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 정의당과 한집 살림?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07.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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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공천’ 파문 등 당내 입지 줄어 야권 통합으로 돌파구 찾을 수도

정치권의 관심은 7·30 재·보궐 선거 이후 야권의 향배로 모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이 권력 재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이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야권 전체가 위기론의 수렁에 급속히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가 작성된 뒤 열린 7·30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은 네 석을 얻는데 그쳤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선 승패의 기준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의석 ‘5석’으로 제시한 상태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원내 과반 의석 저지’를 목표로 내세웠다가, 기동민·권은희 전략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목표치를 한껏 낮췄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의 ‘5석’ 기준을 안철수 공동대표가 제시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안 대표는 7월13일 취임 100일을 기념해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냉정하게 보면 우리가 (차지하고) 있던 5곳만 현상 유지해도 저희는 잘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나오자, 당 안팎에선 “7·30 재보선 책임론 이후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6월2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안철수 대표, 김한길 대표(왼쪽부터)가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이 농성하고 있는 국회 로텐더홀을 찾아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선거 때만 되면 연대, 좋게 보겠나”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의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차기 당권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당내 각 계파들 사이에선 “현 체제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친노(親盧)’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에선 당 지도부를 향해 “선거를 망쳤다”며, 결과에 상관없이 ‘공천 책임론’을 꺼내들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한길 공동대표 측의 한 인사는 “단순한 ‘대표 흔들기’ 차원을 넘어 당내에 거대한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당내에선 한 ‘친노(親盧)’ 중진 인사가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대표적인 ‘비노(非盧)’ 인사로 유명한 김 아무개 전 의원을 캠프에 합류시켰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향후 새정치연합 내부의 치열한 당권 경쟁이 예상된다. 

다른 야당 사정도 새정치연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원내 제3당을 자임해오던 통합진보당은 수성(守成)을 목표로 했던 전남 순천·곡성 보선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종북 논란의 꼬리표로 인해 야권 연대에서도 ‘새정치연합-정의당’에 의해 사실상 ‘왕따’당하고 있다. 정의당도 노회찬 후보가 서울 동작 을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되긴 했지만, 새정치연합의 도움이 없을 경우 자생력을 갖지 못하는 극명한 한계를 노출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도부 책임론’에서, 정의당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위기론에서 자유롭긴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최근 야권 일각에서 다시 급부상하는 카드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당 대 당 통합론이다. 실제 이번 재보선에서도 양당 간 후보 단일화가 논의되던 과정에서, 야권 연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야권 연대보다는 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선거 이전엔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떤 협력도 하지 않다가, 선거 때만 되면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야권 연대 운운하는 것에 대해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왜곡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며 “정말 지향점이나 목표, 방향이 같다면, 당 차원에서의 통합을 더 본질적으로 논의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양당 간 통합론은 안철수 공동대표가 과거 독자 신당을 추진할 당시 연대설이 나돌 정도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친분이 있었다는 점도 하나의 논거로 들고 있다. 실제 안 대표가 독자 신당 추진 당시 정의당 내에선 활로 모색 차원에서 ‘안철수신당’과의 연대론이 검토되기도 했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우리가 안 대표 쪽으로 가든지, 안 대표가 우리 쪽으로 오든지 하는 데 대한 실무적 차원의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 추진 당시의 한 실무자 또한 “당시 정의당과의 연대 또는 그보다 더 진전된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7월24일 후보를 사퇴한 서울 동작 을의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왼쪽)가 노회찬 정의당 후보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포옹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원내교섭단체 함께 구성하는 방안 제기

연장선상에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재보선 이후 당내 비당권파의 흔들기가 거세질 경우, 위기 타개책으로 정의당과의 통합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김철근 새정치전략연구소장은 “선거 결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안 대표가 ‘외연 확대론’을 꺼내들면서 정의당과의 합당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양당 통합론은 다소 이르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최고위원은 “과거 안 대표가 독자 신당을 추진할 때도 정의당과의 합당까진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 옛 민주계와 ‘안철수계’의 조직 통합도 제대로 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의당과의 통합까지 가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다.

지도부 기류와는 달리 양당의 밑바닥 정서 역시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느낌이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긴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아직까지 과거 민주당적 조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당까지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 역시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겠지만, 그것도 양당 간에 사전 논의가 무르익어야 한다”며 “그러기 전까지 안 대표가 먼저 꺼내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양당 간 당 대 당 통합 대신 원내교섭단체를 함께 구성하는 것도 방안으로 제시된다. 18대 총선 직후 각각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던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과 문국현 체제의 창조한국당이 합쳐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구성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정당 활동은 독자적으로 하되 일부 핵심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교섭단체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양당의 정치적 지향이 달라 합당을 하긴 어렵지만, 정책적 부분에선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교섭단체를 함께 구성하되 정의당은 ‘진보 블록’을 인정받으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의당 관계자도 “여러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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