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청용이 패스, 박주영·김신욱이 넣는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5.07 16: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5월9일 발표 홍명보 “90% 결정, 나머지 10% 놓고 고민”

2014 FIFA(국제축구연맹)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목표로 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도 정중동의 모습이다. 코치와 재활 트레이너를 파견해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종 점검했다. 가벼운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는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지원이 시작됐다.

관심은 23명의 최종 엔트리에 쏠리고 있다. 5월9일 발표될 최종 엔트리에 대한 예상이 분분하다. “엔트리의 90%는 결정됐다. 나머지 10%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홍명보 감독의 마음은 어떤 선수를 향하고 있을까. 역대 국제대회에서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성향, 선수의 최근 활약상과 컨디션 등을 망라해 최종 엔트리를 예상해봤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연합뉴스
FW: 박주영·김신욱 낙점…이동국 깜짝 승선할까

최전방에 1명의 스트라이커를 세우는 원톱 시스템을 선호하는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U-20 월드컵 모두에서 비슷한 성향의 스트라이커진을 구성했다. 전형적인 원톱 역할을 수행할 선수가 우선시된다. 득점력은 기본이고 뒤에 배치되는 공격적인 미드필더와의 연계 능력, 상대의 강한 수비를 부술 수 있는 제공권과 개인 기량도 요구된다.

홍명보 감독이 바라는 원톱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는 박주영(왓포드)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경험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그리스전에서 전반 45분만 뛰고도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문제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지 못한 탓에 떨어진 경기 감각과 잦은 부상이다. 박주영은 원소속팀인 아스널, 임대 중이던 왓포드와의 협의를 통해 일찌감치 귀국해 부상(봉와지염) 회복에 전념해왔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도 월드컵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를 전담으로 붙여 박주영의 경기력 회복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4월24일부터 파주에 있는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 훈련에 나섰다.

박주영과 더불어 최종 엔트리 진입이 유력한 선수는 김신욱(울산)이다. 박주영이 소집되지 못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치른 스위스·러시아와의 평가전과 1월의 미국 전지훈련 평가전에 모두 주전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196cm의 큰 키를 활용한 파워에 세밀한 플레이가 더해지며 나날이 발전 중이다. 박주영의 컨디션이 나쁠 경우 선발로 쓸 수 있고, 후반에 승부수를 위한 조커로도 가치가 크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과 김신욱에 1명의 공격수를 더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유력한 선수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활약했고, 원톱과 2선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베테랑 이동국(전북)의 선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 감독은 “깜짝 발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A매치 99경기 출전 경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K리그에서 경기력을 유지 중인 데다 월드컵에서의 반복된 좌절을 깨겠다는 집념도 있기 때문이다.

MF: 유럽파 역량 극대화…남태희·이명주가 변수

홍명보 감독은 2선에 배치되는 미드필더를 활용해 원톱의 고립을 막고 다양한 공격 루트를 뚫는 전술을 선호한다. 때문에 원톱 아래 플레이메이커와 좌우 측면 공격수가 득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전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경우 최종 엔트리가 20명이라 홍 감독은 측면과 중앙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했다. 그러나 월드컵은 23명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만큼 멀티플레이어보다는 각 포지션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부터 사실상 주전 자리를 차지한 손흥민(레버쿠젠)·구자철(마인츠)·이청용(볼턴)이 2선 미드필더의 핵심 자원이다. 세 선수는 유럽에서 충분히 쌓은 경험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창의성, 뛰어난 개인기를 갖추고 있다. 이들의 활약 여부가 승패를 가름할 가능성이 크다. 이청용은 만 22세 때 참가한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을 기록한 바 있다. 구자철은 홍명보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팀의 리더고,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톱 레벨의 공격수인 만큼 이들이 주전을 점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이는 없다. 백업 멤버도 멀티플레이어 중심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최전방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이근호(상주)와 왼발 스페셜리스트인 또 다른 유럽파 김보경(카디프)이 유력하다. 나머지 한 자리에 카타르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남태희(레키야)가 주목된다. 홍명보호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리그에서 6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는 등 최근 기세가 좋다. 지난 3월 그리스전에 소집돼 홍명보 감독의 관심을 반영했다.

후방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기성용(선덜랜드)이 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글로 물의를 빚었던 기성용은 자숙 시간을 가진 후 대표팀에 복귀해 전보다 강한 책임감과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과 더불어 현재 대표팀 내에서 세계적 수준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뛰어난 시야와 경기 조율, 정확한 킥을 활용한 공격 가담 등 홍명보호의 야전사령관으로 적격이다. 기성용의 존재감이 워낙 커 경쟁자보다는 그를 보조하는 선수의 역할이 더 강조된다.

현재로선 J리거인 한국영(가시와)이 기성용의 파트너로 유력해 보인다. 지난 10월 브라질을 상대로 정교한 태클과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주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기성용도 한국영을 파트너로 삼을 때 공격 가담에서 빼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올림픽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종우(광저우 부리)도 기성용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 만약의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를 커버할 수 있는 구자철이 내려올 수 있어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둬도 사실상 4명이 배치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포지션의 변수는 이명주(포항)다. 소속팀을 K리그 클래식 선두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으로 이끌며 14경기에서 5골 7도움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명주는 기성용의 파트너가 되기엔 공격적인 선수라는 점이 걸린다. 때문에 현재의 놀라운 페이스에도 엔트리 포함을 장담할 수 없다.

DF: 윤곽 나온 포백 라인, 백업 멤버를 찾아라

현역 시절 센터백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수비 안정을 중시한다. ‘뒤에서부터 팀을 만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포백을 중심으로 한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적극적인 압박과 홍명보 감독이 주창하는 ‘러닝 디펜스’(움직이면서 상대 공격을 견제하는 전략)가 요체다. 23인 엔트리 체제에서 홍명보 감독은 포백을 구성하는 각 포지션별로 배수의 인원을 뽑을 것이 확실하다. 센터백 4명, 오른쪽 풀백 2명, 왼쪽 풀백 2명이 원칙적인 구성이다.

포백은 주전 윤곽이 그려진 상태다. 홍명보의 페르소나로 통하는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중앙에 설 것이 확실시된다. 두 선수는 U-20 월드컵 때부터 홍명보 감독이 키운 선수로 누구보다 홍명보식 수비를 잘 이해하고 있다. 홍정호는 독일 무대에서 유럽 축구를 경험하며 월드컵을 준비 중이다. 중국 무대에서 뛰는 김영권은 세계적 명장인 마르첼로 리피 감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 진출이 유력하다.

오른쪽 풀백은 이용(울산)이 경쟁자인 김창수(가시와)보다 앞서 있다. 김창수가 발목 골절로 최근에야 복귀해 경기 감각을 올리고 있는 반면, 이용은 지난해부터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왼쪽 풀백은 김진수(니가타)가 눈에 띈다. 10년간 이 포지션에서 활약했던 이영표를 연상케 하는 플레이를 펼친다. 스위스와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주호(마인츠)는 최근 박주영과 비슷한 부상을 입어 회복과 재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동원(FW) ⓒ 시사저널 포토, 이범영(GK) ⓒ 연합뉴스
수비 라인에서 홍명보 감독이 걱정하는 것은 백업 자원 확보다. 수비의 경우 징계나 부상으로 주전이 나서지 못할 경우 빠르게 구멍을 메워야 한다. 센터백 자원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곽태휘(알 힐랄)와 올림픽에서 김영권과 철벽 수비를 펼쳤던 황석호(히로시마)가 주목된다. 곽태휘는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센터백 라인에서 경험이라는 무기를 발휘할 수 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해결 능력도 탁월하다. 황석호는 센터백 외에 오른쪽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올림픽에서는 당초 홍정호·장현수에게 밀렸지만 두 선수가 본선을 앞두고 나란히 부상을 당하자 주전으로 나서 동메달 획득을 견인했다. 안정적인 수비를 펼칠 수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 가능한 장현수(광저우 부리)도 내심 욕심을 내고 있다.

풀백에서는 윤석영(QPR)이 마지막 변수다. 홍명보 감독에게 윤석영은 구자철·홍정호·김영권만큼 신뢰가 깊은 선수지만 긴 시간 경기 출전이 막혀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월드컵을 앞둔 최근 들어 경기에 나서며 다시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GK: 선발 종료, 사실상 주전 경쟁만 남아

골키퍼 포지션은 경쟁률이 낮다. 23인 엔트리 중 3명이 골키퍼인데 홍명보 감독 부임 후 소집한 골키퍼는 불과 4명이다. 홍명보 감독이 치른 3번의 국제대회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이범영(부산)이 유일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범영이 매번 1번 골키퍼로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범영은 늘 2번 골키퍼이자 승부차기의 스페셜리스트로 선발됐다. U-20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은 김승규(울산), 올림픽은 와일드카드로 뽑힌 정성룡(수원)이 1번 골키퍼를 맡았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전을 맡았던 정성룡에게 최근 기량이 일취월장한 김승규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3번 골키퍼가 누가 되느냐가 관심이다. 이범영과 유일한 해외파 골키퍼인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경쟁을 펼쳤지만 최근 이범영이 K리그 클래식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판세가 기우는 모양새다. 선발 경쟁은 사실상 끝났고 주전 경쟁만 남은 셈이다.

정성룡과 김승규가 대회 직전까지도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2010년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을 치르며 경험 있는 골키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승부차기에 대비해 연장전 막판 골키퍼 교체를 단행했지만 그 직후 실점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반짝하는 컨디션보다는 전반적인 경험과 경기 운영을 더 믿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기에 부진했던 정성룡이 반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1990년생인 김승규가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