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엽기 토막 살인 왜?
  • 정락인 객원기자 (pressfree7@hanmail.net)
  • 승인 2014.06.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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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미혼녀의 인터넷 채팅남 토막 살해 미스터리

미혼 여성인 고 아무개씨(36)는 가끔 인터넷 채팅방에 들어가 뭇 남성들과 채팅을 했다. 유부남인 조 아무개씨(50)도 호기심에 채팅방에 자주 들어갔다. 인터넷 유료 채팅 사이트인 ‘클럽○○○○’을 이용했다. 두 사람이 한 채팅방에서 만난 것은 지난 5월25일이다. 고씨가 먼저 “우리 애인 할까요?”라고 제의했고, 조씨는 젊은 여성의 제안에 “좋지요!”라고 응답했다.

이튿날인 26일 저녁 8시쯤 조씨와 고씨는 파주 소재 통일전망대 인근 도로상에서 만났다. 조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근처에 세워놓고 고씨의 외제 승용차에 옮겨 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속전속결이었다. 처음 만난 지 10분 만에 파주의 한 무인모텔로 이동했다. 채팅한 지 하루 만에, 그것도 만나자마자 바로 모텔로 들어온 두 사람. 조씨는 젊은 여성과의 짜릿한 순간을 상상했을지 모르지만 고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의 목적은 ‘성관계’가 아니라 ‘돈’이었다. 고씨의 핸드백에 예리한 흉기가 숨겨져 있었다. 조씨의 시선이 흐트러지자 고씨는 준비해간 흉기로 사정없이 찔렀다. 무방비 상태였던 조씨는 방어할 틈도 없이 목과 가슴 등 무려 30여 곳을 난자당했다. 결국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한순간 쾌락의 유혹이 부른 비극이었다.

피의자 고 아무개씨(가운데 마스크 쓴 여성)가 피해자의 시신을 토막 낸 후 다리 부분을 파주시 조리읍의 한 농수로에 유기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 인천 남동경찰서 제공
돈에 쪼들리면서 외제차 타고 명품 치장

조씨를 살해한 고씨의 다음 처리 과정은 또 다른 미스터리다. 미리 계획된 완전범죄를 노렸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즉흥적이고 어설펐다. 시신을 자신의 승용차까지 옮기는 게 급선무였다. 고씨는 시신을 토막 낸 후 각각 옮기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모텔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과 여행용 가방, 세제 등을 구입했다. 욕실에서 전기톱을 이용해 시신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가방에 들어갈 수 있게 하반신만 톱으로 잘랐다. 몸통 부분은 검은색 여행용 가방에 담았고, 다리 부분은 비닐로 겹겹이 둘러쌌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시신에 남은 피는 최대한 제거했다. 상점에서 구입한 세제를 이용해 모텔 곳곳에 있는 핏자국을 닦아내며 살인의 흔적도 지웠다. 고씨는 시신을 옮길 준비를 다 했지만 곧바로 실행하지 않고 이틀 밤을 모텔에서 함께 잤다.

그사이 숨진 조씨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과 신용카드를 챙겼다. 범행 이튿날에는 경기도 일산의 한 귀금속점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반지와 목걸이를 30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결제는 조씨의 신용카드로 했다. 얼마 후 같은 곳에 가서 500만원어치의 귀금속을 추가로 구매하려고 했다. 귀금속점 주인에게 고씨의 행동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카드 명의자와 고씨가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 좀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귀금속점 주인은 이전의 결제 내역까지 모두 취소했다.

귀금속 구매에 실패한 고씨는 모텔로 돌아와 시신 유기에 나섰다. 5월28일 오전 7시55분쯤 모텔방에 있던 시신을 가까스로 옮겨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다. 시신을 곧바로 유기하는 대신 모텔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에서 이틀을 더 보냈다. 집에서는 컴퓨터로 시신을 유기할 곳을 물색했다. 대략 유기 장소를 정한 고씨는 5월30일 밤 승용차를 몰고 집에서 나온다. 비닐로 감쌌던 다리 부분은 이날 오후 9시쯤 파주시 조리읍의 한 농수로에 버린 후 풀로 덮었다. 그 다음에는 인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밤 11시가 넘어 남동공단에 도착했고, ㅅ공장 담벼락에 다다르자 트렁크에 있던 가방을 꺼내 유기했다. 이때가 자정이 임박한 오후 11시56분이었다. 채팅으로 조씨를 만난 지 4일 만에 살해에서 시신 유기까지 끝마친 것이다.

어설픈 고씨의 범행이 들통 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1일 오전 8시30분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나온 ㅅ공장 직원은 담벼락에 있는 여행용 가방에서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남동공단을 담당하고 있던 인천 남동경찰서 강력5팀이 현장에 출동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우선 피해자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했다. 시신은 파주 인근 고양시에 거주하는 일용직 노동자인 조씨였다.

경찰은 여행용 가방이 발견된 곳의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전날 밤 고씨의 차량이 시신 유기 장소에 있던 것이 포착됐고,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고씨는 집에서 외출하려다 잠복 중이던 형사들에게 긴급 체포됐다. 고씨는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다. 다만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조씨가 모텔에서 강제로 성폭행하려고 해서 호신용으로 갖고 있던 칼로 찔렀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고씨는 신용불량자인 데다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개인 재산도 없었고, 살고 있는 집은 제3자 명의였다. 백수건달에 빚쟁이였지만 외제차를 굴리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녔다. 고씨 본인 명의로 된 5000만원이 넘는 중형 외제차(크라이슬러)는 2012년께 출고됐지만 할부금이 연체된 상태였다. 허영심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돈에 쪼들리던 고씨는 채팅창에서 ‘조건만남’이라는 미끼를 던져 남자를 유혹했다. 고씨가 쳐놓은 그물에 조씨가 걸려든 것이다. 고씨가 필요했던 것은 현금이었다. 조씨의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현금 인출이 불가능했다.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현금화가 가능한 귀금속을 구매한 후 되파는 것이었다.

피의자 고씨가 파주의 한 모텔에서 토막 시신이 든 가방을 승용차에 싣고 있다. ⓒ 인천 남동경찰서 제공
‘자기부정’ 강하고 비정상적 정신 상태

고씨의 범행을 역추적해보면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다. 특히 시신 유기 과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고씨는 인적이 드문 파주 농수로에 시신을 한꺼번에 유기하지 않고, 두 곳에 분산했다. 이 중 몸통을 버린 곳은 파주에서 약 44㎞나 떨어진 인천 남동공단 공장 담벼락이다.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 데다 고씨가 유기한 곳은 공장 정문 바로 옆이다.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보니 사람과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어 시신 유기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고씨는 왜 파주 인근 지역도 아닌 인천 ‘남동공단’을 떠올린 것일까. 이에 대해 고씨는 “나도 여기에 왜 왔는지 모르겠다. 검색하다가 ‘남동공단’을 봤고 그러다가 왔다”고 말했다. 고씨의 컴퓨터에서는 ‘인천 수도권 매립지’와 ‘남동공단’ 등을 검색한 기록이 나왔다.

고씨의 범행 수법은 초범으로 보기에는 잔인하고 엽기적이다. 경찰도 이를 의심해 고씨의 전과 조회를 했지만 ‘도로교통법 위반’ 외에는 없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었다. 고씨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가족이 있었지만 왕래를 끊은 채 단절하다시피 살았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찾아온 가족의 면회도 거절할 정도였다. 대학은 중퇴했다. 본인은 의류매장 종업원으로 일했다고 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고씨의 외모를 본 사람들은 “남자에게 호감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고씨를 조사한 경찰관은 그가 ‘자기부정’이 강했다고 말했다. 송명수 인천 남동경찰서 강력5팀장은 “처음 조사받을 때는 범행을 시인하고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내가 한 것 같지 않고, 남이 한 것 같다’며 자기가 말한 것을 모두 부정했다”고 전했다. 현장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송 팀장은 “시신을 찌르고 훼손하는 장면을 본인이 연출하지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내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범행을 부인하기 위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고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 한 번도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조사나 현장검증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하는데, 고씨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신과 치료 전력은 없었지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고씨는 6월10일 살인죄로 인천지검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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