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가치를 아는가
  • 윤길주 | 편집국장 ()
  • 승인 2014.07.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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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신상털기 식, 여론재판 식 여론이 반복돼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국회에 인사청문 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와 정홍원 총리 유임을 제도 탓으로 돌린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인사청문회법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다수당이던 2000년 6월 제정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6년엔 “노무현 정권이 국민을 무시한 개각을 했다”며 인사청문 대상을 장관까지 넓혔습니다.

과거에도 전관예우,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등은 중요한 낙마 사유였습니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06년 노무현 정권 때는 김병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논문 표절 의혹으로 물러났습니다. 이들은 사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가벼운 ‘흠’에 속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 정부까지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중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이 드뭅니다. 세간에서 “장관이 되려면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하나쯤은 해야 된다”고 조롱하는 지경입니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자 면면을 보면 ‘불량품 세트’ 같습니다. 이래놓고 “검증 기준이 높아져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대다수 국민이 어이없어 하는 겁니다.   

현 집권 세력의 오만은 도를 넘었습니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새누리당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들고나왔습니다. 과도한 선거비용과 비리가 그 이유입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4 지방선거 후보 중 전과 3범 이상이 595명이고, 이 중 200여 명이 당선됐습니다. 새누리당 기초의회 모 당선자는 전과 9범입니다. 이런 판국에 비리 운운하며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자는 건 뻔뻔합니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여야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합니다. 이 법은 헌법 49조에 규정된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 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여당이 법을 없애려는 건 날치기의 향수 때문으로 비칩니다. 국민이 이를 꿰고 있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고 동력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일부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했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탕평 인사, 책임총리제를 약속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간 후 이를 헌신짝 취급하니 민심이 떠날 수밖에요.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4개월 만에 정치적 생사의 기로에 섰습니다. 여당은 아차 싶었는지 다시 비상대책위를 꾸렸습니다. 천막 당사 이래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또 얼굴에 화장을 하고 표를 애걸하겠다는 심산 같습니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국가에 대한 헌신, 선공후사, 애국심, 도덕성입니다. 하지만 현 집권 세력은 이 중 어느 것 하나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정부, 더 넓게는 보수 정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외부의 공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멸하는 양상입니다. 자업자득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합리적 보수가 나서 길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박근혜정부도, 나라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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