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 논란 속 당권·대권 앞으로!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4.02.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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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서청원의 ‘마이웨이’…청와대는 ‘레임덕 차단’ 부심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전투는 연일 계속되고 있다. 내전(內戰)이 더 무서운 법이다. 집권 여당 새누리당 얘기다. 전투는 오는 6·4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7월14일 전당대회 승리를 위한 다툼이다. 이 전쟁의 승패가 2017년 대통령 선거와 직결되는 만큼 고지 선점을 위한 공방이 치열하다.

북악산 기슭에 자리한 최고사령부 격인 청와대는 이미 오래전 여의도에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권 핵심들은 극비 지침의 존재에 대해 낭설이라고 펄쩍 뛴다. 하지만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청와대가 관련 구상과 실천 방안을 담은 청사진마저 갖고 있지 않다면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무능한 정권에서도 이 임무가 내팽개쳐진 적은 없다. 다만 예전과 다르다면, 전달 경로가 정무수석이 아닌 그 이상의 선을 통했을 것이라는 정도다. 지금 여당 의원들이 정무수석을 기피 내지 폄하하는 정황으로 미루어 그렇다.

지난해 12월 중순, 여야 5선 이상 의원 모임에 참석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왼쪽)과 김무성 의원. 7월14일 개최될 전당대회를 향한 김 의원의 행보는 서 의원이 원내로 복귀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레임덕 앞당기는 처사 결코 있어선 안 돼”

이른바 ‘박심(朴心)’을 담은 ‘작계’ 전략 목표는 분명하다. “레임덕을 앞당기게 만드는 처사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처사’란 차기, 즉 2017년 대선 논의 가시화다. 차기를 노리는 주자들의 ‘준동(蠢動)’을 차단하고, 개헌 논의를 기피하는 것 등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개된, 또는 전개되고 있는 여러 현안과 그것을 둘러싸고 여권 핵심들이 벌인 다툼의 배경과 전망에 대한 답이 저절로 나온다. 당장의 서울시장 후보, 전당대회 시기 등을 둘러싼 ‘친박’ 주류와 ‘비박(非朴)’ 진영인 비주류 간의 대립도 결국은 ‘차기’ 때문에 심화된 것이다. 겉으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달고 있으나, 그 기저에는 서울시장으로 우회해 차기를 향하려는 정몽준 의원과 일단 당 대표라는 고지를 점령한 후 사태를 관망하려는 김무성 의원을 어떻게 하든 견제하려는 친박의 의도가 자리한다. 정몽준·김무성 의원의 발을 묶으면, 차기를 위해 경기도지사 3선을 포기하고 배수진을 친 김문수 지사까지도 당분간 침묵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청와대로부터 여의도 ‘평정과 단속’이라는 중임을 부여받은 이는 서청원 의원이다. 사실 단순히 7선이라는 최다선 경력뿐 아니라 특유의 친화력과 포용력 그리고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에 비추어 그가 적임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그에 따른 정치 공백이 약점이긴 하지만 임무 수행에 크게 장애가 되지 않으리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었다. 청와대는 차기를 노리는 주자들이 그간 세를 불려왔다지만 일정 수순의 지원 사격만 한다면 결국 뒤집을 수 있으리라 봤고,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서청원 의원이 지난해 10월 보선을 통해 당에 복귀한 이후, 당내 판도도 달라졌다. 친박도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는 노철래·이우현 의원 등이 서 의원 직계로 거론되는 정도지만, 그가 당권을 쥐게 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넘어온’ 의원들도 꽤 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무에 적극 관여하던 서 의원은 그러나 요즘에는 부쩍 자제하는 모습이다.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몸조심이다.

이처럼 청와대의 엄호 아래 친박의 기세가 등등하지만 그런 독주에 반발하는 비박 그룹의 도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월19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의 최경환 원내대표와 정몽준 의원 간 날 선 설전은 잠복해온 갈등의 작은 폭발이다. 김황식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끌어들이려는 친박 주류의 시도가 자신을 옭매려는 음모라고 여기는 정 의원의 참았던 감정이 터져 나온 것이다. 배석한 당직자들을 퇴장시킨 다음 정 의원은 “남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주식 백지신탁 때문에 불출마할 것이란 말을 기자들에게 왜 하고 다니느냐”고 최 원내대표에게 힐문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서 평가액 1조6000억원의 주식을 가진 정 의원이 이를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당 주변에 공공연히 퍼진 것을 따져 물은 것이다. 그 며칠 전에도 두 사람은 친박의 ‘김황식 지원설’을 놓고 얼굴을 붉히며 말싸움을 벌인 바 있다.

정몽준-최경환 간 1차전에 이어 김무성 의원과 홍문종 사무총장 간의 2차전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 그룹) 등 18대 대선에 기여한 인사들에 대한 홀대를 거론하면서 “특정인만 챙긴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지도부를 향한 공세는 여기까지다. 최근의 자제와 맥을 같이한다. 그도 서청원 의원처럼 몸을 낮추는 모양새인데 다만 그 배경과 동기는 다르다.

김 의원의 최근 동선이나 매무새는 ‘근현대역사교실’ ‘통일경제교실’ 등을 통해 100여 명에 이르는 의원들을 몰고 다니며 각종 모임을 적극 주도하던 때와는 딴판이다. 김 의원은 바로 전에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에서도 침묵했다. 자신이 주도한 포럼의 두 번째 모임임에도 그랬다. 특히 이날은 10여 명의 의원만이 참석했는데 지난해 11월 창립 당시 20명이 넘는 의원이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 그간 뭔가 간단치 않은 속사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월19일 최고중진연석회의 때 친박의 독주를 비판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정몽준 의원(오른쪽). 앞에 앉은 황우여 대표가 험악한 분위기를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 연합뉴스
서청원, 당 대표 어부지리하나

김 의원의 이런 모습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란을 조장한다는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숨 고르기’라는 얘기와, ‘외부 작용’을 의식한 ‘몸조심’이라는 두 갈래 관측이 나온다. ‘외부’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의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교비 횡령 수사가 우연한 게 아니라는 등 갖가지 소문이 나돈다. 이 밖에 김 의원의 가계(家系)를 비방하는 내용이 인터넷에 떠다니고, 한 포럼에서 행한 ‘5·16 혁명’ 발언이 실제 이상으로 시비 대상이 되는 상황 또한 김 의원에 대한 견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친박 진영에서 툭툭 던지는 소재들을 뜯어보더라도 ‘성층권’ 기류가 김 의원에게 우호적인 상황이 아님은 감지된다.

김무성·정몽준 의원 등이 이 삼각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자신들의 역량과 함께 6월 지방선거가 연출할 결과라는 ‘운’에 달려 있다. 친박 주류는 지금 그런 대로 괜찮게 나오는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에 안주하고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 후임을 기대하는 황우여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인천시장 출마설이나 흘리고, 가장 중요한 전장이 될 경기도당협위원장 자리를 6개월 이상 방치하는 등 기고만장하다. 지방선거는 이기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오만이 무슨 사달을 낼지 모른다.

박 대통령의 성정에 비추어 최악의 사태에 맞닥뜨리지 않는 한 ‘차기 논의 가시화 불용’ 이라는 기본을 바꿀 것 같지 않다. 물론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카운터펀치를 맞는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그땐 여당 당권을 포함한 정치 지형 전체가 헝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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