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유병언이 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최근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된 ‘유병언 시신 발견 기사에 달린 최고의 댓글’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댓글 형태지만 그 이면에는 이번에 발견한 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신원미상의 시신에 ‘유병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는 것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유병언 괴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것을 두고 “믿기 힘들다”는 반응과 함께 온갖 음모론이 쏟아져 나온다. 대표적인 게 ‘유 전 회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주장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DNA 분석을 통해 유 전 회장이 맞다는 확인까지 했는데도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 불신이 괴담 진원지
사체가 유 전 회장이 아니라면 왜 국과수가 그런 결론을 내린 걸까. 이와 관련해 ‘DNA 조작설’과 ‘유병언 동생설’ 등이 제기된다.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사체의 DNA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유 전 회장의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의 DNA는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 내 작업실과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확보한 체액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체액이 유 전 회장의 것이 아니라면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유 전 회장 측이 DNA 검사에 대비해 다른 사람의 체액을 일부러 남겨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체의 DNA가 구속된 유 전 회장의 형 유병일씨의 DNA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체의 신원이 유 전 회장의 알려지지 않은 이복동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6월 중순께부터 나돌던 ‘유병언 암살설’도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유착 관계에 있는 유력 인사가 유 전 회장의 입을 막기 위해 청부 살해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보다 ‘유병언 밀항설’에 더 무게가 실렸다. 유 전 회장이 유력 인사의 비호 아래 이미 출국했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사체가 발견되면서 한 달 전 떠돌던 ‘암살 괴담’이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생존설’에서 ‘암살설’까지 현재 떠돌고 있는 ‘유병언 괴담’은 아직까지 말 그대로 괴담(괴상하고 이상야릇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추리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다. 수사 당국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왜 이러한 괴담이 나돌고 또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것이다. 괴담은 ‘불신’을 먹고 자란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괴담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에게는 세월호 참사 자체가 괴담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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