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정치 똑바로 하라
  • 김태일 |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4.11.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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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계파주의 극복’을 첫 혁신 의제로 내걸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 대한 ‘계파’의 반응이다.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문제다. 당당하지 못한 것 같다.

첫째, 새정치연합에는 계파가 없다는 반응이다.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친노(親盧)’ 계파의 항변이다. 이들의 주장은 계파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것이다.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계파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새정치연합을 구겨 박아 넣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친노’ 계파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펄쩍 뛴다.

그러나 계파란 실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친노 계파의 말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계파가 ‘있다’고 대답하는 현실은 무엇인가. 계파 실재론을 나쁜 의도를 가진 프레임 전략이라고 하는데, 그런 프레임이 작동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존재론으로 시비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친노 계파가 있다고 말하라. 다만 앞으로 다시는 패권주의에 빠지지 않겠다고 하라. 그것이 당당하고 책임 있는 정치 세력이 아니겠는가.  

둘째, 저쪽 계파가 문제라는 반응이다. 이른바 ‘비노(非盧)’로 불리는 계파의 주장이다.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공통점 외에는 특별한 색깔이 없는 사람들이다. 가치와 이념도 성향도 제각각이다. 이들은 ‘친노는 안 된다’는 말에서 더 나아간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이 말하는 계파 문제 해결은 친노를 비노로 대체하자는 것 정도다.

이 계파는 어떤 정체성이나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 그룹이다. 그래서 이들의 친노 계파 비판은 권력 정치의 도구로만 비친다. 계파 정치를 없애자는 것인지, 계파 정치는 불가피하지만 친노 계파가 문제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친노를 비노가 대체하면 새정치연합의 계파 문제는 해결된다는 뜻인가. 비노 계파는 이런 점들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우리는 계파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것은 한 시대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486’ 계파의 태도다. 이 그룹은 정체성이 분명하고 단결력이 강하다. 진보적 비전의 담지자를 자임하면서 대오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자기만의 특별한 깃발을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권력에 기대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계파 문제로 여론이 들끓던 2013년 초 ‘계파 해체’ 선언을 하고 잠적을 했다.

이 그룹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계파 정치에서 자신들은 무고하다는 일종의 ‘현장 부재증명’ 알리바이를

만들어놓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보는 걸까. 영리할지는 모르나 책임 있는 행동은 아니다. 486 그룹에 대한 기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새정치연합이 계파주의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다. 

새정치연합의 계파주의 문제는 결국 계파 자체가 아니라 계파 패권주의, 계파 맹목주의, 계파 이기주의인 것 같다. 이것이 제대로 된 계파 정치를 하라고 한 까닭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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