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전체 영향력 / 박근혜 1위, 이건희 2위, 김무성 3위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9.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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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반기문·김기춘·박원순 순…최경환 경제부총리 첫 진입

‘201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메인 테마인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를 진행하면서 시사저널 편집국은 세 가지 관점을 주목했다. 1위가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목률은 지난해에 비해 어떤 변화를 보일까. 늘 2위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오랜 기간 공석에도 불구하고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매년 ‘미래 권력’의 풍향계를 제시하며 부침을 거듭해온 3위의 주인공은 올해 누구일까. 

그 답이 나왔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여론조사 전문 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매년 실시해오고 있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예상대로 박 대통령이 올해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오른 가운데, 지목률은 78.1%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전년도 84.2%보다 6.1%포인트 낮아졌다. 즉 1000명의 전문가 가운데 781명이 박 대통령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은 것이다.

박 대통령 지목률, 전년 대비 6.1%p 하락

박 대통령의 최근 국정 지지율은 대체로 50%를 넘나든다. 이전 정권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지지율과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경우, 아무리 나쁜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지지를 보내는 30~40%의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갖고 있다. 그게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민 여론은 오피니언 리더인 전문가 그룹 여론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나타나는 대통령 지목률은 정국을 운영하는 힘의 척도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인기나 동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힘이 빠지는 모습이 보이면 영향력 평가에서 가차 없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특히 5년 단임제에서 집권 1~2년 차 시기 대통령의 힘은 절대적이다. 집권 초 어수선한 1년 차보다 2년 차에서 더 치솟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3년 차를 고비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곤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본지 조사에서 집권 1년 차(2008년) 지목률은 72.7%로 시작했다. 2년 차(2009년)엔 71.6%로 약간 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년 차(2003년)엔 70.9%였다가 2년 차(2004년)에 75.7%로 소폭 상승했다. 대체로 70%대 초반을 유지했다. 이 시기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국정 지지율은 이 전 대통령이 24%(1년 차)와 36%(2년 차)였고, 노 전 대통령이 29%(1년 차)와 23%(2년 차)였다(한국갤럽 조사, 매년 3분기 기준).

두 전직 대통령에 비하면 박 대통령의 지난해 1년 차 출발은 매우 좋았다. 지목률 84.2%. 과거 양김(김영삼·김대중) 시대 이후 80%대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집권 2년 차인 올해 지목률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78.1%로 전년 대비 6.1%포인트 하락했지만, 이전 대통령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관심은 다시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역대 정권마다 3년 차가 고비였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3년 차(2010년)에 국정 지지율이 67.5%로 떨어진 이후 57.6%(2011년), 26.1%(2012년)로 급락했다. 노 전 대통령도 3년 차(2005년)에 67.4%로 70% 선이 무너지면서 임기 말 63.2%(2006년), 57.3%(2007년)로 추락했다.   

‘경제 대통령’ 이건희 건재…이재용도 16위 첫 진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5월10일 쓰러져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후 100일이 넘게 삼성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 제1의 기업, 최대 재벌그룹을 이끄는 총수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영향력 조사에서 2위 자리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장기 공백에도 변함없는 영향력을 과시했다. 2위를 굳건히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2.2%의 지목률로 지난해(23.7%)에 비해 약간 떨어졌을 뿐이다.

본지의 역대 영향력 조사에서 2위는 늘 이 회장 차지였다.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비해 이 회장은 그야말로 임기 없는 ‘경제 대통령’이었다.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2009년 한때 3위로 떨어졌고, 대선 분위기가 절정이던 2012년 대권 주자(박근혜·안철수)에 밀려 4위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이 두 번을 제외하고는 2004년 이후 2위를 지켰다. 주목되는 점은 후계자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동 16위(1.5%)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부자의 향후 지목률 추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올해 스포트라이트 주인공은 김무성

시사저널 영향력 조사에서 매년 3위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대개 1위가 현직 대통령, 2위는 이건희 회장 몫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3위는 자리가 아닌, 그야말로 자신의 힘으로 영향력을 표출하는 인물이 차지했다. 그래서 역대 3위는 대체로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 즉 ‘미래 권력’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0년간 조사에서 이 같은 경향이 잘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과 2006년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2007년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3위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박근혜 의원이 ‘미래 권력’의 핵이었다. 심지어 2009년에는 2위, 2012년에는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을 밀어내고 영향력 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이다. 시사저널 창간 이후 이 같은 사례는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 때와 더불어 지금까지 딱 두 번뿐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3위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그는 1년 만에 4위로 밀려났고, 대신 그 자리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올라섰다. 

올해 조사에서 스포트라이트는 김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그는 올해 12.1%의 지목률로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김 대표는 지난해 21위(0.9%)였다. 가파른 수직 상승이다. 지난해 조사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3위(1.3%)에 그친 것만 봐도 김 대표가 얼마나 실세 대표인지 짐작하게 한다. 김 대표는 ‘가장 잠재력 있는 차기 대권 주자’ 조사에서 공동 1위,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인사’ 2위에 오르며 정국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제1야당의 몰락…야당 대표 박영선 16위 그쳐

4~10위권 순위에도 역시 차기 대권을 노릴 만한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다. 지난해 3위였던 안 전 대표는 올해 조사에서는 9.6%의 지목률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지목률도 전년(11.3%)에 비해 떨어졌다. 5위에 오른 반 사무총장은 매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그의 대권 도전 여부를 주목하는 것이다. 안 전 대표와 더불어 야권의 ‘잠룡 빅3’를 형성하고 있는 박 시장(7위)과 문 의원(8위)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의 상승세(지목률 2.6%→6.1%)가 돋보인다. 

올해 조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박 대통령 측근 인물이 부각된 반면, 제1야당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점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6위(6.7%)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공동 14위에서 무려 8계단이나 상승했다. ‘친박 핵심’으로 통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공동 10위(3.5%)에 오르며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동 10위에 올랐다. 반면 제1야당 대표의 이름은 사라졌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공동 16위(1.5%)에 그쳤다. 지난해 조사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6위(3.6%)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시절(2008~11년)에도 민주당 대표였던 정세균·손학규 전 대표는 ‘빅3’에 이어 꾸준히 4~5위를 유지했다. 민주당의 상징 격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9위)이 10위권에 재진입한 게 몰락한 제1야당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야권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세력)은 새누리당으로 나타났다.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면서 새누리당은 이 부문 조사에서 거의 독주를 해왔다. 꼭 집권 여당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1야당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탄핵 열풍이 불었던 2004~05년을 제외하고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곤 했다. 그에 비하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현실은 초라하다. 14.1%로 4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간신히’ 4위를 지켰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공교롭게도 올해 조사에서 1~6위 순위는 지난해와 같다. 2위는 삼성그룹이다. 새누리당과 삼성그룹의 양강 체제가 공고화되는 느낌이다. 3위는 국회다.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사무처 등 입법기관이 갖는 권한과 위상을 전문가들은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5위는 언론계가 차지했는데, 지난해와 비교해볼 때 순위는 같지만 지목률은 12.1%로 4.7%포인트 올랐다. 6위는 검찰이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7위가 지난해 국정원에서 올해 전경련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기업이 8위, 경제계가 9위에 올랐다. 최근 박근혜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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