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병언 죽음을 자연사로 몰아가는가
  •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 ()
  • 승인 2014.08.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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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타살 의혹에도 검·경은 수사 의지 없어

8월12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초 순천의 한 묵전(다음 해 농사를 위해 경작을 쉬고 있는 밭)에서 사체로 발견된 유 전 회장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고, 장남 대균씨는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동시에 유병언 일가 재산 1244억여 원을 압류했고, 전체적으로 유병언 일가와 측근 10명, 도피 조력자 13명 등이 구속(29명) 또는 불구속(5명)됐다.

검찰이 유병언 일가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실제 새롭게 밝혀진 것은 ‘권총’과 ‘돈 가방’ 정도뿐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항을 다시 정리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김명숙씨(일명 김엄마)가 자진해 출처를 공개한 것을 압수수색이라고 강변하면서까지, 골동품 수준의 권총 몇 자루와 돈 가방을 공개하면서 별로 성과 없이 끝난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과대포장하며 덮으려고 하는 잔꾀까지 엿보인다.

지난 7월31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인천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의 위상을 볼 때 민망한 수준의 결과물임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장황한 레토릭을 빼면, 이번 검찰 수사의 본질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구상권 청구와 관련된 부분, 즉 유병언 전 회장과 세월호 참사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본인을 직접 수사해야 그 연관성 규명이 가능한데 당사자가 죽음으로써 그 수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기에 이제 수사를 그만둔다는 것이다. 그게 이번 수사 결과 발표의 ‘한 줄 정리’인 것이다. 그래서 부실한 결론을 감추기 위해 친족이라 처벌할 수 없는 유 전 회장의 매제 오갑렬 전 체코 대사를 다시 ‘도피 총책’으로 둔갑시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것이다. 그동안 동원된 엄청난 시간과 인력에 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결론을 국민들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유병언 죽음 파헤칠수록 구조적 병폐 돌출

이러한 일련의 사건 전개 속에서 교묘하게 감추고 있는 것이 있다. 만약 혹시라도 특정한 집단이나 인물이 유 전 회장과 세월호 참사의 연관성을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해 유 전 회장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이 또한 전체적인 수사의 흐름으로 볼 때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질 때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그 어떤 무엇인가를 은폐하고자 만약 유 전 회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그들 또한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유 전 회장이 죽어서 밝히지 못한 그 어떤 연관성을 그들에게서 혹은 그들을 통해 밝힐 수 있다는 논리적 귀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는 단순히 유 전 회장의 사망 원인 내지 사망 이후 흔적 등은 ‘알지 못함’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이렇기에 검·경 내부에서조차도 유 전 회장이 자연사했는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지 등에 관한 분명한 수사 방향이 없다고 하고 있다. 즉 변사체로 발견된 유 전 회장이 자살·자연사·사고사·타살 등의 가능성 각각에 따라 이번 세월호 관련 수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수사 대상인 유 전 회장이 죽었다는 결과에만 기초해 수사 불능을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억지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체 자체가 유 전 회장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국민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고, 아무리 과학적 결과를 발표해도 그 자체로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경은 왜 이렇게 명백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면서 유 전 회장의 죽음을 자연사 또는 사고사로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유 전 회장의 죽음을 파헤칠수록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들(관피아, 기업 비리, 장학생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자칫 그 연결 고리에는 검찰과 경찰 자신들이 연관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기에 그들에게 유 전 회장은 타살이 아니어야 하는 셈이다. 검·경이 유병언 비리 수사는 물론이고, 유 전 회장의 타살 가능성 수사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6월11일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금수원에 모여든 구원파 신도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자연사나 사고사 가능성 ‘제로’에 가까워

우선 유병언 비리 수사의 경우, 검·경 수사팀이 4월20일부터 114일간 해온 이른바 ‘수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우선 그들이 수사를 진행했던 대상자들이라는 것이, 수사를 통해 찾아낸 결과물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이미 노출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의 경우 종편 채널이 거의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수사의 전문가들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검·경의 수사 방식은 그 자체로 마지못해 하는 듯한 부실투성이였다. 더 이상한 것은 그들의 수사가 거의 대상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수사 대상자들은 관련 사안에 이해관계(용의자·피의자·피해자 등)를 가지고 있고, 수사에는 진술도 중요하지만 진술은 수사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 수사에는 이런 기본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그래서 유 전 회장과 순천 별장에 같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신 아무개 여인’의 진술 번복이나 오갑렬 전 대사의 메모와 같은 사태들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이상한 점은, 무엇인가 증거들이 필요할 때 너무나도 적시에 증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공개된 돈 가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런 기막힌 우연들이 자꾸 교차하는 것일까. 이런 우연은 사실상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검·경 등 정부 내 공무원들이 유 전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유 전 회장의 타살 가능성에 대한 수사도 거의 진행되지 않거나 무시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 즉 발견 당시 너무나도 이상한 시체 상태, 시체 주위의 이상한 물품들, 냄새를 확인할 수 없었던 시체 등에 대해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변사가 타살일 가능성이 큰 이유는 다른 원인들인 자살·자연사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고, 사고사(저체온사, 아사, 실족사, 독사나 말벌 등에 의한 죽음 등)의 가능성도 극히 작기 때문이다.

저체온사는 국과수 발표 현장에서 상의가 약간 올라간 것을 두고 ‘이상 탈의’ 현상이라고 판단한 법의학들에 의해 제기되었으나, 실제 사체가 발견된 장소가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민가와 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상당부분 배제되었다. 이후 여타의 방법이 제시되었으나 오히려 자연사나 사고사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증거들로 넘쳐나게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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