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장애인 수당으로 전기요금 냈다
  • 부산=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4.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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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청 ‘실로암의 집 2012년 점검 결과’ 단독 입수

형제복지원 박인근 일가가 운영해온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에 위치한 ‘실로암의 집’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가는 길은 좁고 꾸불꾸불했다. 식당이나 상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도로에 차들도 거의 없었다. 산속으로 한참 들어가다 보니 건물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실로암의 집이었다. 간판도 없었다.

입구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길은 차 한 대만 겨우 지날 정도로 좁았다. 60도쯤으로 경사도 급했다. 그렇게 3분가량 올라가서야 실로암의 집 현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동하기 힘든 중증 장애인들이 모여 산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변 환경은 열악했다.

실로암의 집은 4층 건물이다. 현관에 들어서자 시설 관계자 대여섯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조민정 실로암의 집 원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최근 언론에 형제복지원 사건이 보도되면서 항의 전화가 많이 와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라 내부 공개는 어렵다”고 말했다.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1층만 둘러봐도 시설이 매우 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형제복지지원재단(현 느헤미야)에서 운영 중인 ‘실로암의 집’. 법인 투자가 거의 없는 탓에 개·보수를 할 수 없어 주차장에 금이 갈 정도로 시설이 낡았다. ⓒ 시사저널 박은숙
산비탈에 세워진 장애인 복지시설

건물 1층은 주차장이었다. 이상한 점은 주차된 차들이 놓인 방향이었다. 입구에서 왼쪽에만 차들이 줄줄이 모여 있었다. 오른쪽 주차장 바닥은 갈라져 있고 군데군데 시멘트칠이 돼 있었다. 시설 관계자는 “오른쪽 지반이 무너져내려 차를 한쪽으로만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이 부산시청에 확인한 결과 실로암의 집은 지난 1999년 착공에 들어간 이후 단 한 차례도 개·보수 공사를 하지 않았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0년 산사태 사고는 그런 점에서 예고됐던 재해였다. 당시 실로암의 집은 안전벽이 1.5m에 불과했고 2m 높이의 낙석 방지용 철제 구조물도 부실하게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에도 달라진 점은 없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실로암의 집은 낙제 등급 바로 위인 평균 D등급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시설·환경 F등급, 재정·조직 운영 C등급, 인적자원 관리 C등급, 프로그램·서비스 D등급, 이용자의 권리 B등급, 지역사회 관계 D등급을 받았다. 조민정 원장은 “재단(재단명: 느헤미야) 경영이 악화되면서 법인 전입금이 거의 없어 개·보수를 할 여력이 없었다”며 “장애인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목욕 시설도 많이 낡았는데 직원들이 어렵게 후원금을 모아 최근에야 겨우 보수를 했다”고 밝혔다.

실로암의 집은 관리·감독 측면에서도 부실이 여러 군데에서 노출됐다. 시사저널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기장군청으로부터 확보한 ‘실로암의 집 2012년 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실로암의 집은 총 8건을 기장군청으로부터 지적받고 8339만원을 환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국고보조금으로 시설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전기요금도 내고 직원 퇴직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사망 장애인의 수당 잔액을 시설 전기요금으로 집행하거나 4대 보험료를 정산하지 않고 계속 적립해 일부를 시설 전기요금으로 썼다. 박인근 원장의 셋째 아들로 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박천광씨와 특수관계에 있는 인물을 운영위원회 등을 통한 공개 절차 없이 채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실로암의 집은 이전이니 폐쇄니 하는 얘기로 어수선하다. 형제복지지원재단 내부를 잘 아는 관계자는 “시설 이전 문제는 거주하는 장애인들 생존권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이들 장애인은 재단의 잘못된 경영으로 인한 피해자들이다. 재단은 이제 손을 떼고 공신력을 가진 시민단체가 투명하게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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