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비선 조직, ‘미래 권력’ 기획한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10.3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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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의 외곽 조직·정책 모임…‘무대 사단’ 점차 수면 위로

우리 정치사를 보면 ‘미래 권력’을 꿈꾸는 잠룡은 대체로 비선 조직을 두었다. 대선 후보 경선이나 본선을 앞두고 결성되는 공식 캠프는 선거 승리를 목표로 단기간 가동된 후 해산한다.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내실 있는 캠프 조직을 갖추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거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비선 조직이다. 비선 조직은 대권 잠룡의 출발에서부터 끝까지 운명을 같이한다.

비선 조직은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우호 세력을 모으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등 장기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현재 권력’이 된 박근혜 대통령도 2007년 17대 대선 때부터, 이른바 ‘마포팀’ ‘강남팀’ 등 지역 이름을 딴 비선 조직과 관련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여의도 국회 앞에 희망포럼 등 외곽 조직 사무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김무성 대표 체제 출범을 알린 지난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능력 있는 인물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당내외 인사 영입 전쟁이 빚어진 것이다. 당시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김무성 의원 역시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과 더불어 인물 영입에 공을 들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9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경제교실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수·언론인 등 전문가 그룹 영입

당시 김 대표 측은 교수·언론인 등 전문가 그룹을 영입해 싱크탱크 및 네트워크 성격의 비선 조직 작업에 나섰다. 서울 마포에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비선 조직이 당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순히 눈앞에 다가온 전당대회만이 아닌, 향후 3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 김 대표 측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김 대표의 ‘마포팀’과 관련한 이야기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비선 팀의 존재는 김 대표가 여권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굳어질수록 정치권의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당 대표로서 당 조직이 공식적으로 있는데, 굳이 비선 조직을 따로 둘 이유가 있겠는가”라며 마포팀의 실체를 부인했다.

김 대표 주변에서 마포팀과 관련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실제 김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외곽 조직이 여의도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마포를 중심으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마포포럼’이다. 김 대표는 정치적 시련기였던 19대 총선 낙천 후 마포포럼과 인연을 맺었다. 마포포럼은 안형환·윤상일·강성천·강승규·장광근·조전혁 전 의원 등 19대 총선에서 낙천한 18대 국회의원 출신 모임이다.

김 대표는 이 포럼의 좌장으로서 지금까지도 인연을 맺고 있다. 김 대표 측근 인사는 “김 대표가 마포포럼의 회원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식사를 하는 정도로 모임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회원인 안형환 전 의원은 김 대표가 취임 후 의욕적으로 구성한 보수혁신특별위원회 간사로 임명되는 등 당내에서도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대표의 ‘최측근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를 지낸 ‘포럼오늘’ 역시 마포에 있다. 권 전 의원 또한 원외 인사이면서도 김 대표 체제 출범 후 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무성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으면서 선거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원외 인사인 그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일각에서는 “2016년 총선을 목표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서 김 대표의 인재풀을 넓히려고 최측근 인사를 기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親朴)계’로 분류되는 TK(대구·경북) 출신 정치권 인사는 “앞으로 권오을 위원장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야 한다”며 “총선이 먼 이야기 같지만 역대 당 지도부마다 총선을 2년 전부터 준비해온 관례로 봐서 이른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마포포럼’과 ‘포럼오늘’ 등 마포와 인연

포럼오늘은 권 위원장이 2009년 10월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보수와 진보 인사들을 폭넓게 불러 토론회를 열고자 설립했다. 권 위원장은 ‘합리적인 보수’를 주장하면서 ‘보수 혁신’이라는 의제에 대해 김 대표와 교감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인방 중 나머지 두 명은 새누리당 의원인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과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이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전당대회 때 친박 진영 후보로 출마해 김 대표와 각을 세웠던 홍문종 의원의 지지기반이 있는 경기도당위원장 직을 역임했다. 김 비서실장은 김 대표가 다소 수세 국면에 있었던 경기 지역에서 당심(黨心)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 취임 이후에는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강석호 부총장은 김 대표의 고교 후배(중동고)로 오랜 기간 친분이 두터웠던 인물이다. 그는 친박계가 주류인 TK 지역의 다수 현역 의원들이 서청원 의원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분위기에서도 꿋꿋하게 김 대표를 도왔다. 그는 당연직으로 당내 조직강화특위 위원을 겸하고 있다. 조직강화특위는 김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 등을 토대로 당협위원장 교체 등 조직 정비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두고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직강화특위는 조직 강화 자체보다 친박계 의원 교체용”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원내 재진입 후 각종 스터디 모임을 주도적으로 결성하면서 외연 확장과 대권 주자로서의 의제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현대사교실’ ‘통일경제교실’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보수 꼴통’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이들 모임을 통해 김 대표가 정책적인 면에서도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결성된 통일경제교실은 친박과 비박 상관없이 당 소속 국회의원 120명이 참가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통일경제교실 회장 직을 사임하고 현재는 회원으로만 남아 있다. 현재 회장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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