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고 덜 싸는 차가 최후의 승자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2.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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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토요타·독일차, 미래 친환경차 선점 빅매치

최근 자동차 시장의 핫이슈는 ‘고연비-저공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부터 1년간 판매한 전체 자동차(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 개별 연비의 평균을 리터당 17km 이하로 맞추고 이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매출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환경부도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부여하고 이를 초과하는 차량을 살 때는 일정 규모의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준비 중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쏘나타급 이상의 대형차를 살 경우 차 가격 외에 100만원대의 사실상 또 다른 ‘세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 회사로선 치명적인 페널티이고, 소비자로서는 부담이다.

이런 제도 실시의 명분은 ‘친환경’이다. 자원 소모도 줄이고 공해도 줄여 지속 발전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자동차 제조사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하이브리드와 디젤 분야에서 고연비와 저공해 이슈의 주도권을 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숨 가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이제 미래 차 개발에도 사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수소연료전지차 주도권 확보

국내 자동차 제조사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는 올해 발표되는 신형 쏘나타 등에 디젤 엔진을 선보이는 등 고연비 경쟁의 전쟁터인 디젤 분야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파크EV ⓒ 쉐보레 제공, 그랜저 하이브리드 ⓒ 현대차 제공, 레이EV ⓒ 기아차 제공
문제는 자동차의 미래인 친환경차에 대한 대응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친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카드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토요타가 앞서가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는 이미 널리 보급되고 있다. 화석 연료를 땔감으로 쓰는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달고 있는 하이브리드는 정속 주행 시 엔진에서 나오는 여유 구동력과 감속 시 차량의 잉여 운동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배터리에 저장한다. 저장된 전기에너지는 저속 주행 때 쓰이는데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쏘나타·K5 등 인기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극 투입하며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휘발유 엔진은 물론 디젤 하이브리드, LPG 하이브리드 같은 가지치기 모델도 내놓고 있다. 폭스바겐이 개발한 2인승 승용차 XL1은 경유 1리터로 최대 111km까지 주행하는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대당 1억원이 넘는 가격이 흠이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LPG가 많이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아반떼에 LPi 하이브리드 엔진을, 기아차는 포르테에 LPi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어 경제성과 연비를 함께 잡았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차종의 경우 차의 감가상각률이 높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은 비싸고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선택을 망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이브리드보다 보급 속도가 더딘 게 전기차다.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올해 초 열린 미국 시카고 모터쇼에 출품된 기아차의 레이EV는 1회 충전으로 148km를 갈 수 있고 한국지엠의 스파크EV는 135km를 달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나 수소연료전지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많이 짧지만 배터리 기술이 진화하면서 주행거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친환경차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전기는 결국 ‘값싸지만 환경에는 치명적으로 긴 후유증을 남기는’ 원자력에서 얻은 에너지라는 점에서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게 수소연료전지차다. 수소 연료는 전기를 쓰지 않으며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길고 폭발적인 힘을 낸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을 대신할 미래 자동차 동력원으로 주목받는데, 여기서는 현대·기아차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2000년 5월 연료전지 개발 사업에 들어간 현대차는 그해 11월 싼타페 연료전지차를 처음 내놓았다. 2008년 11월 LA 모터쇼에 선보인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는 3탱크 수소 저장 시스템(700기압)을 적용해 수소 연료 1회 충전만으로 700km가량 달려 휘발유차에 맞먹는 주행거리 확보에 성공했다. 주행거리 확보 측면에서 전기차를 단숨에 추월한 것이다.

2010년 12월 차세대 친환경차인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외 실증 사업에 투입했다. 이 모델은 120여 개 부품업체와의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해 핵심 부품을 95% 이상 국산화했다. 연료전지 시스템 통합 모듈화를 통해 연료전지 시스템의 부피를 20% 축소하는 등 양산에 대비한 준비를 끝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에는 100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2탱크 수소 저장 시스템(700기압)이 탑재됐다. 영하 25도 이하에서의 저온 시동성 확보,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594km, 연비 27.8km/ℓ에 달해 소비자들이 휘발유차에서 얻을 수 있는 퍼포먼스 이상을 제공한다.

2015년부터 차세대 친환경차 싸움 본격화

문제는 가격.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미국 판매 가격이 1억5000만원으로 폭스바겐의 하이브리드차 XL1의 1억6000만원과 비슷하다. 충전소 증설과 가격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의 걸림돌인 셈이다.

현대차는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덴마크와 노르웨이에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공급했다. 올해부터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반 판매에 들어가 2015년까지 국내외에 총 1000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벤츠·GM·토요타 등 글로벌 메이커는 현대·기아차보다 수소연료전지차 대응이 늦은 편이다. 수소연료전지차 에퀴녹스를 100대 이상 시험 운용하면서 200만 마일의 누적 주행을 하는 GM 정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나머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도 2015년에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래 친환경차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어떤 차종이 주류를 차지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올인’하고 있고, 독일차 업체는 고연비·저공해 디젤차 개발을 주도하면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 친환경차의 주력은 정부가 세금을 걷기 쉬운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휘발유값의 반 정도가 세금이다. 집 안에서 플러그를 꼽아 충전하는 자동차가 대세가 될 경우 연간 20조원의 세수가 사라진다. ‘친환경’에 세수를 양보할 리 없는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는 품목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 차세대 친환경차 싸움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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