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쌈장 팬클럽’ 탄생시킨 미디어
  •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4.08.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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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조력자 박수경 외모에 놀아나는 언론 보도에 비난 쏟아져

유병언의 아들인 유대균이 검거되고 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함께 검거된 유대균의 경호원 격 조력자인 박수경에게 엄청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매체에서 처음 유대균의 검거 사실을 전할 때부터 박수경이 큰 비중으로 보도됐다. 일개 경호원 혹은 조력자에게 ‘호위무사’라는 호칭까지 선사하며 그를 마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것처럼 그렸다. 유대균의 사진과 박수경의 사진이 거의 같은 비중으로 부각됐을 정도다.

매체에선 박수경에 대한 심층 보도에 착수했다. ‘그에게 범인 도피 혐의 외에는 다른 범죄 혐의가 없고 세월호 참사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엄벌에 처해질지는 미지수’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과거 태권도 선수와 심판으로 활동했던 경력이나 출신 학교, 키, 가정사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한 종편은 ‘경찰에 체포된 뒤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유대균씨의 경호원 박모씨가 사실은 겁이 많은 성격으로 전해졌다. 평소 마네킹 얼굴을 발로 차 눈알을 빼버리고, 뒤이어 손가락으로 남은 눈까지 공격하는 태권도 공인 6단의 박씨가 알고 보니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라며 성격까지 ‘단독 보도’로 전했다. 탈탈 털어서 더는 뽑아낼 사실이 없자 ‘유대균과 오피스텔 안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까지 보도를 이어갔다.

수행원이 스타가 된 희대의 사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도 아니고, 유병언의 죄상도 아니고, 유대균의 문제도 아닌, 그저 유대균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에게 국가적 중범죄자 수준으로 매체력이 집중된 건 매체에서 박수경을 내세울 경우 장사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에 오르내린 사람 가운데 박수경의 외모가 단연 돋보였다. 갑자기 ‘예쁜 여자’가 나타나자 미디어는 물 만난 듯 달려들었다. 중범죄 피의자도 보통은 얼굴을 가려주게 마련인데 일개 조력자인 박수경은 얼굴이 화보 수준으로 공개되며 사생활까지 만천하에 까발려졌다.

매체의 판단은 적중했다. 사람들은 ‘미녀 호위무사’ 박수경에게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와 유대균의 관계에 대해서도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걸그룹 멤버의 열애설에 저마다 소설을 쓰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급기야 ‘미녀 쌈장 박수경 팬클럽’까지 생겨나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박수경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던 미디어는 ‘미녀 쌈장 팬클럽’ 사태가 벌어지자 안면을 싹 바꾸고 범죄자 팬클럽이 나타난 세태를 개탄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박수경 팬클럽처럼 활동했던 것은 바로 그들이 아니었을까. 매체는 ‘박수경 팬질’도 장사가 되고 ‘박수경 팬질하는 사람들 꾸짖기’도 장사가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박수경 우상화’와 ‘박수경 우상화 꾸짖기’라는 상반된 논조가 동시에 나오는 정신분열적 보도가 이어졌다.

미디어가 ‘미녀쌈장 팬클럽’ 사태를 꾸짖으며 내세운 분석 프레임은 ‘범죄자 영웅화’다. 사회에 불만을 가지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들을 동경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과거 ‘살해짱 유영철 팬카페’ 사태와 비슷한 일이 터졌다는 것이다. ‘블레임룩’이라는 말도 다시 나왔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범죄자를 따라 하거나 추종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과거 신창원 티셔츠 인기, 강호순 점퍼 인기 등을 통해 회자됐던 말이다. 악명 높은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 현상도 거론됐다. 미국에선 수감된 연쇄 살인마에게 러브레터를 보내 결혼에까지 이른 여성이 나타났었다.

그런데 박수경은 이런 사례와는 경우가 다르다. 과거 영웅시된 범죄자는 모두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주체였다. 박수경은 유병언도 아니고 그 아들의 조력자에 불과하다. 아들 중에서도 핵심 경영 후계자인 유혁기가 아닌 ‘깃털’이라고까지 평가되는 유대균이다. 박수경은 그런 유대균을 수행하던 사람에 불과하니, 현재로선 깃털 중의 깃털로 보이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론 ‘유대균과 조력자 박 아무개씨가 검거됐다’며 아예 조명조차 못 받았을 존재감이다. 영웅시할 만한 근거가 매우 빈약하단 뜻이다.

결국 매체가 박수경을 이례적으로 조명하고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결국 외모였다고 판단된다. 번듯한 외모 때문에 피의자의 수행원이 스타로 격상되는 희대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 전파에 앞장서는 언론  

예쁜 여성이 스타로 떠오르는 현상은 인간 본능에서 비롯된 보편적인 일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 이고르 바스칸지이프 박사팀이 시행한 연구에선 4~5세 어린이조차도 아름다운 여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대학 대니얼 해머메시 교수의 조사에선 평균보다 예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12%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 차이에 따른 평생 수입 차이가 23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법정의 배심원이 예쁜 여성에게 좀 더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한국에선 과거 여객기 폭파범 김현희가 미모로 인해 스타가 된 사건이 있었다.

문제는 이런 외모지상주의, 루키즘(lookism)이 세계적으로 점점 더 심해지며 특히 한국에선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성공이 지상 가치가 되고, 외모가 성공으로 가는 중요한 스펙이 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2004년 강도 얼짱 신드롬이 바로 그런 시대 변화를 상징했다. 수배 전단에 나온 특수강도 수배범에게 회원 3만명이 넘는 팬카페가 생겨 일본에서까지 ‘한국 대인기 초미인 강도’라고 보도됐던 사건이다. 여기에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며 꽃처럼 생각하는 전통적 가부장주의까지 가세했다. 걸그룹 열풍까지 생겨나 외모지상주의에 불을 질렀다. 같은 시기 사회적으로 내적 가치가 붕괴되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외적 가치는 더욱 절대화됐다.

2011년 잡코리아 조사에선 여성의 90%가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2013년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강사로 나선 현직 판사가 ‘여자 변호사가 성공하려면 부모가 권력자이거나 남자보다 일을 두 배로 잘하거나 얼굴이 예뻐야 한다’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여자 운동선수를 오로지 외모로만 재단하며 ‘얼짱’ ‘굴욕 없는 몸매’라는 식의 보도에 열을 올리는 관행도 최근 들어 심해졌다. 세계 일류급 선수가 아닌 손연재가 스타가 된 것도 외모와 무관하지 않다. ‘미녀쌈장 호위무사 박수경’ 사태는 이런 흐름을 상징하는 시대적 이벤트로 기록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참 여러 면에서 한국 사회의 바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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