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는 무승부, ‘미니 총선’에서 결판낸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6.11 13: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수원·김포·충청 등 최대 16곳 재보선… 새누리 과반 의석 회복 여부 주목

승부는 있었지만 승패는 없었다. 6·4 지방선거가 여야 간에 딱히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무승부’로 정리되면서, 진검승부는 7·30 재보선으로 넘겨졌다. 7·30 재보선은 이미 확정된 지역만 12곳이다. 여기에 4곳이 추가될 수 있어 최대 16개 지역의 선거가 전국에 걸쳐 치러진다. 규모 면에서 ‘미니 총선’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재보선 확정 지역 10곳은 현역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구다. 여기에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이번에 선거가 치러지는 곳이 2곳 있다. 경기 수원 을(신장용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경기 평택 을(이재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원래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였던 곳이 8곳, 새정치연합 의원 지역구가 4곳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 6곳, 충청·영남·호남 각각 2곳씩이다. 그 밖에도 현재 선거법 위반이나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지역이 4곳 더 있다. 서울과 충청 각 1곳, 호남 2곳이다. 새누리당 2곳, 새정치연합·통합진보당 각각 1곳씩이다.

 

6월4일 새누리당 개표상황실에서 서청원·이완구 공동선대위원장이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왼쪽). 6월3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광화문광장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구윤성
‘미니 총선’ 7월 재보선, 과반 의석 결정

이번 재보선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집권당의 과반 복귀 여부가 걸려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7명의 현역 의원이 출마해 의석 수가 149석으로 줄어들었다. 일시적이지만 지방선거 차출로 인해 과반(300석 기준 151석)이 무너진 상태다.

현재로서는 의석 과반 회복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정 지지율 급락의 쓰라린 경험을 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내 과반 의석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 내부의 판단이다. 특히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향후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는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 을)과 성완종 의원(충남 서산·태안)도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최소 4~5석 이상은 확보해야 안정적인 원내 과반 의석이 가능해진다.

여권이 특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 때문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보면 더욱 그렇다.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12곳의 지역구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한 곳은 4~5곳에 그쳤다. 나머지 7~8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과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와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부산 해운대·기장 갑과 울산 남구 을 정도가 안정적인 텃밭으로 분류된다. 새정치연합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낙연), 광주 광산 을(이용섭)이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여야가 각기 2개 지역구를 고루 나눠 가질 수 있지만, 나머지 선거구에서는 초박빙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어느 누구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과 충청에 8개 지역구 선거가 몰려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6·4 지방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초박빙 승부를 벌인 지역이다. 서울 동작 을(정몽준·새누리), 경기 수원 을(신장용·새정치)·수원 병(남경필·새누리)·수원 정(김진표·새정치)·김포(유정복·새누리)·평택 을(이재영·새누리), 대전 대덕(박성효·새누리), 충북 충주(윤진식·새누리) 등이다. 

6·4 지방선거의 기초단체장 당락을 통해 7·30 재보선 선거구의 민심을 살펴보면, 여권의 불안감을 감지할 수 있다. 8곳의 단체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 5곳에 이른다. 서울 동작구청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이창우 후보가 52.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새누리당 장성수 후보의 득표율은 43.0%였다. 수원 을·병·정 지역구가 포함된 수원시장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염태영 후보가 59.4%의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김용서 후보(37.8%)를 크게 따돌렸다. 경기 김포시장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유영록 후보는 48.3%의 득표율을 보이며, 신광철 새누리당 후보(42.5%)를 누르고 당선됐다.

박 대통령 정신적 고향 충청 패배 부담

충청권 2곳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특징은 야당의 충청권 광역단체장 싹쓸이다. 과거 보수 성향을 보이며 여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충청권 표심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새누리당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 선거가 치러지는 2곳 모두 대전·충주 등 도시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도시 지역에선 야당이, 농촌 지역에선 여당이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재보선이 확정된 대전 대덕구와 충북 충주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러나 대전 대덕구청장 선거에서는 여야 후보가 각각 46.5%(박수범 새누리당 후보)와 46.0%(박영순 새정치연합 후보)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불과 0.5%포인트 차의 초박빙 승부를 펼쳤다. 

여당이 충청권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뼈아프게 느끼는 이유는 이른바 ‘박정희 향수’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충청 지역은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와 향수가 전통적으로 강한 곳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면서 충청 지역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패배가 쓰라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충남 청양)와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서청원 의원(충남 천안),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의 고향이 충청 지역이라는 점에서 여당이 받은 충격은 남다르다.  

6·4 지방선거에 이어 7·30 재보선에서도 수도권과 충청권 민심의 향배가 여야의 승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에서는 충청권의 민심이 야권으로 급속히 이반된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재보선에서 안정적인 승리를 통해 정국 반전을 꾀해야 할 여권으로서는 이들 지역에 대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러한 여권 내 분위기는 재보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새누리당 전당대회(7월14일)에서 표면화될 전망이다. 이미 여권 내에서는 충청권 표심을 겨냥해 ‘충청 대표론’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나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