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아’ <해수부 마피아> 에 국민 혈세까지 몰아줬다
  • 이규대·조해수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05.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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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구협, 설립 3개월 만에 국고 지원금 타내 안행부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 지원 대상 선정 내역’ 자료 분석

세월호 침몰 이후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관련 정부 부처 공무원 및 해양경찰청, 관리·감독 당국, 민간업체 등이 긴밀히 유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운 사업 관리·감독 부실 및 정부 재난 대응 난맥상의 배후에 이들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곳이 있다. ‘한국해양구조협회’(해구협)다. 협회 부총재들(30명 이내) 중 상당수가 해경, 해운조합, 한국선급, 민간 잠수업체 ‘언딘’ 등에 소속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해구협이 곧 ‘해피아’의 유착 고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구협은 지난해 1월 해경이 주도해 설립한 법정단체다. 2012년 ‘수난구호법’ 개정이 바탕이 됐다. 이를 계기로 수난구호 협력 기관 및 수난구호 민간단체가 해경과 협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민관 합동 시스템을 정비해 ‘해양구조 체계 선진화’를 이룩하자는 취지였다. 입법 후 설립된 ‘수난구호 협력 기관’이 바로 해구협이다. 세월호 침몰 후 ‘수난구호 민간단체’로는 논란에 싸인 민간업체 언딘이 활동했다.

4월18일 여객선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이 선내 수색에 나섰다. 해양경찰이 주도한 구조현장은 불신을 낳으며 혼선을 거듭했다. ⓒ 연합뉴스
해구협, 사실상 해경의 직속 기관

해구협은 외관상으로는 해경과 독립된 별도의 ‘협력 기관’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경의 ‘직속 기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회원 모집과 수익 사업 개발, 재정 확보를 적극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협회 출범 당시 해경 8000여 명 중 2300여 명이 연회비 3만원을 내고 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퇴직 간부 6명이 협회에 재취업하는 등 해구협은 해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민간업체 언딘의 김윤상 대표는 해구협 부총재를 맡고 있다. 해구협을 매개로 밀착된 해경과 언딘이 세월호 구조 활동에 전면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숱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늑장 출동, 소극적이었던 초기 대응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언딘의 바지선을 투입하려고 현장에 이미 대기 중이던 다른 바지선을 돌려보냈고,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일주일 넘게 허용하지 않았다. 언딘 잠수사의 우선 투입을 위해 해군 SSU·UDT 등 최정예 잠수요원들의 투입을 통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언딘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민간업체 ‘언딘’은 해양경찰 및 한국해양구조협회 등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실제로 세월호 침몰 직후, 현장에서는 수색 구조 작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알력이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4월22일 진도에서 만난 민간 잠수사 박 아무개씨는 “해경·군 등의 알력이 상당하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특정 세력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분열됐다. 지금 정부는 현장의 치열한 다툼을 모른다. 이를 통합하고 지휘하는 체계가 없다. 대책본부는 아무것도 못하는 허수아비 수준”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해경과 해구협, 언딘이 중심이 된 구조 체계는 현장에서 불신만 낳으며 우왕좌왕했다.

전문가들은 ‘민·관·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 관련 훈련이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축적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수색 구조에서는 ‘관’인 해경이 ‘민’과 ‘군’을 강하게 통제하려 들면서 잡음이 발생했다. ‘해경-해구협-언딘’으로 이어지는 ‘해피아’가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해구협은 정부로부터도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국민의 세금이 이 단체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시사저널이 분석한 2013~14년 안전행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 지원 대상 선정 내역’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해 1월 설립된 해구협은 불과 3개월 후 안행부의 ‘비영리 민간단체(NPO) 공익사업 지원’ 대상 단체로 선정된다. ‘국민과 함께 만드는 행복한 바다’라는 사업으로 지원금 5900만원을 받았다. 사업명만 보아서는 어떤 성격의 활동인지 알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해구협 측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인명 구조 및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했다. 70%는 정부 보조금으로, 30%는 자체 부담으로 진행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2014년에도 같은 사업으로 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2013년 및 2014년에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과 민간단체들을 살펴보면, 해구협과 같은 성격의 다른 민간 재난구조단체들은 그 어디도 관련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은 사례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과거 정부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7년의 경우, 한국해양구조단·한국구조연합회·대한인명구조협회 등이 구조 활동과 관련된 공익사업으로 각각 수천만 원 상당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관련 공익사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은 비영리 민간 재난구조단체로는 해구협이 유일하다.

‘환경 정화’ 나선 재난구조단체들

다른 단체들은 ‘안전’이라는 본업을 제쳐두고, ‘환경 보전’ ‘안보’ 등 다른 분야의 공익사업을 진행해 지원을 받는 경우가 다수였다. 국내 최대 해양재난구조 비영리 단체인 ‘한국구조연합회’의 변화가 단적인 예다. 이 단체는 이번 세월호 침몰 직후에도 다수의 민간 잠수사가 수색 활동에 참여하는 등 각종 재난·재해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단체다. 2007년만 해도 ‘특수 구조 활동’으로 국비 36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해상 사고 취약 지구 및 수도권 산악지대를 대상으로 한 사고 예방 활동, 해수욕장 5개소 인명 구조 활동, 태풍 폭우 피해 지역 복구 활동 등이었다.

그런데 이명박(MB) 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더니, 2009년부터 돌연 제안 사업을 ‘한강 정화 활동’으로 바꿨다. 이후 지금까지 같은 사업으로 매년 3000만원 후반대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재난안전에서 환경으로 아예 공익지원 사업 분야를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정동남 한국구조연합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까지만 해도 민간 특수구조단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MB 정부 들어서는 달라졌다. 구조 활동으로는 돈을 못 준다는 것이다. 사실상 지원이 끊겼다. 결국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했다. 대신 잠수 기술자들인 대원들을 동원해 한강 수중 정화 활동을 하게 됐다.” 또 다른 구조단체인 ‘대한민국해양특수구조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수년째 ‘해양 환경 보전 및 대국민 계몽 활동’으로 400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안전’이 아닌 ‘환경’ 분야로 분류된다.

NPO에 대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정부의 지원은 각 단체의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비영리 민간 구조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정적 지원 면에서나 구조 현장에서의 협조 면에서나 정부 및 해경·소방방재청 등이 민간의 활동을 억제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MB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본격화된 흐름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비영리 민간 구조단체들의 구조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은 2009년 이후 찾아볼 수 없다. 한 비영리 민간 구조단체 관계자는 “감사에서 비영리 단체인데도 (구조 관련) 공익 활동이 적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구조단체들의 규모가 대부분 영세하다. 정부 지원 없이는 공익사업을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다. 최근 수년 사이에 단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진 사례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구협이 설립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구조 관련 사업으로 상당한 국가 지원금을 따낸 것에 대해 다른 관련 단체들의 불만이 컸다고 한다. 2012년 수난구호법 개정, 2013년 해구협 설립 및 국가지원금 수령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해경 출신이 주축이 된 해구협이 특정 민간단체와 함께 해양구조 분야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15일 열린 한국해양구조협회 인천지부 창립행사. ⓒ 연합뉴스
‘안보’에 지원 퍼붓고 ‘안전’에는 소홀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 지원은 안행부가 주관한다. 정부가 미리 5~7개 사업 분야를 제시한 후, 정부로부터 비영리 민간단체로 인가돼 있는 1000여 개 단체를 대상으로 지원 신청을 받는다. 매년 정부가 어떤 사업 분야를 선정해 공고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지원금을 수령하는 각 비영리 민간단체의 사업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면 정부가 어떤 공익적 가치를 우선시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을 중시한다고 알려진 보수 정권이 들어선 이래 관련 지원액의 증가폭은 미미하다.

반면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수 이념 및 국가안보 관련 사업은 지원이 폭증했다. 2011년부터는 숫제 ‘국가안보’ 분야와 ‘재난 및 안전문화’ 분야를 한 범주로 묶어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지원 규모는 전자가 후자에 비해 월등히 많다. 국가안보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은 연 30억원 수준까지 치솟은 반면, 안전 관련 분야의 경우 5억5000만원(2008년)에서 9억원 미만 수준으로 증가세가 미미하다. 전체 비영리 단체 지원액이 2007년 기준 49억원에서 최근 130억~140억원대로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 의지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인 및 조직의 이권이 개입된 ‘한국형 관료주의’의 전형이라는 ‘해피아’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된다. 현재 사정 당국의 전 방위 감찰이 진행 중이다. 빈 수레만 요란한 전시용 정책이 아닌, 국민의 안위를 지켜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국민은 구호로만 ‘안전’을 외치는 국가가 아닌, 누구나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신뢰할 만한 국가를 바라고 있다.  


‘이중 지원’ 받은 한국해양구조협회 


한국해양구조협회(해구협)가 안전행정부의 지원금 외에도 국무총리실에서도 보조금을 지급받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16일, 국무총리실은 ‘해양 안전 예방 및 심폐소생술 교육’ 명목으로 해구협이 신청한 보조금을 승인했다. 지급될 예정이었던 보조금은 2000만원이다. 안행부의 지원 사업에 신청해 3000만원을 승인받았던 것과 사업 내용이 유사하다.

논란이 불거지자 총리실은 별도의 재심사를 가졌다. “보조금 지원과 관련된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5월2일 사업자 선정 취소를 공고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뒤늦은 조치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정부의 공익사업 지원 심사 과정에 부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행부는 사업자 승인을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 협회 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나온 ‘안전교육과 구조 안전 활동’ 등은 공익 활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협회 측의 불법 관여 사실 등이 확인되면 승인 철회를 고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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