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리더]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질주한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10.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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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상징 양현석·싸이·이수만 2~4위

대중문화 분야에서 차세대 리더를 향한 순위 싸움은 의외로 싱거웠다. 영화감독 봉준호가 2위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큰 격차를 보였다. 봉 감독 지목률은 21.3%, 양 대표는 14.7%에 그쳤다.

봉 감독은 올해 신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가 제작자로 나선 첫 작품인 <해무>가 개봉됐고, 미뤄졌던 <설국열차>(2013년)의 미국 개봉이 6월 말 이뤄졌다. 미국 극장 수입은 455만 달러, 미국 외 지역 매출은 8200만 달러로 매출이 제작비 대비 두 배 정도다. 이 중 한국 매출이 전체의 3분이 2가량이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봉 감독은 그의 전작 <마더>를 흑백으로 전환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했다. <설국열차>를 통해 충무로를 세계에 알리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봉 감독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일러스트 신춘성
대중문화 차세대 리더 2~4위는 K팝의 상징 인물들이 차지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가수 싸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팝의 상징적 존재다. 양현석 대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서로 가요계에 얼굴을 내민 후 1996년 현기획이라는 회사를 차려 킵식스라는 아이돌 그룹을 내놓으면서 제작자로 변신했다. 초반에 별 재미를 못 보던 그는 지누션과 원타임으로 안타를 날린 뒤 2006년 아이돌 그룹 빅뱅을 데뷔시키며 K팝의 본진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2NE1·위너 같은 육성형 아이돌 그룹이 성공하고 에픽하이·싸이·악동뮤지션 등 외부에서 영입한 아티스트까지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YG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차승원·최지우·유인나 등 배우를 영입했다. 이와 함께 제일모직과의 협업을 통해 의류업에 진출하고, 루이비통으로부터 82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K팝 기획사로서 YG보다 앞선 행보를 보인 곳이 SM엔터테인먼트다. H.O.T(1996년)와 S.E.S(1997년)를 통해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제조 시대를 열어젖힌 곳이 SM이고, 그 중심 인물이 이수만 대표다. 국내 기획사 중 아이돌 그룹이 가장 많은 곳이지만 효율성이나 관리 측면에서 최근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지난해 8월 SMC&C를 통해 울림엔터테인먼트(인피니트 소속사)를 인수한 데 대해 증권가 일각에선 ‘SM의 주가 방어용’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 하반기 엑소를 데뷔시키며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소속 아이돌 그룹 남녀 가수들이 쉴 새 없이 연애와 잠적, 탈퇴 사건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앙드레 김의 의상만큼이나 순수와 정결을 내세웠던 SM의 판타지 월드가 금이 가고 있어 이수만 대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싸이는 두 기획사 대표와는 달리 평지돌출한 경우다. 기획사 제품이 아닌 TV 쇼와 K팝 라이브 시장을 통해 발돋움한 사례다. TV 예능 쇼에서나 통하던 이미지를 극대화한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히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후 <젠틀맨>과 <행오버>를 발표했지만 최근 21억 뷰를 넘어선 <강남스타일>만큼의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싸이는 YG 소속이지만 <강남스타일> 성공 직전 기획사를 옮겼을 뿐이지 그의 음악에 YG 스타일이 입혀진 것은 없다. 싸이는 10월 중 신곡 <대디>를 발표한다.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강남스타일>을 감독했던 조수현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6위에 오른 개그맨 유재석과 공동 10위에 오른 MBC 예능 쇼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무한도전>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시작된 예능 쇼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생소한 장르를 한국에 소개했다. 이후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포맷의 쇼가 쏟아져 나왔다.

<무한도전>의 성공으로 유재석은 오랜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MC’ 반열에 올랐고 김태호 PD도 브랜드화된 ‘스타 PD’ 시대의 맨 앞줄에 서게 됐다. 2~3년 전 CJE&M의 스카우트 붐이 일었을 때 김태호 PD의 이적 여부가 관심사로 등장했을 정도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 7위

그때 옮겨간 예능 PD들이 새로운 쇼를 성공시키면서 케이블TV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동안  지상파 예능은 침체를 겪고 있는 게 요즘 방송가 풍경이다. <무한도전>도 지난 6월 9%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이하 시청률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최대 수혜자인 유재석과 <무한도전>이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7위는 관람객 1760만명을 기록한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다. 인구 5000만 나라에서 1760만명이 봤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2680만명) 세 명 중 두 명이 봤다는 의미다. 불가사의한 기록으로 남을 대기록이다. 한국인의 감성을 꿰뚫은 김한민 감독은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226만명)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2009년 개봉한 두 번째 작품 <핸드폰>(63만명)은 저조했다. 그가 흥행 감독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11년 <최종병기 활>(747만명)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이 작품에서 만주어를 구사하는 외부 침략자와의 일대일 대결을 그려 재미를 본 김 감독은 다음 작품 <명량>에서 일본어를 쓰는 외부 침략자와의 대결을 일대일 인물 중심으로 그려 1760만명(10월16일 기준) 동원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명량>에 그는 제작자 자격으로 참여했기에 100억원대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올해 가장 돈을 많이 번 대중문화인으로 꼽힐 만하다.

공동 9위에 오른 배우 최민식과 하정우는 신구 투톱이라고 할 수 있다. 최민식은 2005년 이후 대부업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등 꺾이던 배우 이력이 다시 바짝 일어선 경우다. 올 한 해 한국 박스오피스 1위작 <명량>과 미국 박스오피스 1위작 <루시>에 동시에 출연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출연작 <더 테러 라이브>와 연출작 <롤러코스터>의 동시 성공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된 하정우는 현재 연출작 <허삼관 매혈기>와 주연작 <암살>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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