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00대 요직 중 69개 ‘관피아’ 차지
  • 조해수·김지영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6.03 15: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관급 이상 주요 인물 분석…의전 서열 10위권 내 PK 7명

박근혜정부의 2기 내각 및 청와대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지난 5월29일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와 국가안전처·인사혁신처 등이 신설된다. 안전·인사,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국정 핵심 4대 분야를 전담할 책임자를 두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기 내각의 실패는 단순히 조직 및 기구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내각을 구성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1년 3개월여 만에 사실상 마무리되는 박근혜정부 1기 내각 및 청와대의 차관급 이상 100대 요직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헌법상 독립기관이긴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 직할부대라 할 수 있는 감사원도 포함시켰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제외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PK를 중심으로 한 영남 출신과 고시 출신 관피아가 요직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청와대 제공
행시 전성시대, 괜한 말 아니었다

분석 결과, PK(부산·경남)와 고시 출신 관료들이 요직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통로로 지목되고 있는 행정고시는 말 그대로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한 ‘등용문’과 같았다. 100대 요직 가운데서도 등급이 나뉜다. 일반 차관급 관료를 제외한 핵심 요직 및 사정기관 등 노른자위 자리를 따로 분석해보면, 고시 출신 중에서도 사법고시 출신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관피아를 깨뜨리겠다는 지금의 정부가 ‘법피아(법조+마피아)’로 가득 차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바야흐로 지금의 정부에서는 PK를 중심으로 한 ‘영남 마피아’, 그리고 법조를 중심으로 한 ‘관피아’가 그들만의 철옹성을 굳건히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100대 요직에서 현재 공석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을 제외한 98개 자리 중 69개를 고시(행시·사시·외시·기술고시)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무려 70%가 넘는다. 고시 출신 중에서도 행시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69명의 고시 출신 중 행시 출신이 절반을 훌쩍 넘는 41명을 기록했다. 사시 출신이 14명, 외시·기술고시는 각각 7명이었다.

행시 출신들은 각 부처 장·차관을 비롯해 청와대까지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다. 청와대 내 9명의 수석비서관 중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 4명이 행시 출신으로 사시(1명)·외시(2명) 출신들을 압도했다. 행시 출신들은 14기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필두로 이호영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 29기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비(非)고시 출신 중에서는 교수 및 연구원 출신이 14명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국정원 공채, 한국은행 공채, 경찰간부후보생 등 공무원 공채 출신들도 고위 관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행시 전성시대는 박근혜정부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익 집단화’된 관피아의 실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행시 출신 고위 관료들의 카르텔을 깨고,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 행시와 민간 경력자 채용을 5 대 5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행시 출신들의 득세는 공직 내 고시와 비고시 출신 간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행시 출신들은 기수 간의 경쟁보다는 자기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공직 나눠 먹기에 열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퇴직 후까지 이어졌다. 한국노총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8개 주요 공기업 기관장·감사 중 50% 가까이가 관피아라고 지적했다.

사시 출신들도 노른자위 자리를 차지하며 세를 과시했다.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는 율사들의 독무대였고, 청와대 민정 라인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싹쓸이하며 ‘양보다 질’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영남 공화국, 그 중심은 PK

“박근혜정부에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어다.” 현 정부의 영남 편중 인사를 꼬집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 당시 ‘대탕평 인사’를 약속했지만 그 말은 공약(空約)에 그치고 말았다. 100대 요직의 출신 지역별 분포에서 영남 출신이 35명을 차지했다. 3명 중 1명은 경상도 출신인 셈이다. 24명을 기록한 서울이 뒤를 이었고, 충청 16명, 호남 13명이었다.

영남 중에서도 PK(부산·경남) 출신이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100대 요직 중에서도 핵심 자리로 범위를 좁히면 PK의 득세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 중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경남 거제), 홍경식 민정수석(경남 마산),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경남 창녕), 박흥렬 경호실장(부산)이 PK 출신이다.

사정기관 쪽을 살펴보면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이 PK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직전에 부산청장을 지냈고, 그 전 총경 시절에는 거창서장 등을 지내며 PK와 인연을 맺었다. 이른바 5대 권력기관장(감사원장·국정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중 사실상 절반을 PK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정보 수집과 분석, 대공 수사, 대테러, 방첩 등의 업무를 지휘하는 국정원 2차장(김수민) 역시 부산 출신이다.

국가 의전 서열 10위권 안에는 PK 출신이 현재까지만 무려 7명이다. 대구 출신인 박 대통령과 충남 논산이 고향인 이인복 선관위원장, 공석인 여당 대표를 제외한 국회의장(정의화), 대법원장(양승태), 헌법재판소장(박한철), 국무총리(정홍원), 야당 대표(안철수), 국회부의장(정갑윤), 감사원장(황찬현) 모두가 PK 출신이다. 낙마하긴 했지만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도 PK다. 현재 여당 내에서 차기 당권에 강력히 도전하는 김무성 의원 역시 PK 출신이다. 의전 서열 10위까지 자칫 대통령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PK로 채워질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0명을 거의 영남 인사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고향은 대구다. 그럼에도 TK(대구·경북)가 아닌 PK 출신을 중용하고 있는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힘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1992년 말 대선 당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논란을 일으킨 ‘초원복집 사건’ 이미지가 지금도 김 실장을 따라다니고 있다.  

역시 서울대…영남 지역 대학 출신 약진

서울대의 힘은 역시 막강했다. 서울대 출신은 절반에 가까운 42명을 기록했다. 2위권인 성균관대·서강대가 각각 7명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청와대에서는 9명의 수석비서관 중 5명, 17부 장관 중에서는 8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영남 지역 대학들이 약진했다는 점이다. 영남대·경북대·부산대·동아대 등 경상도 지역 대학들은 모두 8명의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를 배출했다. 반면 전남대·전북대 등 호남 지역 대학 출신은 단 2명에 그쳤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