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빅3’에서 승부 갈린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5.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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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강원·충북·세종 등 6곳 초박빙…6·4 지방선거 최종 판세 점검

“숱하게 선거를 치러봤지만 이런 선거는 처음 본다. 선거라는 게 막바지에 다다르면 어느 정도 당락의 윤곽이 보이는데 이번 선거는 다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음을 놓을 곳이 한 군데도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 내에서 선거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가 6·4 지방선거 최종 판세 분석을 묻는 기자에게 내놓은 대답이다. 6·4 지방선거가 5월22일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당초 6·4 지방선거는 여당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선거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쪽은 집권 여당이다. 새누리당이 우위를 점하던 선거 구도가 완전히 새로운 판으로 짜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집권 여당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세월호 참사 이후인 5월15~16일 이틀간 서울·경기·부산·충남 등 4개 지역 주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0%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하는 후보가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고전 여당, 충청·강원 공략 안간힘

초접전 양상이던 수도권 표심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에 기우는 흐름으로 변화됐다. 수도권만 여권에 비상이 걸린 게 아니다. 충북·강원·세종은 물론 부산까지 여당 후보의 고전이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19일 눈물의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했으나 그 직후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딱히 반전의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5월20~22일 전국 성인 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과가 만족할 수준이었느냐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가 44%, ‘그렇지 못했다’가 38%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밝힌 후속 대책에 대해서도 ‘적절하다’ 43%, ‘적절하지 않다’ 38%로 집계됐다(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조사, 표본 오차 ±2.8%포인트에 95% 신뢰 수준, 응답률 18%). 찬반양론이 오차 범위 내에 있거나 오차 범위를 살짝 벗어난 정도의 격차다.

정몽준 새누리당·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5월19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세월호 참사 이후 고전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은 ‘중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22일 당 지도부가 집중적으로 충청권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시작된 야권의 강세 흐름은 충청권으로, 나아가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인 부산에까지 미치고 있다. 현재 수도권 3곳의 판세는 서울 야당 우세, 인천은 야당의 박빙 우세, 경기는 여당의 박빙 우세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과 경기의 향배가 지방선거 승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국 17개 광역단체를 종합해볼 때, 여당은 텃밭인 영남권(대구·경북·울산·경남)과 대전·제주에서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야권은 서울과 호남(광주·전남·전북), 충남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나머지 6개 혼전 지역이 마지막까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당, 수도권 세 곳 싹쓸이 노려

지상파 방송 3사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공식 선거운동을 앞둔 5월17~19일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만4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유무선 전화 혼합 방식, 서울·경기의 경우 1000명씩, 신뢰 수준 95% 오차 범위 ±3.1%, 그 외 지역은 800명씩, 신뢰 수준 95% 오차 범위 ±3.4~3.5%)에서 박원순 후보는 51% 지지율로 35.4%를 얻은 정몽준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새누리당의 전통 지지층이 많은 강남 4구에서도 박 후보 지지율은 46.6%로 정 후보(39.4%)를 앞섰다.

이에 앞서 5월15~16일 실시된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설문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51.3%를 얻은 반면, 정 후보는 35.5%를 얻는 데 그쳤다. 두 달 전엔 박 후보가 2.6%포인트 앞서면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두 달 만에 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유무선 전화 혼합 방식, 각 지역 모두 500명 대상, 응답률 13.2%, 95% 신뢰 수준에서 오차 범위 ±4.4%포인트).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19~21일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박 후보가 53.5%로 정 후보(34.4%)를 여유 있게 앞서나갔다(유무선 전화 혼합 방식, 각 지역 모두 800명 대상, 응답률 평균 33.0%,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3.5%포인트). 정 후보가 지하철 사고 등 서울시의 안전 문제를 집중 공격하면서 막판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지막 남은 공식 선거운동 일주일 동안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의 선전이 기대됐던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조금 앞서나가고 있다. 방송 3사 조사에서 송 후보는 지지율 42.1%로 유 후보를 11%포인트 차이로 오차 범위를 벗어나 앞섰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41.7%로 유 후보(35.1%)에 6.6%포인트 앞섰다.

선거 막판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곳은 경기도다. 경기도는 당초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던 곳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선거판이 출렁이면서 혼전 지역으로 바뀌었다. 방송 3사 조사에서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는 35.7%의 지지율로 34.8%의 지지율을 보인 남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가 남 후보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남 후보가 39.2%로 김 후보(30.7%)를 8.5%포인트 차 오차 범위를 벗어나 앞섰다. 이보다 앞선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남 후보는 김 후보와의 대결에서 39.0% 대 32.6%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수도권에서 수세 국면을 맞고 있는 새누리당은 충청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이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충북도지사 선거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이시종 후보는 40.5%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33.7%)를 6.8%포인트 차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3사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39.1%의 지지율을 보여 윤 후보(33.0%)를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오차 범위 내에 있어 누구도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왼쪽부터)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 최흥집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강원도지사 후보 ⓒ 연합뉴스
부산에서 이변?…서병수-오거돈 혈전

초미니 광역단체인 세종시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박빙 지역이다. 방송 3사 조사에서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39.6%)와 새정치연합 이춘희 후보(40.1%)의 격차가 거의 없다. 충북도지사와 세종시장 선거가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충청권의 ‘승자’가 누구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원은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이지만, 최근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야당이 2연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역시 새정치연합의  최문순 현 지사가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은 최문순 후보가 조금 앞서 있지만,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찮아 승부는 예측불허다. 여당에서는 상승곡선을 탄 최흥집 후보의 역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최문순 후보와 최흥집 후보는 각각 37.9%와 36.3%의 지지율을 보이며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 방송 3사 조사에서도 최문순 후보(37.1%)와 최흥집 후보(36.2%)의 격차는 미미했다. 누구든 한번 삐끗하면 나락에 빠질 수 있는 분위기다.

부산도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는 39.6%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야권 단일 후보인 무소속 오거돈 후보(34.2%)를 앞섰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여서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실제로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서 후보와 오 후보가 똑같이 38.0%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과연 이변이 연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월22일 부산시 초량동 부산역사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오거돈 무소속 후보(왼쪽)가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여권의 국정 쇄신 승부수가 막판 변수

지방선거 레이스가 절정으로 치닫는 현재, 여야 중 누구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음이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안이거나 1~2%에 불과한 곳이 상당수다. 각 지역 주민들의 전통적인 지지 성향을 무색하게 하는 ‘격전지’로 떠오른 곳도 많다. 박 대통령은 5월22일 개혁 성향이 강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신임 총리 후보자로 발표하고, 그간 야권의 사퇴 압력이 거셌던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을 전격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6·4 지방선거가 혼전으로 치달으면서 부동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가장 큰 변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20~30% 유권자들의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세 국면에 몰린 여권으로서는 국정 쇄신 카드를 꺼내 반전을 꾀하고 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지방선거가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바뀌면서 야권에 유리한 국면을 맞았다”면서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전면적인 국정 쇄신 카드를 꺼낸 만큼 그 진정성이 어느 정도 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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