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어디로 가는가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4.07.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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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필자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치를 두고 한국은행 사람들과 내기를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의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이 2.5%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터무니없는 소리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내기를 했다. 올해 수정 전망치가 2.5%보다 같거나 크면 한국은행의 예지력에 필자가 경배하고, 2.5%보다 작으면 한국은행은 “찌찌”가 되는 것으로 했다. 최근 드디어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이 나왔다. 2.5%는커녕 2%에도 못 미치는 1.9%라는 수치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찌찌”인 것이 그대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필자가 이 일화를 소개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그중에 필자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는 전혀 없다). 우선 필자는 한국은행 전망팀이 이런 점을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만일 정말로 몰랐다면 모두 해고감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11월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해 물가 전망치는 2.0%였고, 심지어 국제기구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물가 전망치도 2.1%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가로 ‘밥을 먹고 사는’ 한국은행이 2.5%를 터억 찍었던 것이다. 0.1%에 죽고 사는 ‘선수’들의 세계에서 이것은 전망이 아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몇 가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다. 첫째, 2.5%는 한국은행이 준수해야 할 중기 물가 안정 목표의 하한이다. 한국은행은 3년 평균으로 3%의 물가 상승을 지키기로 하고 위아래로 0.5%의 오차 밴드를 설정했다. 지금 적용되는 3년 기간은 2013년부터 2015년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에도 물가가 이 범위를 벗어났고 올해도 그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내년 물가가 어찌 되건 한국은행이 3년 평균으로 물가 안정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은행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목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확실한데도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현실이 찝찝한 것이다(수정 전망을 발표하는 7월에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했다).

둘째, 지난해 10월의 전망치는 올해 예산 편성의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왜냐하면 경상성장률이 나와야 세수 추계가 가능하고, 재정 지출은 그에 기초해서 큰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의 경상성장률은 6%대 초반에 이른다.  예산 편성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전망치인 6.5%와 근접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KDI, OECD,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치는 그 당시 모두 6%

를 하회하고 있었다.  최근에 발표된 예산정책처의 수정 전망치에 따르면 경상성장률은 5.4%까지 떨어진다. 만일 올해 예산을 6%대 미만의 경상성장률에 근거해 편성했다면 세수 추계는 더 보수적으로 되었을 것이다. 벌써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세수 부족이 발생한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다.

세월호 사태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절감하는 것은 국가 운영의 기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관피아들이야 그렇다 치고, 다른 기관들이라도 제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할 한국은행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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