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제 교육감은 정권에 흔들리게 돼 있다”
  • 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6.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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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현대 민주주의는 점점 축구 경기가 되고 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보수-진보 진영 간 격렬한 이념 대립으로 선거가 상대 진영의 타도만을 외치는 스포츠가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에서 진짜 ‘축구’ 얘기가 나왔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자 ‘축구장’을 없애자는 말이 나온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이다. ‘타도’의 대상이 된 김정훈 전교조위원장을 6월12일 만났다.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성부터 필요하다. 박근혜 정권의 교육부장관은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획일적이고 지시 명령적인 비민주적인 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비전을 내놓지 않았다. (희생자를 찾아가) 눈물만 줄줄 흘렸다. 그걸 온 국민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바라봤다. 생명·평화·인권·노동의 가치가 세월호 참사 안에 다 녹아 있다. 이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교육감이 민주·진보 교육감이라고 국민들이 인정한 것이다.

ⓒ 시사저널 구윤성
당선된 진보 교육감 13명 중 8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전교조 장악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교조가 아니라) 각자 힘으로 당선된 분들이다. 오히려 전교조와 상당한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지난 진보 교육감 1기 때가 그랬다. 아무리 민주·진보 교육감이라고 해도 교육부 압력을 받으면 (변화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고, 그런 속에서 긴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선생님들의 고충이나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관련해 요구할 게 아직도 많다. 그런데 교육감은 자기 권한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진보 교육감이 얘기하는 생명·평화·인권·노동의 가치는 전교조를 떠나 기본이자 상식적인 의제다.

새누리당을 포함해 보수 세력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분이 “경기에 졌다고 축구장 없애자는 말이냐”라는 표현을 썼더라. 교육자치는 헌법 31조에 나와 있다. 그 핵심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다.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돼야 하는 것이지 의무가 아니다. 정권의 간섭에, 권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자주성이나 전문성을 보장받는 방법이 임명제에서는 곤란하다. 임명제에서는 집권 여당, 정권에 무조건 흔들리게 돼 있다. 자주성이 흔들리는 거다. 자주성이 흔들리면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한꺼번에 꺾인다. 교육감이 마치 정치인처럼 정당에서 공천을 받게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더 못 지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건 정말로 히스테리 반응이다. 오직 정권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것이다.

2기 진보 교육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 1기 때의 성과에 대해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감 권한 내에서 우리가 정말 제대로 된 가치를 공유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밑바닥부터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혁신학교를 했던 지역도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 말고 정말 부족한 지점은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또한 학교 혁신운동이 13곳 진보 교육감이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와 함께 추진했으면 좋겠다. 혁신학교는 단순한 이념 프레임이 아니다.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에 걸맞게 지원하고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17명의 교육감이 교육부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함께 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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