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알카에다보다 강하고 잔혹하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4.08.28 13: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슬람국가(IS), 사회적 기반 구축하며 확장…유전 장악하고 국가 체계 갖춰

호주에 사는 칼레드 샤루프는 2007년 시드니와 멜버른 등지에서 화공약품을 사다가 구속됐다. 판사는 화공약품의 용도를 ‘테러’로 봤다. 그는 4년형을 선고받았고 형기를 꽉 채웠다. 출소한 후 샤루프에게 호주 정부는 다른 나라에 갈 수 없도록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말, 형의 여권을 이용해 아내와 세 아들을 데리고 호주를 몰래 빠져나갔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오리무중이었던 샤루프가 다시 등장한 것은 8월 초였다. 그는 트위터에 일곱 살짜리 아들의 사진을 올렸다. 모자를 쓰고 파란 옷을 입은 귀여운 소년이 양손으로 무언가를 받쳐 들고 있었다. 참수된 시리아군 병사의 머리였다. 가족과 함께 호주를 빠져나간 뒤 샤루프가 도착한 곳은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였다. 샤루프의 트위터 사진은 IS를 대표하는 두 가지를 알려주는 증거물이다. 하나는 IS를 구성하는 ‘용병’이라는 존재, 또 하나는 그들의 ‘잔혹성’이다.

지난 6월30일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에 입성한 IS가 군용차량을 타고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 REUTERS 연합
무장 조직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은 6월29일 칼리프 체제의 국가를 창시한다며 IS로 개칭했다. 지금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영향력 아래 두고 있다. 언론마다 다르게 점치지만 대체적으로 이라크의 30%, 시리아의 35% 정도를 장악한 것으로 본다.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와 달리 IS는 영토를 보유했고 지지자들도 있다. 국가 형태다. 이라크와 시리아라는 두 개의 주권국가 사이에서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군사력도 보유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주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관의 핵심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킬컬른은 “알카에다의 전투력과 헤즈볼라의 행정력을 모두 갖췄다. 국가 건설 어젠다뿐만 아니라 국가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갈수록 IS는 4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알카에다보다 강한 집단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1. 강한 용병

영국을 거점으로 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시리아 인권감시단(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은 IS에 대해 “5만명 이상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7월에만 새롭게 6000명의 조직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IS 감시단의 라미 압둘 라만 대표는 “전투원 5만명 중 2만명은 외국인이다. 7월에 새롭게 추가된 전투원은 60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IS(전신 ISIL 포함)가 출현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말했다.  

라만에 따르면 7월에 추가된 새로운 전투원 중에서도 최소 1000명 이상은 해외에서 왔다. 분포도 다양하다. 체첸공화국과 유럽, 중동, 심지어는 중국의 무슬림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터키를 통해 시리아로 들어간다. 여기에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계 무장단체인 알누스라 전선에서 이탈한 200명도 이번에 포함됐다.

IS는 좋은 무기를 갖추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아사드 정권의 정부군으로부터 빼앗았고, 이라크 모술에서는 이라크 정부군이 방치한 최신 미국 무기를 대량으로 손에 넣었다. IS가 끌고 다니는 탱크 중에는 미국 에이브럼스사(社) 제품도 있다. 대략 150억 유로(약 20조원)어치의 무기가 IS의 손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쿠르드 자치정부는 페쉬메르가라는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도 IS에 패배해 유전 지역을 뺏기고 있다. 8월3일 하루 생산량 2만 배럴에 달하는 아인자라 유전과 부투마 유전을 두고 24시간 전투를 벌였지만 승자는 IS였다. 페쉬메르가에서만 16명이 사망했다.

IS에는 전쟁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군인이 많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체첸 분쟁 등 국제적인 전투 현장을 누빈 병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미국산 최신 무기는 용병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IS는 전투원 한 명당 400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혼자는 배우자 1인당 100달러, 자녀 1인당 50달러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주택과 연료도 무상으로 받는데 외국인은 여기에 월 400달러의 수당을 추가로 더 받는다고 한다. 

#2. ‘잔혹성’을 심리전과 통치 수단으로

지하드를 호소하는 IS는 충성을 거부하면 처형하고 자신들을 받아들이면 현금을 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통치 수법으로 사용하며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IS는 점령한 지역의 소수민족과 시아파 주민의 목을 잘라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세계에 공개한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참수가 전통적 형벌의 하나다. 적대자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두려움을 주며 지배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IS는 원래 알카에다 산하에 있었지만 그 알카에다마저 “너무 잔학하다”며 절연했다.

이라크 국민도 IS가 얼마나 잔혹한지 알고 있기에 두려워한다. 그래서 “IS가 침공해왔다”는 소리가 들리면 일단 도피길에 오르고 본다. IS가 이라크 대도시인 모술을 침공했을 때 이라크 군인은 IS와 싸우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미국이 제공해준 최신식 무기를 내려놓은 뒤 군복을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IS의 잔혹성은 이라크 국민뿐만 아니라 이라크 정부군의 전투 의욕을 상실시켰을 정도인데, 심리전(戰)에서는 대성공인 셈이다. 

#3. 가장 부유한 무장 집단

무슬림 무장 집단에는 지지자들의 기부금이 적지 않게 모이는 편이다. 여기에 석유는 재정의 지속성을 보장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동부 유전 중 50곳, 이라크 북서부 유전 20곳이 IS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 뽑아낸 원유는 밀수출되고 있다.

아부다비에 위치한 델마연구소의 하산 애널리스트는 “IS는 유전부터 제지 공장까지 돈이 되는 자원은 무엇이든 지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곡식인 밀도 IS에 중요한 자원이다. IS가 장악한 이라크 지역은 곡창지대다. 특히 이라크에서 생산되는 밀의 약 40%가 IS가 장악한 5개 주에서 수확된다. IS는 자기네가 장악한 지역의 정부 저장 시설에서 밀가루를 손에 넣어 처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재자를 통해 이라크 정부에 밀 매각을 시도할 정도로 대범하다. 확보한 밀은 100만톤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금’도 재원 조달 수단이다. 자신들의 지배하에 있는 모술을 비롯해 카라코시, 틸카이프, 바르텔라, 카람레스, 알코시 등에서 IS는 기독교인들에게 개종을 하든지 인두세인 ‘지즈야’를 내든지,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택하라고 천명했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정치경제대학 중동연구소 교수는 “IS는 이 지역의 국가 분열로 생긴 공백을 메우고 있으며 알카에다와 달리 진정한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IS의 대두는 아랍 국가의 붕괴 징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IS 운영 자금의 총액은 대략 20억 달러(약 2조400여 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27일 ISIL(IS의 전신)이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붙잡은 포로들을 사살하고 있다.
#4. 주변 수니파 국가의 동조

IS는 수니파다. 중동의 대국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수니파 국가다. 그래서 이라크가 후세인 정권 이후 계속해 시아파 중심의 정부로 이어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수니파 무장 집단이 국가 설립을 선포했다.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자치정부의 페쉬메르가를 격파하고 있는 IS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일정한 공감과 칭찬이 퍼지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개혁파 학자인 모센 알와지는 “IS가 선전하면서 자신들이 마치 시아파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공감하고 있다. 실체는 없지만 과격파들, 특히 젊은 층에서 동조자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의 분석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군의 공습이 변화의 흐름을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다. 미국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다. 카터 햄 예비역 육군 대장은 8월10일 ABC 방송에 출연해 “공습은 IS의 진격을 일시 중단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 지상군 투입 없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IS는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대한 수니파의 불만이라는 자양분을 먹으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처는 수니파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다. IS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종파를 통합 못한 시아파 누리 알 말리키 전 총리는 사퇴했다. 그리고 새로운 총리로 역시 시아파인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의회 부의장이 지명됐다. 새로 들어설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수니파 세력이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수니파 국가의 억만장자들이 IS 지원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8월21일, 이라크와 멀리 떨어진 말레이시아에서 테러 모의 혐의로 잡힌 무장 세력 19명이 따르는 조직이 IS로 밝혀졌다. 이슬람 국가의 세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다.


“무기 빌려주는 선에서 마무리하지”  


쿠르드족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존망의 위협에 몰렸다. “IS(이슬람국가)가 이라크나 시리아의 모든 세력을 동원해 페쉬메르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쿠르드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쿠르드 자치정부 고위 관계자)고 판단할 정도다. 쿠르드족은 유럽연합(EU)에 SOS를 보냈다. IS와 대적할 수 있는 무기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EU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8월15일 임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무기 공여 등의 구체적 방법을 정했다. “회원국 개별 정부의 판단에 따른다”고 결론지었다. 미국이 IS 군사 거점을 공습했지만 제한적 효과에 그치자 EU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무기 공여를 논의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은 것은 복잡한 주요국들의 상황 때문이다.

영국은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여론은 이라크에 또다시 군사 개입을 하기보다는 간접적인 무기 지원에 그치자는 편이다. 지난해 시리아에 대한 군사 제재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정치적 타격을 크게 입었던 아픈 기억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잊지 않고 있다. EU의 대장 격인 독일은 메르켈 총리 도청 파문 이후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이라크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이상의 개입에 대해서는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EU가 적극적일 수 없는 이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