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부처일수록 ‘금녀의 벽’ 높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2.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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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무원 비율 40% 넘어…고위직은 전체의 4.8% 불과

공직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점차 확대돼왔다. 여성 공무원의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2003년 34.2%였던 여성 공무원 비율은 2008년 40.6%, 2013년(6월1일 기준) 41.4%로 증가했다. 여전히 교육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67.9%로 가장 높지만, 여성들의 진출이 적은 경찰·소방공무원도 6.1%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5.5%에서 0.6%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공무원이 늘어나는 만큼 여성 고위 공무원 수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동원 의원(무소속)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단에 속한 여성 수는 2010년 50명(3.4%)에서 2013년(6월30일 기준) 70명(4.8%)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40%대로 올라선 전체 여성 공무원 비율과 비교하면 여성 고위 공무원 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부처 가운데 여성 고위 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절반이 넘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나 현 정부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등 이른바 힘 있는 부처일수록 여성 고위 공무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 공무원이 고위직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 연합뉴스
이명박·노무현 때보다 여성 장관 수 적어

대상 범위를 확대해도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다.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0개 중앙행정기관 중 4급 이상 여성 관리자가 5%가 안 되는 곳이 14곳이나 됐다. 국정 과제로 정부위원회 위촉직 위원의 여성 참여율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겠다고 한 정부의 계획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31%로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30.9%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3.7%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장관 가운데 여성은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한 명뿐이다. 최근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취임 10개월 만에 낙마하면서 17명의 장관 가운데 조 장관이 홍일점으로 남았다. 여성가족부장관이 보통 여성 몫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의 여성 장관은 사실상 없는 셈이나 다름없다. 사법고시(사시) 33회 출신인 조 장관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초대 장관 15명 중 2명이 여성이었고, 노무현 정부는 초대 장관 19명 중 4명이 여성이었다.

주요 부처 차관급에는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나선화 문화재청장 등이 있다. 정 차관과 이 차관은 행정고시(행시) 28회 동기로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13일 임명됐다. 행시 출신 여성 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차관에 오른 주인공들이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노사 관계 전문가인 정 차관은 2007년 여성 최초로 지방노동청장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현역 최고참 여성 공무원인 이 차관은 여성가족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명된 여성 차관이다. 전임 청장이 숭례문 부실 복구로 경질된 후 지난해 말부터 문화재청을 이끌고 있는 나 청장은 20년 동안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실장을 지내는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곽진영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장명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도 차관급이다. 부패 방지 업무를 맡고 있는 곽 부위원장은 건국대 교수(정치외교학)로 한국국제정치학회 감사를 지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치분과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장 상임위원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를 지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53명 중 여성은 5명

흔히 ‘공직 사회의 꽃’으로 불리는 1급 공무원 가운데 여성 공무원으로는 윤미량 통일교육원장, 조주영 기상청 차장, 전혜경 국립농업과학원장 등이 손에 꼽힌다. 모두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행시 출신(30회) 여성 사무관 가운데 최초로 통일부에 배치된 윤 원장은 첫 여성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장(하나원장)을 지냈다. 기상청 첫 여성 1급 공무원인 조 차장은 최초의 여성 예보관과 여성 지방기상청장을 역임했다. 농촌영양개선연구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전 원장은 농업계를 대표하는 여성 공무원이다.

청와대의 경우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53명 중 여성은 올해 들어 임명된 민무숙 여성가족비서관, 유명희 홍보수석실 외신 대변인을 비롯해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 류정아 관광진흥비서관, 장옥주 보건복지비서관 등 5명이다. 이 중에서 장 비서관과 유 대변인이 정통 관료 출신이다. 행시 25회인 장 비서관은 2008년 1급 자리에 오른 첫 여성 공무원으로 주목받았다. 행시 35회인 유 대변인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대표부 파견 참사관을 지낸 외교관이다. 류 비서관과 김 비서관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민 비서관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출신이다. 수석비서관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다.

향후 여성 고위 공무원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특히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옛 행정고시) 합격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25.1%였던 것이 2013년에는 46%에 이르렀다. 일반 행정직의 경우 56%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관가에 본격적으로 ‘여풍’이 몰아닥칠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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