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멈추고 교육 개혁 나서라
  • 정병오 | 좋은교사운동본부 정책위원(문래중교사) ()
  • 승인 2014.07.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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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갈등의 1차 책임은 정부…전교조 강경 일변 대응도 문제

6월19일 행정법원이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교육부는 곧바로 전교조의 모든 전임자들에게 7월3일까지 복직할 것을 명령했고, 전교조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전임자 복직 거부와 조퇴 투쟁을 선포했다. 교육부와 전교조 간 일촉즉발의 갈등으로 교육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으로 야기된 교육계의 새로운 변화 움직임이 자칫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이라는 블랙홀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계 갈등의 1차적인 원인은 정부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부당 해고된 노동자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전교조의 규약이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교원으로 한정한 교원노조법 위반이기 때문에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과 전교조 규약의 불일치 문제는 교원노조법이 처음 생길 때부터 있었다. 전교조는 처음부터 대규모 해직 상태에서 출발했고, 노조의 특성상 해직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많이 처했기 때문에 늘 해직 조합원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부, 현실과 괴리된 법 조항 수정해야

그럼에도 박근혜정부 들어 현실 상황에 맞지 않는 법 논리를 근거로 규약 개정을 요구하고, 전교조가 이에 불응하자 ‘노조 아님’ 처분을 내린 것은, 혹시라도 전교조에 대한 강경 대응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조치에 대한 효력정지와 무효 소송 과정 가운데 진보 교육감 13명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행정법원 판결 직후 전교조 전임자 복직 명령을 내릴 것을 시·도교육청에 주문했고, 이에 대한 실행을 두고 향후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 사이의 법적 분쟁과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된 것은, 교육에서만큼은 여야와 무관하게 현재의 입시 경쟁 체제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육 개혁을 향한 국민적 열망을 제일 앞장서 실현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전교조 조합원 자격 조항은 이러한 교육 개혁에 비해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이미 전교조는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자칫 교육계가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교육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는 보수-진보 진영을 떠나 큰 사회적 손실이 될 수 있다. 좀 더 건설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먼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현실과 괴리된 법을 근거로 전교조에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이는 교육 개혁의 흐름을 끊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오히려 현실과 맞지 않는 교원노조법의 조합원 조항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진보 교육감 13명 당선이라는 국민들의 교육 개혁 열망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교육부 차원에서 교육청과 어떻게 협력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교조와 관련해서도 적대적 대립과 갈등의 관점이 아닌, 전교조가 가진 경험과 열의를 국민적 교육 개혁 열망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6월27일 법외노조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조퇴 투쟁에 나선 전교조 조합원들이 서울역광장에서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전교조의 강경 일변도 투쟁, 오히려 역효과

전교조 역시 지금처럼 강경 일변도의 투쟁 노선을 재고해야 한다. 현재 전교조는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조치에 대해 전임자들의 해직을 각오하고 전교조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강경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 개혁을 위해 함께 애쓰다가 해직당한 조합원을 저버릴 수 없다는 명분과 동시에 이와 관련한 여론도 자신들의 편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와 관련해 많은 국민은 정부가 무리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에 대한 지지나 반대와 관계없이, 9명의 해직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6만명 조합원의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와 관련해 현 정부의 대응이 무리하다는 판단을 한다고 해서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전교조가 강경 대응하는 것까지 지지하는 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다수의 국민은 전교조가 이런 정부의 무리한 시도에 휘말리지 않고, 좀 더 성숙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주길 바라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공격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유연하게 우회해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을 담아내는 일에 집중하고, 여기서 성과를 내는 것을 통해 전교조의 정당성과 정부 조치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물론 정부의 조치대로 노조 전임자들이 복직을 하게 되면 당장 전교조가 하던 많은 사업이 중단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임자들이 각자 복직한 학교에서 교육 혁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교육 개혁의 성과들이 학교에서 열매를 맺는 일에 더 매진함으로써 국민 여망에 화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교원노조법상의 조합원 자격 부분에 대한 법 개정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간다면, 다시 전교조의 법적 위상을 회복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일부 국민이 전교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정부와 전교조는 조합원 자격이라는 사소한 문제를 놓고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결과는 모처럼 주어진 교육 개혁의 기회와 에너지를 갈등과 분쟁으로 소모해버리는 일이다. 정부가 먼저 시작하고 부추긴 면이 없지 않지만, 여기에 휘말린 채 강경 일변도의 대응만 고집하는 전교조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정부든 전교조든 당장의 이익이나 자존심보다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의 절박한 염원에 더 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과 관련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란 점을 생각하고 좀 더 지혜로운 대응 방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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