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급속 확산되는 ‘유병언 괴담’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7.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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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유병언이 되신 고인…”

‘억울하게 유병언이 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최근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된 ‘유병언 시신 발견 기사에 달린 최고의 댓글’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댓글 형태지만 그 이면에는 이번에 발견한 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신원미상의 시신에 ‘유병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는 것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유병언 괴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것을 두고 “믿기 힘들다”는 반응과 함께 온갖 음모론이 쏟아져 나온다. 대표적인 게 ‘유 전 회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주장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DNA 분석을 통해 유 전 회장이 맞다는 확인까지 했는데도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병언 생존설’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4조원대 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받다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씨를 거론한다. 조씨는 2011년 12월 중국 칭다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한 유골이 국내로 들어와 납골당에 안치됐다며 장례식 동영상까지 공개됐다. 하지만 사기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장례식이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중국에서 조씨를 봤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유 전 회장의 경우도 ‘위장 사망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 불신이 괴담 진원지

사체가 유 전 회장이 아니라면 왜 국과수가 그런 결론을 내린 걸까. 이와 관련해 ‘DNA 조작설’과 ‘유병언 동생설’ 등이 제기된다.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사체의 DNA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유 전 회장의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의 DNA는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 내 작업실과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확보한 체액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체액이 유 전 회장의 것이 아니라면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유 전 회장 측이 DNA 검사에 대비해 다른 사람의 체액을 일부러 남겨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체의 DNA가 구속된 유 전 회장의 형 유병일씨의 DNA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체의 신원이 유 전 회장의 알려지지 않은 이복동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6월 중순께부터 나돌던 ‘유병언 암살설’도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유착 관계에 있는 유력 인사가 유 전 회장의 입을 막기 위해 청부 살해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보다 ‘유병언 밀항설’에 더 무게가 실렸다. 유 전 회장이 유력 인사의 비호 아래 이미 출국했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사체가 발견되면서 한 달 전 떠돌던 ‘암살 괴담’이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생존설’에서 ‘암살설’까지 현재 떠돌고 있는 ‘유병언 괴담’은 아직까지 말 그대로 괴담(괴상하고 이상야릇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추리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다. 수사 당국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왜 이러한 괴담이 나돌고 또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것이다. 괴담은 ‘불신’을 먹고 자란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괴담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에게는 세월호 참사 자체가 괴담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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