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멘트, 허재호 숨겨둔 재산으로 의심”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4.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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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성 부장판사의 항변…“허 전 회장 비호 토착세력 음해 받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 황제 노역’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는 허 전 회장의 은닉재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에서는 노역장 유치제도를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향판(鄕判) 및 토호(土豪) 세력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이런 가운데 법정관리 중인 대주그룹 계열사들에 변호사를 알선한 혐의로 2011년 기소돼 최종 벌금형을 받았던 선재성 부장판사(현재 사법연수원 교수)가 “당시 허 전 회장의 배임 비리를 고발하려다 허 전 회장과 그를 비호하는 검찰·언론 등 지역 토착세력의 음해를 받고 내쳐졌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는 4월9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허 전 회장과 검찰의 커넥션을 의심할 만한 주장을 펼쳐 후폭풍이 예상된다. 

 

허재호 전 회장이 광주 지역사회에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들었다.

광주는 건설업자와 토건세력들이 (지방권력을) 다 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광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건설업체 중 대주(그룹)는 금호(그룹) 다음가는 회사다. 그러나 영향력 면에서는 사실상 최고다. 언론을 장악하고 정계에도 줄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허 전 회장은 지역 최대 언론사인 광주일보의 사주이고, (민영방송인) 광주방송을 설립하기도 했다. 방송사 사장이면 지역에서는 시장·도지사와 같은 급으로 친다. 야당의 호남지역 유력 정치인 ○○○ 의원이 허 전 회장의 후견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허 전 회장의 매제가 검사였는데,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지냈다. 이 사람은 서울지검 동부지청장까지 올랐는데, 이때 힘을 써준 사람이 ○○○ 의원이라고 한다. (허 전 회장은) 매제를 통해 검찰에 자기 인맥을 심었다고 들었다. 허 전 회장 개인에 대해서도, 뭐랄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DJ(김대중) 정권 때 서울로 진출해 사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했는데…. 그러나 (허 전 회장의) 평판은 좋지 못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이 허 전 회장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검찰이 허 전 회장 선고유예 구형할 때, 대검에서 다 얘기가 된 거라고 봐야 한다. 당시 황희철 광주지검장이 (선고유예 구형을) 자기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는데, 황 전 지검장은 이후에 승승장구해서 법무부 차관까지 올라갔다. (검찰 윗선과) 합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치권에서도 당연히 비호가 있었을 것이고. 선고유예 받으려고 (허 전 회장이) 50억원 정도 썼다는 것은 광주지역 법조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검찰은 2008년 허 전 회장이 계열사 돈 2700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허 전 회장 측 말만 듣고 (무혐의) 처리한 거다. 구체적인 조사도 없이 “돈 갚는 데 문제없다”는 식으로 덮어버렸다. 수사를 그렇게 하는 것은 처음 봤다.

허 전 회장이 검찰을 ‘관리’했다는 말인가.

경남 사천, 이 작은 동네에서도 ‘스폰서 검사’가 나왔는데, 광주는 전남 최대 도시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지역 건설업체는 털면 뭐라도 나오기 때문에, 검찰과의 관계를 아주 중요시한다. 막상 사건이 터진 후에는 이미 늦다. (그래서) 평소에 미리미리 관리를 한다. 차장검사급 이상들은 광주를 떠나더라도 검찰 수뇌부에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엄청나게 (잘) 모셔가지고 (좋은) 관계를 맺는다. 일종의 보험 개념이다. 한 예로 ‘전별금’이라는 게 있다. (광주지검) 한 부장검사가 좋은 자리로 갔는데, 한 지역 건설사에서 전별금으로 5000만원을 줬다고 하더라. 이런 역할을 한 사람이 허 전 회장의 동생 허 아무개씨다. 그는 법원을 들락거리면서 식사도 하고 술자리도 가지고, 골프도 치고 그랬다.

선 판사는 3년 전 허 전 회장 계열사의 법정관리 사건을 맡았다가, 이들 회사에 변호사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사건 배후에 허 전 회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는데.

허 전 회장은 법정관리를 통해 부실 계열사를 매각한 뒤 제3자에게 헐값으로 인수하게 해 다시 회사를 찾아오는 수법을 써 왔다. 법정관리를 통해 이렇게 해먹는 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허 전 회장이 직접 먹거나 제3자를 내세워서 먹거나, 이런 식으로 법정관리를 악용해 왔다. 실제로 이런 일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한 적도 있다. (대주그룹 계열사 중) 대한페이퍼텍과 대한시멘트의 법정관리가 (나에게) 배당됐다. 먼저 대한페이퍼텍을 한솔제지에 419억원에 매각했다. 상당한 가격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법정관리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허 전 회장에게는 열 받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법정관리를 통해) 부채를 털어버리고 난 후 제3자를 통해 회사를 되찾아 오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허 전 회장 측의 공격이 시작됐다. 대한페이퍼텍의 법정관리인 중 한 명은 서울에서 내려온 재계 인사였다. 이 사람이 한솔제지에 제안해 매각이 이뤄졌다. 이를 눈치 챈 허 전 회장 측이 굉장한 압박을 넣었다. “한솔제지를 왜 끌어왔느냐”면서 굉장히 괴롭혔다고 하더라.

대한시멘트는 어땠나.

대한시멘트도 정상적인 매각 절차를 밟고 있었다. D회사에서 인수 의사를 보여 회계자료 등 회사 상황을 설명하는 단계까지 갔었다. 대한시멘트는 우량 회사다. 한 해 50억원가량 (순)이익이 나는 회사다. 대주그룹에 수천억 원을 빌려주지만 않았어도 법정관리에 들어올 일도 없었다.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털어버리고 난 후 (제3자를 통해) 500억원 정도에 회사를 되사온다면, 허 전 회장은 가만히 앉아서 수천억 원을 번 셈이 된다. 악질적인 수법이다. 그런데 내가 중간에서 (허 전 회장의) 모든 계획을 어그러뜨려 버렸다. (나는) 허 전 회장에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이 와중에 (변호사 알선) 사태가 터진 것이다.

당시 허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대한페이퍼텍과 대한시멘트는 담보도 없이 수천억 원의 돈을 대주건설에 빌려줬다. 명백한 배임행위이고, 고발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때부터 다양한 루트로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루는 광주 지역 한 변호사가 나를 찾아와 “(허 전 회장 측에서) 검찰 고발사건을 취하시켜주고 대한시멘트 매각 건을 막아달라고 했다”면서 “윗선에 힘을 쓰는 역할은 ○○○ 국회의원이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대주그룹 계열의 언론사 사장도 찾아왔다. 고등학교 선배다. 찾아와서 하는 말이 “허 전 회장 돈 하나도 없다. 불쌍하지 않으냐. 이 선에서 끝내주라”며 사정사정했다. 마지막에는 계열사까지 동원했다. 대주그룹 계열사인 보산물산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사장이 찾아와서 “보산물산은 대주그룹의 계열사가 아니고, 허 전 회장은 투자자에 불과하다”면서 “(허 전 회장) 고발 건을 몇 달만 늦춰 달라. 허 전 회장이 고발당하면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며 통사정을 했다. 보산물산 역시 대주그룹의 계열사인데 연극을 한 거다.

4월4일 ‘황제 노역’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변호사 알선 사건은 어떻게 불거지게 됐나.

검찰에 무기명 투서가 들어갔다. 무기명 투서는 열어보지도 않고 바로 버리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검찰은 무기명 투서를 받은 다음 날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허 전 회장과 검찰이)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처음에는 허 전 회장 측에서 투서를 넣은지도 몰랐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대주그룹이 아니면 입수할 수 없는 자료를 보고 대주그룹 측에서 손을 쓴 걸 알았다. 최근 검찰 고위 간부가 (내 사건에 대해) “허 전 회장이 검찰에 수사를 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 전 회장 측이) 언론에도 작업을 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니까 검찰 수사 명분이 마련되는 거고. 고전적인 수법이다. 이 사건으로 (내가) 빠지자 허 전 회장에 대한 고발 건도 흐지부지됐고, 대한시멘트 매각 건도 유야무야됐다.

이후 대한시멘트는 어떻게 처리됐나?

대한시멘트는 2012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넘어간 걸로 돼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최근 대한시멘트를 확인해 보니, 현 대표가 놀랍게도 법정관리 당시의 대표였던 박△△씨였다. 박씨는 대주그룹 5개 계열사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허 전 회장의 최측근이다. 회사 로고 역시 대주그룹 로고를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런데)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수 자금이 누구 돈인지 알 길이 없다. 딱 감이 온다. 허 전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돈이 세탁된 상태로 돌아와, 대한시멘트를 다시 먹은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 빚 수천억 다 털어버리고 300억~400억에 다시 산 것 아니겠는가. 대한시멘트가 허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일 가능성이 높다.

(시사저널은 선 판사의 주장에 대한 대한시멘트의 입장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대한시멘트 측에서는 “허 전 회장과 관련한 취재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만 대답했다.)

변호사 알선 혐의와 관련해 변호사법 위반이 유죄로 확정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대법원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재판 전후로 영화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이 개봉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을 때였다. 검찰이 (나에 대해)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8건을 기소했는데 7건은 모두 무죄가 나왔다. 8건 모두에 대해서 무죄가 나왔을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언론에서는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며 들고일어났을 것이다. 검찰도 무죄가 나오면 부장판사를 무고한 셈이 된다. 이런 점들이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

처음 문제가 됐을 때 왜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나?

당시 법정에서도 똑같이 주장했고, 증인 신문할 때 전부 소명했다. 당시 법정에는 기자들도 많았지만 누구 하나도 주목하지 않았다. 변호사 알선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임을 한결같이 주장했다. 기소된 혐의 중에서는 공갈 혐의도 있었는데, 이 혐의를 따지기 위해서 전부 얘기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 얘기를) 듣지 않았다. 허 전 회장의 사건이 뒤늦게나마 다시 논란이 되고, 내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아직까지는 세상의 정의가 죽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결정한 판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있을 수 없는 판결이다. (이 판결은) 특권층을 만드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5만원, 어떤 사람은 5억원,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신분을 만든 것이다. 어떤 말로도 변명 거리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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