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오른 김문수 궁지 몰린 손학규·문재인
  • 조해수·엄민우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6.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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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기존 대권 주자들 6·4 지방선거 손익계산서

6·4 지방선거가 대권 주자 부침에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그림이 새롭게 그려질 것이란 얘기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잠재적인 대권 주자들이 대거 배출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풀뿌리 민심의 선택을 등에 업고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펼 태세다. 자연스럽게 기존 대권 주자들의 향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졸지에 ‘구(舊)정치’로 몰릴 수 있다. 새누리당의 정몽준·김문수·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손학규·정동영 등이 그들이다. 한때 새 정치의 대명사였던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도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구정치의 범주에 휩쓸려 들어갈 상황에 놓였다.  

여권 잠룡들 중 태풍의 눈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사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 중 한 사람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서 김 지사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민선 경기도지사를 두 차례나 지낼 정도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한 행정 능력을 검증받은 만큼 다른 잠룡들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게다가 그동안 여권 내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정몽준 전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에 실패하면서 대권 도전이 불투명해졌다. 김 지사의 상승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많은 이유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6월4일 김문수 경기지사와 부인 설난영씨가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몽준 ‘낙선’, 김문수 여권 새 맹주 기회 

그래서일까. 최근 김 지사는 박근혜정부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자로 거론됐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내정 이전부터 여권 주변에서 ‘김문수 총리설’이 흘러나오더니, 안 전 후보자가 낙마한 직후에는 거의 확정적인 것처럼 구체적인 얘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사실상 낙점이 끝난 상태에서 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사정기관을 통해 ‘김문수 총리’에 대한 여론을 탐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여권 관계자를 통해 들려왔다. 김 지사로서는 손해 볼 게 없으리란 설명도 더해졌다. 신임 총리는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불거진 관피아를 척결하고, 국가 개조·혁신 작업을 담당하는, 말 그대로 ‘책임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지사가 당장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치에 연착륙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국무총리는 이를 위한 최고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과의 관계개선도 도모할 수 있다.

반론도 이어진다. 총리는 성배가 아닌 독배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지사의 정치적 동지로 알려진 한 측근 인사는 “정부보다는 당에서 역할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매만지던 원래의 카드는 ‘당권 도전’이었다. 당장 7월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미니 총선’으로 불릴 7월30일 재보선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선거법상 6월30일에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는 김 지사는 경기도가 아닌 타 지역에서 7월 재보선 출마가 가능하다.

현재 새누리당 당권 경쟁은 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의원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김 지사는 이 양자 구도에 본인이 직접 뛰어들 수도,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 카드가 한껏 많아진 셈이다.

6·4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문재인 의원(왼쪽, ⓒ 뉴시스)과 손학규 상임고문. ⓒ 연합뉴스
안철수 일단 ‘생존’…손학규 재보선 출마?

안철수 대표는 ‘안철수의 사람’ 윤장현 후보가 광주시장에 당선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그야말로 ‘생존’의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향후 대권 주자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안 대표가 앞으로 영향력을 확보해나가려면 몇 단계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새 정치와 점차 멀어지고 ‘옛 정치인’ 중 한 명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새 정치와 신비주의에 대해선 지루함을 느끼고 지쳤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광주에선 이겼지만 당 대표로서 수도권(인천·경기)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안 대표와 함께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 문재인 의원은 다소 머쓱하게 됐다. 두 사람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한 차례도 광주에 지원 사격을 가지 않아 당 일각에서 “차기 경쟁자인 안 대표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안 대표와 각을 세워온 문 의원은 이번 선거 기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은 여당의 차지가 됐다. 물론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문 의원 등 새정치연합의 지원을 부담스러워한 측면이 있지만, 아무튼 정치인은 굵직한 이슈와 함께해야 한다. 국제대회를 피하는 국가대표 선수는 세계 랭킹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손학규 고문은 아예 대놓고 윤장현 후보 전략 공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왔다. 그는 선거가 임박했던 지난 6월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에 내려갈 계획이 없다. 광주-호남은 누가 돼도 우리 식구니까. 새누리당하고 싸우는 데가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윤장현 후보는 TV토론에 나가 “새정치연합이 최고위원회를 열고 손 고문의 최근 발언은 분명 해당 행위이고 선거가 끝나는 대로 즉시 진상을 조사해 손 고문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발끈했고 손 고문 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맞받아쳤다.

한때 ‘핑크빛’이었던 안 대표와의 관계에 냉기가 흐르는 가운데, 자신이 특히 공을 들였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패하면서 손 고문은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거론되는 것이 7월 재보선 출마설이다. 현재 확정된 재보선 지역 가운데 경기 지역만 수원 세 곳을 포함해 모두 5곳이다. 지난 2012년 총선 출마를 거부했던 손 고문이 이번에도 계속 당의 출마 요구를 거절할지 관심거리다.

문재인 의원의 거취도 관건이다. 새정치연합 내 복수의 관계자들은 지방선거 수개월 전부터 “문 의원 등 ‘친노’ 세력은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질 경우 지도부에 책임을 물으며 반격을 노릴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었다. 신율 교수 역시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문 의원과 친노 강경파가 지도부 흔들기 등을 통해 대권 경쟁자인 안 대표와 박원순 시장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완벽한 승리도, 패배도 아닌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섣불리 지도부를 흔들었다간 또다시 “개인 욕심을 위해 당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나마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성공한 친노’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의 연계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과연 경쟁자인 안 지사와 문 의원이 손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결국 문 의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침묵을 지키며 때를 기다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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