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전쟁터에 ‘눈꽃’이 튄다
  •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hanmail.net)
  • 승인 2014.08.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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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창업 시장 가장 뜨거웠던 아이템

올여름 창업 시장에 빙수전문점 바람이 불었다. 몇 년 전부터 슬슬 조짐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의 ‘밀탑’, 동부이촌동 ‘동빙고’, 봉천동 ‘엘가’, 부산 남포동 ‘설빙’, 홍대 ‘옥루몽’ 등은 한겨울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비수기가 따로 없는 ‘맛집’으로 등극했다.

올여름에는 빙수전문점이 프랜차이즈화되면서 폭발적인 증가를 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창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열광시키고 있는 빙수의 인기 요인은 도대체 뭘까.

우선 빙수를 구성하는 재료의 변화가 눈에 띈다. 얼음 입자가 눈처럼 부드러운 ‘눈꽃빙수’가 등장했고, 물이 아니라 우유를 직접 얼려 사용하는 ‘우유빙수’가 탄생하면서 새로운 변신에 나선 것. 토핑도 달라졌다. 팥의 완성도나 과일 토핑 재료의 고급화로 품질 만족도가 높아졌다. 빙수의 가장 큰 단점은 판매가 여름에 집중되는 계절적 한계성이다. 물론 겨울에도 냉면을 즐기는 사람이 있듯이 날씨에 상관없이 빙수를 찾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빙수만 놓고 보면 겨울 매출과 여름 매출은 큰 차이가 있다. 또 빙수라는 품목이 복제가 쉬운 아이템으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이제 시작된 빙수 바람이지만 소비자들이 여기저기 비슷한 브랜드, 비슷한 메뉴를 접하게 되면서 빙수 시장이 벌써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팥빙수 전문 매장 설빙. ⓒ 김미영 제공
최근 들어 히트 창업 아이템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도 주의할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국내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돌풍을 일으켰던 레드망고는 한때 국내 점포가 300여 개에 달했지만 현재 국내에 80여 개 점포만 남은 상태다. 해당 브랜드는 위기 타개책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고, 현재 미국에 229개 점포를 개설하는 등 총 381개의 해외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크게 인기를 끌었던 벌집아이스크림 역시 마찬가지. 아이스크림에 벌집 덩어리를 올린 아이디어 상품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그리던 벌집아이스크림전문점은 유사 브랜드가 난립하더니 결국 원조를 가리기 위한 소송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근 빙수도 빙수기와 관련한 위생 문제가 제기되면서 업체들이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세균검사 결과와 세척 절차를 시연해 보이는 등 소동이 일기도 했다.

창업자들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의 설명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빙수전문점이 인기다. 관건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향후 브랜드 라이프사이클 변수가 상존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을 한다면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는 또 “현재 영업 중인 빙수전문점 가운데는 가맹업력이 1년도 되지 않은 곳이 많다. 창업자들이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자료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과거 인기 종목들이 그랬듯이 단기간에 급팽창하면 급하강할 위험도 크다. 인기 업종의 경우 특히 브랜드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독립 점포로 빙수가게를 운영하고자 할 때는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되 차별화 포인트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빙’, 남포동 찍고 강남·홍대앞 점령하다 


한국소비자포럼과 소비자연구원이 지난 7월 히트 제품을 조사한 결과 LG전자 스마트폰 ‘G3’와 한국형 디저트 카페 ‘설빙’이 7월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정됐다. 외식 브랜드가 히트 브랜드로 선정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설빙은 지난해 4월, 부산 남포동 1호점을 시작으로 1년 6개월도 되지 않아 매장 수가 360개를 넘어섰다.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면서 내세운 대표 메뉴 인절미빙수, 인절미토스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유학해 제빵 기술과 푸드코디네이터 과정을 거친 정선희 대표(32)는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국의 전통음식 ‘떡’이 정작 한국에서는 왜 홀대받는지 의문을 가진 데서 ‘설빙’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직장생활보다는 사업에 꿈을 가졌던 그는 유학에서 돌아와 처음에는 퓨전 떡카페 ‘시루’를 열었다. 떡 마니아에게 유기농 100% 수제 떡 카페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소비층은 역시나 한정적이었다. 2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설빙’이라는 콘셉트를 찾아냈다.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은 무엇보다 ‘맛이 있어야 한다’ ‘돈이 아깝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다.”

남포동 한가운데 위치한 매장은 2층부터 4층까지 커피숍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그 흔한 전단지 한 장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님을 찾아 나선 것도 아니다. 인절미빙수와 인절미토스트를 잔뜩 만들어 미용실·의류점·신발가게 등 주변 상가를 돌아다니며 개업 인사에 나섰다. 가장 큰 경쟁력인 ‘맛’으로 설빙을 알리겠다는 심산이었다.

반응은 한 달 뒤 나타났다. 메뉴를 맛본 주변 상가 사람들이 이번에는 직접 매장을 찾아왔고, 그들이 다시 새로운 고객과 함께 들렀다. 여름이 되자 건물 밖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손님을 분산시키기 위해 남포동에만 직영점 두 곳을 추가로 개점했다. 여름철을 맞아 서울 지역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설빙의 유명세는 전국으로 퍼졌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가맹점주로 탈바꿈했다.

가맹점 개설 속도가 빨랐던 이유에 대해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1년 동안 300개가 아니라 500개가 넘었을 것이다. 남포점의 성공은 어린아이까지 사로잡는 한국식 디저트 대중화 가능성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 지역 1호점인 강남역 매장은 자리 선정에 좀 더 신경을 썼고, 매장 인테리어도 더 고급화했다. 안정적인 영업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건대·홍대·신촌 등 이른바 A급 상권에서 10여 개 점포를 올해 4월 동시에 문을 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손님들이 몰려들면서 가맹 사업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한 달에 60~70개의 가맹점이 설빙 간판을 내걸었다. 정 대표는 내년 초까지 가맹점 수 800개를 예상하고 있다.

설빙은 지난해 한 차례 겨울을 보냈다. 매출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매출 차이는 있다. 하지만 겨울에도 주말이면 대기 줄이 늘어선다. 단팥죽, 호박죽과 따뜻한 음료의 반응도 좋지만 겨울에도 빙수 매출은 꾸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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