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쓰나미’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 광명=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11.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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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앞두고 가구업계·소비자 관심…‘일본해’ 표기 지도 판매 등 미숙함 드러내

이케아(IKEA). 인테리어 용품 및 조립식 저가형 가구를 판매하는 스웨덴 가구 기업이다. 1943년 한 소년이 시작한 시골의 작은 가구점 이케아는 반세기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가구 공룡’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저렴한 가격과 실용적인 디자인이 인기 비결이었다. 2011년 12월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케아는 오는 12월18일 경기도 광명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을 개장한다. 이케아의 한국 상륙은 스웨덴 이케아 본사가 직접 한국에 ‘이케아코리아’를 설립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가능성이 보이는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2020년까지 모두 5개의 매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속철도(KTX) 역세권에 건설 중인 이케아 광명점은 건축 면적 2만5759㎡(7792평), 연면적 13만1550㎡(3만9794평)에 이른다. 국내 대형마트 평균 면적이 3000㎡(907평)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케아 상륙을 앞두고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가구를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그러나 개장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케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매하는 제품 가격도 문제였지만 더 큰 이슈는 ‘일본해’ 표기였다. 이케아 홈페이지와 해외에서 판매하는 벽걸이용 세계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잇따랐다. 이에 코레일 측은 본래 11월18일로 예정됐던 서울역 이케아 홍보 행사 승인을 취소했고, 이케아는 11월19일 장소를 바꿔 완성되지도 않은 매장 내부 일부를 공개했다. 한국 시장 공략에 대해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비쳐졌지만 실제론 ‘해명과 사과’를 위한 자리였다.

이케아 광명점은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14분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광명역에서 이케아 광명점까지는 1㎞ 정도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 가면 3분 이내, 도보로 2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이케아 측이 공개한 부분은 매장 2층, 미리 짜놓은 일부 동선에 불과했다. 이케아 측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1층은 물건을 픽업하고 계산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고객이 이용할 입구나 카페테리아, 레스토랑은 보여주지 않았다. 아직 입구가 완성되지 않아 기자들은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유리문이었지만 유리가 아직 끼워지지 않아 문틀 속으로 입장해야 했다. 문을 지나 직원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상층(M층)으로 이동했다. 매장은 지하 3층 주차장과 지상 2층 매장·사무실로 이뤄져 있다.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이케아 광명점. ⓒ 시사저널 최준필
“저렴한 가격 원한다면 더 싼 제품 선택하라”

안드레 슈미트칼 이케아코리아 리테일 매니저는 “일본해 표기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본사와 지도를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해 조속한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감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만 리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리콜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웹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가격 공개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의 학비와 교육비가 비싸기 때문에 (가구 제품에) 낮은 가격을 책정해 재밌고 쉽게 가구를 접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가정집 80여 곳을 방문해 한국인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관세와 세금, 상품 수량 등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국가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제조 국가에 따라 서도 가격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 있게 공개한 일부 상품(MALA easel·LAMPAN table lamp)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불과 몇 백~몇 천 원 저렴할 뿐이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상품 가격을 조율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가격 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한국 시장에 맞게 책정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한 제품에도 여러 가격대가 있다.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면 더 싼 제품을 선택하라”고도 했다.

넓은 매장 내부는 천장이 매우 높아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를 연상케 했다. 매장에는 아직 정돈되지 않은 가구와 소품이 담긴 박스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매장 내에는 68개의 쇼룸이 있다. 쇼룸은 이케아 제품들을 이용해 하나의 방을 구성해놓은 것이다. 공개한 쇼룸은 침실, 거실, 아이 방 등이다.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세트 판매’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케아 관계자는 “쇼룸에 배치된 가구들을 패키지로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케아 측은 “매장을 둘러보는 데는 1시간이 걸린다.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하며 구경한다면 2시간쯤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취재진이 매장을 돌아본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중소 가구업체를 위해 마련했다는 전시 공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케아는 채용과 임금 부분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외국계 기업이라 문화와 복지가 좋을 것이라 기대한 구직자들은 이케아 채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9월29일 이케아는 워크넷에 국내 최저임금(5580원)에도 못 미치는 시급 5210원을 표기한 것이 드러나 논란을 샀다. 이후 이케아는 시급을 9200원으로 정정했지만 10월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실제 시급은 9200원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안드레 슈미트칼 매니저는 “주휴 및 유급휴일 수당이 포함되지 않은 시급을 일주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7666원이 된다. 그러나 이케아는 1년을 기준으로 시급을 산출하기 때문에 9200원이 최저 시급이 맞다”고 해명했다.

채용도 일관적이지 않았다. ‘이케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커뮤니티에 따르면,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제각각이었다. 2개월가량 기다렸지만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경우, 하염없이 기다리다 다른 곳에 지원할 기회를 놓친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불합격을 통보하면서 ‘시즌사원’(12월~3월까지 한시적으로 일하는 사원)으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개점 후 가장 바쁜 몇 달간 한시적으로 ‘이용’할 사람을 ‘시즌사원’이라는 명목으로 뽑는 것이다. 

‘일본해’ 표기 세계지도 계속 판매 중

잡코리아에 따르면 2014년 외국계 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2980만원,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2580만원이다. 이케아가 제시한 시급 9200원을 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해보면 연봉은 약 1800만원이 된다. 그러나 임금 정보 사이트인 페이스케일닷컴에서 확인한 이케아 채용 정보에 따르면 이케아 미국 매장 직원들의 시급은 최대 16.12달러(1만7879원)에 이른다. 더구나 이케아는 2015년부터 미국 이케아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17% 인상할 계획이다. 

이케아 영국 매장 직원 평균 연봉은 최대 1만9173유로(2670만원), 물류 담당 직원 연봉은 2만7132유로(3770만원)~5만8094유로(8091만원)다. 이제 문을 여는 마당에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의 연봉이 어디까지 상향 조정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처음에 이케아가 제시했던 시급과 비교해볼 때 해외 이케아 직원들의 시급과는 큰 차이를 보여 ‘임금 착취’ 비난을 받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일본해’ 표기와 같은 민감한 문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케아 측은 “이전에도 직면한 적이 있다”며 “스웨덴 단어가 다른 나라에서 좋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여진 적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일본해’ 논란 역시 단순한 단어 표기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일까. 이케아 측은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며 조속한 조치를 약속했지만, 11월21일 현재까지도 벽걸이형 세계지도는 계속 판매 중이다. 영국 사이트에서 95유로, 미국 사이트에서 129달러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스웨덴·러시아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 가구업계가 부른 ‘이케아 열풍’  


‘이케아 세대’. 해외 문화에 익숙해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지만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단기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이케아 가구를 사용하며 2년마다 거처를 옮기고 살아가는 30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주로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그들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가구를 선호한다.

이케아가 외국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 역시 소규모 가구의 삶을 드러내는 ‘간편한’ 가구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고 이사할 때 버려도 괜찮을,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품질을 지닌 가구로 이케아를 선택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부터 한국의 1인 가구와 2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2020년에는 전체 가구 중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가구 시장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2012년 방영된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어린이 가구 안전성 논란을 다뤘다. 국내의 가구업체들이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비친환경 자재(E2)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가구에서 검출되는 포름알데히드가 아이들의 정서와 정신력, 기억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국내 가구업체들이 마진을 높이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될 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케아가 사용하는 E0등급(친환경 자재)의 자재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갖게 했다. 또 “붙여놓은 가격에서 반값을 부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게 책정돼 있는 가격, 브랜드 가구라고 샀는데 AS(애프터서비스)가 안 된다는 점 등이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면서 이케아에 대한 기대 심리를 높였다.

‘이케아 불매 운동’까지 거론되는 지금, 과연 소규모 가구 시장을 노리는 이케아의 전략은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까. 해외 기업 중 한국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1998년 들어왔다가 2006년 철수한 월마트, 1996년 진출했다가 2006년 철수한 까르푸의 사례를 들어 ‘이케아 쓰나미’ 역시 ‘찻잔 속 돌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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