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슈퍼에 가면 싸게 산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5.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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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대비 판매보수 30~40% 저렴…증권사·은행도 수수료 인하 경쟁

“펀드에 가입할 때 선취·후취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습니다. 꼼꼼한 자산관리 상담은 기본이죠.”(A증권사)

“가입비용이 일반 증권사나 은행보다 훨씬 싸죠.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펀드온라인코리아)

펀드 슈퍼마켓이 지난 4월24일 공식 개장하면서 증권사·은행 등 펀드 판매회사들이 바빠졌다. 소비자들이 값싼 펀드를 찾아 펀드 슈퍼로 몰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부 증권사는 펀드 가입액의 10%를 돌려주는 ‘역마진’ 행사를 여는 등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펀드온라인코리아가 개설한 펀드 슈퍼엔 영업일수 기준으로 하루 최대 1000개가 넘는 새 계좌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5월7일 현재 펀드 슈퍼에 개설된 계좌 수는 5242개다. 총 70억여 원어치다. 펀드 슈퍼에선 현재 52개 자산운용사의 공모펀드 1000여 종이 판매되고 있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증시 침체로 전체 펀드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초반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자제해 왔던 마케팅을 5월 중순부터 본격화하면 더욱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국내 47개 자산운용사가 총 218억원을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펀드 슈퍼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각종 비용이 저렴하다. 선취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매년 떼는 판매보수를 같은 종류의 오프라인 펀드에 비해 30~40% 낮췄다. 다만 가입한 후 3년 내에 환매하면 후취 수수료로 0.075(1~3년)~0.15%(1년 이내)를 받는다.

또 다른 특징은 편리한 비교 검색 기능이다. 모든 공모펀드를 3년 수익률과 판매액, 평가등급별로 비교할 수 있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가 가입할 때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소득공제 장기 펀드’만 해도 55종을 진열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펀드 슈퍼를 이용하기 위해선 우리은행이나 우체국 지점에 한 번은 들러야 한다. 실명 확인 후 펀드슈퍼(S클래스) 계좌를 개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펀드 슈퍼 홈페이지(www.fundsupermarket.co.kr)에서 공인인증서를 내려받고 자금을 이체한 다음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5영업일 이내라면 환매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다.

하루 1000개씩…펀드 슈퍼에 ‘관심’

키움증권·현대증권·국민은행 등 증권사와 은행권도 수수료 할인 등 역공에 나서고 있다. 펀드 판매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현대증권은 온라인 펀드몰 ‘에이블(able) 펀드마켓’에서 펀드 전문 인력과 우수 프라이빗 뱅커(PB)들이 펀드 추천 및 상담을 해주고 있다. 가입자들이 실시간 채팅, 전화를 통해 투자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연말까지는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취 수수료와 판매보수를 반값으로 깎아준다. 진열 펀드 수도 펀드 슈퍼보다 많은 1100여 종으로 확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이 이미 갖고 있는 펀드의 상태를 진단해주는 ‘펀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후 관리에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펀드 슈퍼의 단점으로 꼽히는 상담·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온라인 펀드 가입 때 납입액의 10%를 돌려주는 ‘역마진’ 행사를 열었던 키움증권은 이번엔 초보 투자자를 위한 검색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종전 400여 개인 펀드 수를 700여 개로 늘렸다.

은행들도 펀드 시장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체 사이트 내 펀드몰의 일부 상품 수수료를 펀드 슈퍼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각 펀드의 수익률을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편할 방침이다.

이런 변화가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만 일부 과열 양상도 빚어지고 있는 것은 흠이다. 직장인 정홍만씨는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펀드 슈퍼마켓’을 검색했다.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 펀드를 팔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하지만 그가 찾은 곳은 펀드 슈퍼를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아니라 H증권사 홈페이지였다. 이 증권사 역시 ‘펀드 슈퍼마켓’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빚어진 혼란이다.

펀드 슈퍼는 자산운용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지주회사 계열 운용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독립계 운용사들이 펀드 슈퍼를 통해 재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펀드 슈퍼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가입한 펀드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자 1(주식형)’로 집계됐다. 에셋플러스코리아는 가치 투자자로 유명한 강방천 회장이 설립한 독립 운용사다. 이 회사가 국내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의 지난 1년 수익률은 9.99%로,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13%)을 크게 앞서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메리츠자산운용·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등도 펀드 슈퍼의 출범과 맞물려 빛을 보고 있는 회사다.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독립계 운용사 중에선 깜짝 놀랄 만한 장기 성과를 자랑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펀드 슈퍼가 투자자들의 성향도 바꿔놓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가입한 후 3년 내 환매하면 후취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데다 초기 검색 기능도 ‘3년 수익률’ 위주로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있어서다.

펀드 먼저 정한 뒤 비용 비교해야

펀드 슈퍼에서 많이 검색된 펀드는 가치주·배당주 위주다. 모두 장기 투자 때 유리한 상품이다. 예를 들어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주식형)’ ‘베어링고배당(주식형)’ ‘신영고배당자(주식형)’ 등이 펀드 슈퍼 내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차장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30~40대 젊은 층이 펀드 슈퍼를 많이 찾고 있다. 가치주 등의 가입 비중을 볼 때 장기 투자자가 대부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 미리 가입할 펀드를 고른 다음 판매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가입 펀드를 정한 상태에서 수수료 등 비용만 따지면 되기 때문이다.

펀드 비용은 크게 세 가지다. 펀드에 가입할 때 내는 일회성 선취 수수료와 매년 판매사에 지급하는 판매보수, 매년 운용사에 지급하는 운용보수다. 일부 상품은 후취 수수료를 떼지만 흔치 않다.

펀드 슈퍼와 일부 증권사는 선취 수수료를 아예 없앴다. 특히 펀드 슈퍼는 판매보수를 종전 오프라인 상품에 비해 확 낮췄다. 다만 운용보수는 일반 상품과 똑같다. 판매보수 등 총비용을 살펴볼 때 소비자 입장에서 펀드 슈퍼의 가입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조다.

하지만 펀드 슈퍼나 일반 증권사·은행이 총비용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펀드도 있다. 예컨대 ‘한국밸류10년투자 소득공제(주식형)’ 펀드의 경우 어떤 곳에서 가입하든 판매보수가 0.898%로 똑같다. 이럴 땐 새 펀드에 들 때마다 일정 상품권을 주거나 상담 혜택을 제공하는 일반 증권사나 은행을 찾는 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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