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정신적 손해 배상해야
  • 김승열│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
  • 승인 2014.03.1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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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금융사기 표적에 불안…실질적 피해자 구제책 필요

최근 국내 굴지의 3개 카드회사의 대규모 개인정보가 털린 데 이어 KT에서 12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일부 은행권에서는 특정 고객을 표적 삼아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한 사실까지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및 정보 불법 조회에 대해 과태료 600만원이나 기관경고 내지 관계된 직원을 문책하는 수준의 조치를 내렸다. ‘금융 사찰’이나 다름없는 불법 조회에 대해서는 특히 안이하게 대처했다.

개인정보 불법 조회의 경우 신용정보법상 개인신용정보 이용 위반에 해당돼 상황에 따라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금융 당국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와 금융 당국이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많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미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과징금 부과를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은 바람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징수된 과징금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 시사저널 포토
법정손해금제도 도입해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금융사기 등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가 많다. 이들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법원은 다소 부정적이다. 개인정보 유출 시 2차 피해가 없는 한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미국에는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과징금을 통한 강력한 제재 조치가 있다. 한국은 이러한 제도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정보 유출 사고의 재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과감하게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금융사기가 빈번해지고 그 수법 역시 상상을 초월할 지경에 이르렀다.

달리 2차 피해가 없더라도 각종 사기성 문자 수신 및 신종 금융사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공황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 맞춰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배상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정신적인 손해배상에 대한 사법적 해결이 어렵다면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라도 해결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시 별도의 실질적인 손해 입증이 없어도 배상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정손해금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법정손해금제도가 도입되면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법 논리 다툼이나 실질적 손해에 대한 입증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법정손해금제도 입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정부 대책에서 나온 징벌적 과징금 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 가령 징수한 과징금을 특수기금화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대책, 피해자 구제 방안 강구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상의 동의의결제도를 통해 위반 사업자 스스로가 자발적인 피해자 구제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 방안을 강구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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