에서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서로 먼저 가려고 다툴 줄 알았는데 함께 손을 잡고 뛰어가 바구니 속의 과일을 다정하게 나눠먹은 것입니다. 의아해하던 인류학자가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때 나온 아이들의 답이 “우분투”였다고 합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따뜻한 경쟁, 함께하는 나눔, 공생의 손길로 하나 되는 ‘우분투’ 정신이 새삼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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