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언론매체 / JTBC의 진격, KBS·MBC의 추락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09.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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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조선 2위, 중앙 5위, 동아 8위…한겨레, 신뢰도·열독률 ‘2관왕’

2014년 대한민국 언론계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가 불러온 후폭풍은 미디어 시장을 강타했다. 주요 언론사들의 연이은 오보 행진, 과열된 취재 경쟁 등이 뉴스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다. 대대적인 불신의 대상으로 떠오른 언론은 자기성찰을 요구받았다. 그 가운데 상당수 언론사는 참사 보도를 둘러싼 대중의 평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기도 했다. 올해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의 언론 매체 영향력 및 신뢰도·열독률 조사 결과에 그 어느 때보다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종편 채널 JTBC의 ‘진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미한 지목률을 보였던 JTBC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 등 모든 부문에서 눈부신 성장을 보이며 올해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반면 전통의 ‘빅3’로 불렸던 KBS·조선일보·MBC를 비롯한 기성 주류 언론의 위상은 예전만 못했다. 대신 한겨레가 다시 힘을 얻으며 올해 신뢰도와 열독률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2관왕을 차지했다.  

JTBC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 등 모든 지표에서 수직상승하며 기성 언론을 위협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공영방송에 대한 실망이 ‘JTBC 약진’으로

JTBC는 영향력 6위, 신뢰도 3위, 열독률 8위 등 모든 지표에서 10위 안에 진입했다. 특히 신뢰도에서 20.5%라는 높은 지목률을 얻었다. 주요 신문·방송사들을 한꺼번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각 지표마다 1% 내외 수준을 넘지 못하던 지난해에 비하면 1년 사이에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최근 5년간의 조사 결과 전체를 놓고 보아도 가장 극적인 순위 변화다. JTBC의 파란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손석희’와 ‘세월호 참사’를 열쇠말로 제시한다.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던, 언론인 손석희의 브랜드 파워가 세월호 참사를 거치며 구체적으로 검증됐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분석이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직접 진행하는 <JTBC 뉴스9>은 세월호 이슈를 집중 보도하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때 시청률이 4~5%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 교수는 “높아야 1~2% 수준인 종편 뉴스 시청률을 감안하면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보, 정말 궁금해하는 내용을 적절하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것도 JTBC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역대 조사에서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온 KBS의 위상은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KBS는 지난해 조사에서 영향력·신뢰도·열독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달랐다. 영향력에서만 1위를 수성했을 뿐, 신뢰도에서 2위, 열독률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신뢰도가 급락한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KBS를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로 꼽은 응답은 38.7%였다. 2위 한겨레(27.6%)보다 10%가량 앞서며 압도적인 신뢰도를 자랑했다. 그런데 올해 지목률은 25.8%에 그쳤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12.9%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것이 JTBC의 약진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전임 정부 이후 낙하산 사장 논란, 공정 보도 논란, KBS 구성원들의 파업 등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중립성·공정성 등 공영방송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실추됐다. 여태까지는 대항마가 없어 KBS에 대한 주목도가 유지될 수 있었을 뿐이다.” JTBC의 위상이 급속도로 상승한 배경에는 결국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KBS의 신뢰도 급락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터진 ‘KBS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 논란으로 점화된 KBS 사태는 ‘청와대 보도 외압 의혹’이라는 대형 이슈로 확산됐다. 기자회 제작 거부, 보도국 간부 사퇴, 뉴스 보도 파행 등 갈등 국면이 수개월간 지속됐다. 결국 보도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선 길환영 사장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김춘식 교수는 “KBS 사태를 계기로 의혹으로만 떠돌던 KBS와 정권 사이의 유착 관계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우리 언론학자들도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엄중한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KBS가 신뢰를 잃는 데 KBS 사태의 영향이 컸다는 뜻이다.

끝없이 추락하는 MBC…‘빅3’ 체제 무너져

또 다른 공영방송 MBC의 위상은 수년째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나마 마지막 보루였던 영향력 조사에서마저 올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밀려 4위를 기록하면서 ‘빅3’(KBS·조선일보·MBC) 구도가 무너졌다. 2011년 42%, 2012년 30.7%, 2013년 27.4%, 2014년 22% 등 빠른 속도로 지목률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신뢰도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동안 24.9%→17.2%→14.7%→9.7%로 급락을 거듭했다. 김창룡 교수는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파업 사태 당시) 역량 있는 PD와 기자들을 밀어낸 것도 MBC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29.7%의 지목률로 ‘신뢰도 1위’를 기록했던 MBC다. 그런데 4년이 지난 현재 10% 선마저 무너지는 참담한 상황을 마주했다. 열독률에서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김재철 전 사장 재임 당시 사상 초유의 장기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며 잃어버린 위상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춘식 교수는 “정권에 불편한 이슈는 피하는 반면, 연성 뉴스의 양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뉴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보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MBC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의 선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뢰도와 열독률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신뢰도 2위, 열독률 4위였다. 공영방송이 ‘위기’를 맞고, 보수 성향 일간지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한겨레가 상대적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영향력에서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으로 대표되는 보수 성향 일간지가, 신뢰도에선 ‘한·경’(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일간지가 앞서는 현상이 올해도 나타났다. 또한 열독률에서는 여전히 네이버·다음 등 포털의 강세 현상이 이어졌다.

한겨레는 신뢰도·열독률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 시사저널 구윤성
영향력 매체, KBS·조선일보 양강 체제

영향력·신뢰도·열독률 등 각 지표별로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순위 조사에서는 KBS와 조선일보의 양강 체제가 굳건하다. 지목률 59.6%와 51.2%로 다른 매체들을 압도했다. 지난해에 비해 KBS가 다소 하락한 반면 조선일보는 상승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가 지목률 30%를 돌파하며 3위에 자리매김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언론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이 된 네이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다.

4~10위권 매체들은 지난해에 비해 지목률이 대부분 떨어졌다. 6위 JTBC를 제외한 모든 매체가 그렇다. 특히 지난해 6위(18.5%)였던 동아일보는 지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8위(10.3%)로 처졌다. 민영방송사인 JTBC와 SBS에 추월당했다. 한국 신문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 할 수 있는 조·중·동 사이에 엇갈리는 명암을 순위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7위를 기록했던 포털 사이트 다음도 지목률이 8.1%포인트 떨어지며 10위(9.4%)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0위였던 YTN은 올해 JTBC 돌풍을 맞고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11위에 그쳤다. 그나마 지목률(6.7%)이 지난해(5.6%)에 비해 높아진 점이 위안거리다. 경향신문(4.4%)은 12위를 차지했다. 종편인 TV조선이 2.3%로 13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1.2%포인트 높아졌다. 또 다른 종편 채널A와 MBN은 각각 17위와 18위를 기록했다. 양대 경제지인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이 16위, 19위에 올랐다. 그 밖에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가 14위, 연합뉴스가 15위, 한국일보가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2년 사이 11~2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페이스북·구글·네이트·야후 등이 모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점도 눈길을 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는 최근 2년간 ‘KBS-한겨레-경향신문-MBC-조선일보-네이버’ 순으로 1위부터 6위까지가 고정됐었다. 하지만 올해 KBS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JTBC가 치고 올라오면서 순위 구도가 급변했다. 한겨레·KBS·JTBC가 1~3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경향신문·조선일보·MBC가 이었다. 지목률 9.4%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는 YTN의 순위가 7위로 올랐다. 8~10위권 매체들(SBS·네이버·중앙일보)은 지난해에 비해 지목률이 하락하고 순위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는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서로 다른 이념 성향을 대표하는 두 일간지가 상위권을 장식한 것이다. 지난해 1위 KBS가 올해 3위로 주저앉았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4위와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 열독률 조사 결과에서는 다음의 선전이 눈에 띈다. 순위는 지난해와 같았으나, 지목률에서 19.6%로 지난해(17.5%)보다 상승했다. 다음은 포털 경쟁사인 네이버에 비해 영향력과 신뢰도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으나, 열독률에서는 대등한 결과를 나타냈다. 네이버 지목률이 19.8%로 다음과 불과 0.2%포인트 차다.

6~10위는 경향신문·중앙일보·JTBC·YTN·동아일보가 차지했다. 지상파 방송사인 MBC와 SBS가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4~5%포인트 하락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양 방송사 지목률은 각각 11위(7%)와 13위(5.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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