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과 핵심만 참여한 정부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4.06.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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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정부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고, 이렇게 선출된 대통령은 자신을 보좌할 장관 등 정무직을 임명한다. 대통령의 공직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권한인데, 정부가 비대해짐에 따라 임명하는 공직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인사로 결정 난다. ‘인사가 만사’인 셈이다.

그 점에서 박근혜정부는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총리 지명자 4명 중 2명이 낙마했고, 1명도 현재 낙마 위기에 있다. 국방부장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했지만 미국에서 성추행 물의를 일으켜 파면당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김학의 법무부 차관 등도 인사 실패다. 불과 몇 달 만에 물러난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남기 전 홍보수석, 그리고 대통령 임기 내내 청와대를 지킬 것으로 생각됐지만 조기에 물러난 이정현 전 홍보수석도 조금 다른 의미에서 역시 실패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여론의 압력으로 물러나면 그 역시 실패한 인사로 기록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단순히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언론 검증과 청문회 과정에서 총리 후보와 장관 지명자가 낙마한 경우는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지만 현 정부에서 벌어진 인사 난맥상은 ‘참사’라고밖에 달리 표현하기가 어렵다.

과거 정권에서는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집권 여당에 일정 규모의 집권 세력이 존재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정규 육사 출신과 박철언씨 등 청와대 핵심 그룹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을 함께해온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집권 세력이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386 집단’이 그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같은 집권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권력에 편승해 한자리 하거나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정권을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를 한 집단이 없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함께 몰락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박근혜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킨 집단은 넓은 의미에서 ‘친박’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군(群)이다. 그러나 정작 정권 탄생 후에는 ‘측근’과 ‘핵심’이라는 몇 명만 정권에 참여했다. 나머지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바구니에 주워 담는 방식으로 내각과 청와대를 구성했다. 그러다 보니 주인의식이 있는 집권 세력은 존재하지 않고 대통령 혼자 서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인사를 통해 정권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작동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 측근들은 외부와 접촉이 없기 때문에 시중에선 상식으로 여겨지는 평판을 모르는 경향마저 있다. 

이런 구조적인 측면 외에도 현 정부의 국정 기조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과 거리가 있다는 점도 인사 실패에 기여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한 해 동안 ‘국민 대통합’ ‘경제민주화’ ‘정치 쇄신’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취임 후에는 이런 약속을 돌보지 않았다. 문창극씨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기 전에 박 대통령은 “개혁에 적합하고, 국민이 원하는 분을 찾는다”고 했지만, 친일 문제를 접어두더라도 문창극씨는 개혁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거듭되는 인사 참사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필연적 결과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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