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오르는 데 “난 베팅했어”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7.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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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기에 고수익 내는 시니어론 펀드 인기

“고용시장이 개선되면 기준금리를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 7월16일 이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글로벌 증시와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발언자가 다름 아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었기 때문이다.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엔 큰 파문이 일었다. 

재테크 시장에서도 ‘미국 금리 인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변화는 항상 기회를 주는 법.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미국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시니어론 펀드에 시중 자금이 쏠리는 배경이다. 

ⓒ 일러스트 최길수
강남권 사모펀드에 수백억 유입

시니어론은 금리 연동형 대출 채권이다. 용어가 어렵지만 따지고 보면 단순한 구조다. 미국 은행들이 투자 부적격 등급(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에 돈을 빌려준 후 이 대출을 채권 형태로 유동화한 것. 은행 대출이란 의미에서 뱅크론으로도 불린다. 기본적으로 3개월짜리 리보(LIBOR·국제 금융 거래의 기준이 되는 런던 은행 간 금리)에 연동하는 식이어서 금리 인상기에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선순위(시니어·senior) 담보를 잡고 있기 때문에 기업 부도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금리 상승기에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니어론은 금리가 오를수록 수익이 더 난다. 변동금리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고용 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연준이 2008년 12월 이후 고수해온 ‘제로 금리’ 시대를 접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 10월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니어론이 근래 재테크 시장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모은 시기는 지난해 상반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에선 지난 한 해 동안 시니어론 펀드에 몰린 자금이 전년에 비해 5배를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엔 금리 인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시니어론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이 5.1%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시니어론은 변동성이 낮은 투자 상품이라서 기대 수익을 높여 잡는 건 금물이다. 현재 리보 3개월물 금리는 연  0.2~0.3% 수준으로, 가산금리를 반영해도 이자 수익이 매우 적다. 연 1~2%의 최저 보증 이율이 붙는 게 대부분이지만 요즘처럼  저금리 시기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진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시니어론의 ‘황금기’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됐을 때다. 연준이 1994년과 2005년 기준금리를 각각 2.5%,  2.0% 인상했는데 당시 평균 수익률이 10.32%와 5.69%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는 물론 하이일드 채권, 일반 회사채 등과 비교할 때 월등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시니어론은 모두 펀드 형태다. 해외 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거나 미국 시니어론 상장지수펀드(ETF)를 간접 매수하는 식이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시니어론 펀드는 총 59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6개가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투자자들만 가입할 수 있으며 증권사·은행 등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통해 판매된다. 사모펀드  방식이 많은 것은 시니어론 펀드가 부유층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최소 가입 금액에 대한 제한이 없지만 대개 5000만~1억원 단위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증권사 창구나 펀드 슈퍼마켓 등에서 공모형 시니어론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보통 1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시니어론 펀드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가장 오래된 펀드인 ‘맥쿼리 미국시니어론 목표 전환 사모펀드’ ‘현대 글로벌 시니어론  사모펀드’ ‘KB 뱅크론 목표 전환 사모펀드’ 등이 모두 지난해 5월 처음 설정됐다. 

대다수 시니어론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올해 평균 수익률은 연 2~3%로, 국내 정기예금 이자보다 두 배가량 높다. 설정 후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상품은 ‘삼성 시니어론플러스 사모펀드’ ‘대신 밸런스 미국시니어론 사모펀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손실액도 -1% 안팎이다. 

자금이 많이 몰린 공모형 시니어론 펀드는 ‘신한BNPP 시니어론 특별자산펀드’ ‘이스트스프링 미국뱅크론 특별자산펀드’ ‘프랭클린  미국금리연동 특별자산펀드’ 등이다. 특히 이스트스프링과 프랭클린템플턴펀드는 설정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각각 600억~7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전문가들은 시니어론 펀드에 투자할 땐 은행 예·적금 대비 최대 2배가량의 수익을 기대하는 게 적정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시니어론 펀드는 해외 펀드인 만큼 수익이 났을 때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 펀드 수익을 포함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금융소득이 2000만원(과표 기준)을 초과한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하이일드 펀드 가입했다 갈아탈 수도

좀 더 단기간 안정적이면서 고수익을 원한다면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자산의 50% 이상을 신용등급 ‘BB+’ 이하인 투기등급 채권과 ‘B+’ 이하의 기업어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다. 시니어론 펀드와 비슷한 해외 채권형이지만 기준금리가 지금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시니어론 펀드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낸다. 

올해 해외 채권형 펀드로 들어온 자금 중 90% 이상이 하이일드 펀드일 정도로 인기다. 지난 수년간 수익률이 연 8~10%로 높았던 게 주요 배경이다. ‘JP모건 단기하이일드펀드’ ‘피델리티 유럽하이일드펀드’ ‘블랙록 미국달러하이일드펀드’ 등에는 올 들어서만 수백억~수천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들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5%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하이일드 펀드는 후순위 담보를 잡고 있어 위험이 클 것 같지만 의외로 원금 손실 위험이 작다. 하이일드 채권은 기본적인 쿠폰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부도율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금리 인상을 거론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수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원금 보존을 중시하면서 좀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일단 하이일드 펀드에 투자했다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는 내년에  시니어론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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