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알아서 척척 운전하는 시대 성큼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4.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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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4’에서 IT 접목 자율 운전 차량 주목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고의 가전 전시회 중 하나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전자제품 전시회다. 2014년 CES의 특징 중 하나는 자동차업체가 대거 진출했다는 점이다. ‘CES 2014’에는 BMW·아우디·벤츠 등 세계적인 명차 제조업체가 대거 참여했다.

‘CES 2014’를 보면 차에 다양한 IT 기술이 접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BMW는 커넥티드 드라이브(Connected Drive)라는 무인 운전 시스템을 선보였다. 벤츠는 페블 스마트워치를 내놓았는데 시계를 통해 차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어디에 주차시켰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우디는 구글과 협업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정보 시스템을 선보였다. 아우디 역시 자율 운전 차량 기술을 상당히 축적한 상태다.

마주 달려오는 차량을 위해 하이빔과 로빔을 선택하는 스마트 LED 상향등, 운전자의 눈에서 졸음을 발견하면 경보를 울려주는 시스템, 태블릿 거치대, 화면을 보지 않고도 진동을 통해 터치스크린을 제대로 눌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진동 터치 시스템 등 다양한 IT 기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 일러스트 서춘경
한국 IT업체와 자동차회사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 제네시스 2015년형은 구글과 연결해 자동차 문을 잠그고 여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공한다. 삼성 갤럭시 기어는 BMW와 합작해 BMW의 전기차 브랜드인 ‘i시리즈’를 제어하는 아이리모트(IRemote)를 선보였다. 아이리모트는 차가 경적을 울려 자신의 위치를 주인에게 알려주거나 승차 전에 희망 온도를 말해두면 실내온도가 조절돼 추운 겨울이나 뜨거운 여름에 차를 타더라도 따뜻하거나 시원한 실내에서 바로 운전이 가능하다.

자동차 제조 원가 중 IT 부품 40%로 증가

‘CES 2014’를 통해 자동차가 교통수단에서 이제는 하나의 IT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IT 부품이 차지하는 가격 비중은 2010년 25%에서 2015년에는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같은 차는 제조 원가의 47%가 전자 부품이다. 향후 이 비중이 8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디젤 엔진 부문과 전기차 시장이 단기적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이미 친환경 디젤차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일본의 닛산은 ‘리프’라는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GM도 ‘볼트’라는 전기차로 흥행몰이 중이다. 독일 오펠은 1유로로 100㎞를 주행하는 차를 개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전기차가 주목을 받으면서 2차전지 성능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데, 닛산 리프는 1회 충전으로 160㎞를 주행할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용 2차전지를 개발했다.

전기차 다음으로 자동차업계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지능형 차와 도로 시스템이다. 현재 벤츠·BMW·GM·포드·현대차 등 세계적 자동차 제조사가 공동으로 ‘V2X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와 교통신호 체계, 도로 구성 등 교통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지능화하는 것이 목표다. 달리는 차끼리 무선으로 위치와 차량 정보를 교환할 수 있으며 주변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안전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지능형 자동차와 ‘자율 운전’ 기술이다. 이미 2010년에 구글은 무인자동차로 32만㎞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중 1600㎞ 구간은 사람 없이 자동차 혼자 주행했다. 그 결과 2012년 6월에는 미국 네바다 주로부터 도시 속 복잡한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

자율 운전 차량에 모바일 기술이 합쳐질 경우 자동차 산업과 자동차 문화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BMW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운전자가 차에 타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 기술은 거리에 차를 두고 가게 만들 수 있다. 길이 막힐 경우 운전자가 차를 두고 뛰어가면 차가 알아서 근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차가 제대로 주차됐는지는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CES 2014’의 핫이슈로 부상한 자동차의 IT 제품화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14 제네바 모터쇼’에서 분명하게 그 방향을 보여줬다.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제네바 모터쇼에는 250여 개의 자동차 관련 업체가 참여했는데 이번에 눈길을 끈 차가 바로 자율 운전 차량이다.

운전 중 영화 보고 주식 거래까지

스위스 자동차 튜닝 전문 업체 린스피드가 내놓은 전기 콘셉트카인 ‘X체인지(XchangE)’는 테슬라 모델S를 기반으로 제작된 차로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앞좌석이 뒤쪽으로 돌아갈 수 있게 디자인했다. 운전석을 뒤로 돌릴 수 있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혼자서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가 몸을 펴서 쉬거나 뒷좌석 사람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독일의 아카(AKKA)가 출시한 콘셉트카 ‘링크&고(Link&Go) 2.0’도 자율 운전 차량으로 X체인지처럼 앞좌석이 뒤로 돌아가게 돼 있어 뒷사람과 이야기하며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율 운전 차량 등장의 의미는 교통사고 제로(0) 시대가 열렸음을 말한다. 자율 운전 차량은 사고를 내지 않는다. 센서를 이용해 주위 차들과 일정한 간격과 속도를 유지하며 교통신호도 정확하게 지킨다. 다른 차가 받으려 할 때 사람은 반응 속도가 느려서 피하고 싶어도 부딪히지만 자율 운전 차량은 기계답게 눈 깜박할 사이의 반응으로 피한다.

교통사고 제로 시대는 연간 100만 건에 이르는 교통사고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응급실에 실려 오는 교통사고 환자가 사라지게 되고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이 생기지 않게 된다. 차 사고가 안 나니 자동차보험이 필요 없어진다. 물론 사람이 운전하지 않으니 음주운전이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며, 대리운전이니 택시기사니 하는 직업도 옛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목(attention)’의 변화다. 그동안 운전자는 도로에 모든 시선과 신경을 썼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무려 2시간 동안 운전자는 도로 교통 상황에 집중했다. 그러나 자율 운전 차량이 보급돼 운전자가 운전을 안 하게 된다면 출퇴근하는 왕복 2시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주목 경제’가 차 안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 시간을 누가 잡느냐가 이슈가 된다. 운전자는 이제 출퇴근 2시간 동안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뉴스를 보거나 증권을 거래할 수도 있다. 연인과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차 안에 머무르는 2시간을 누가 어떻게 유익하게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새로운 경제와 시장이 창출되고 새로운 강자가 태어나는 것이다.

달리 보자면 자율 운전 차량 시대의 차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소통하는 공간이나 업무 공간,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더 두드러질 것이다. 이 시간 동안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자동차의 경쟁력이 된다. 이런 이유로 미래의 자동차 산업은 판매 산업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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