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하일성 33년 라이벌 구도 흔들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4.12.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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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설가 모두 FA 시장 나와…젊은 선수 출신과 경쟁

라이벌도 이런 라이벌이 없다. 허구연과 하일성을 두고 하는 소리다. 두 사람은 1982년부터 MBC와 KBS 간판 야구 해설가로 활약하며 33년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전·현직 프로 선수들과 야구팬 대다수가 두 사람의 해설을 들으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라이벌 구도는 올 시즌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을지 모른다. 둘 다 FA(자유계약) 해설가가 됐기 때문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프로야구 해설가다. 1982년 MBC에서 야구해설가로 데뷔한 이후 청보 감독과 롯데 수석코치를 맡을 때를 빼곤 줄곧 마이크를 잡았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이 허 위원을 “한국 야구해설계의 신화”라고 칭한 것도 오랜 해설 경력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허구연(왼쪽)과 하일성 ⓒ 뉴스뱅크이미지
허 위원의 최대 강점은 해설의 질이다. 이 위원은 “63세의 나이에도 젊은 해설가를 능가하는 감각 있는 해설을 한다. 현장 중계 때 가장 빨리 야구장에 나와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취재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허 위원의 해설은 ‘시대를 앞서간다’는 평을 듣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허 위원의 진가가 발휘되는 건 중복 중계와 국제 대회 때”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열린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중계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과 타이완이 치른 결승전은 MBC와 SBS가 동시 중계했다. 당시 정우영 캐스터-이순철 해설위원 조합에 박찬호가 가세한 SBS 중계진은 막강했다. 방송계에서 “SBS 중계 시청률이 앞설지 모른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SBS 시청률이 8.07%(시청률 조사기관 TNmS)를 기록한 데 반해 ‘한명재 캐스터-허구연 해설위원’의 MBC는 14.23%를 기록했다. 방송가에선 ‘MBC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허 위원을 꼽았다.

허구연, ‘FA 해설가’로 최고 주가

허 해설위원과 MBC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된다. 이른바 ‘FA’가 된다. MBC SPORTS+ 관계자는 “허 위원과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허 위원의 몸값이다. 현재 그는 각 방송사의 영입 후보 0순위다. ‘MBC 색깔이 강해 이적 불가’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종편으로 간 지상파 스타 PD처럼 큰돈을 베팅받는다면 이적 가능’이란 시각도 있다. 한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중역은 “요즘 추세라면 허 위원 영입 시 연봉과는 별도로 계약금이 필요할 것이다. 감독 출신 A급 해설가의 연봉이 1억2000만원 안팎임을 고려할 때 허 위원의 연봉은 그보다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이적보다는 잔류를 생각하고 있다. 평생 MBC 녹을 먹은 만큼 해설 인생의 마지막도 MBC에서 끝내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FA 해설가’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다면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FA 해설가가 됐다.

KBS N 스포츠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게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로 올 시즌을 끝으로 해설진을 대폭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하 위원도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 위원과의 재계약을 놓고 여러 고민을 했다. 난상토론 끝에 ‘새로운 피 수혈’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KBS N 스포츠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송진우 전 한화 투수코치와 전 롯데 내야수 조성환을 영입하는 대신 하일성·이병훈 위원과의 재계약은 포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위원은 “회사가 그렇다면 그런 것 아니겠느냐. 다만 아직 회사로부터 재계약 포기 의사를 듣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하일성, ‘자의 반, 타의 반’ FA

하 위원이 KBS N 스포츠와 결별한다면 33년간 이어온 ‘KBS=하일성’ 공식은 막을 내리게 된다. KBS N 스포츠는 왜 하 위원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려는 것일까. 항간엔 ‘하 위원의 해설 스타일이 요즘 젊은 시청자층과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현장 중계 때 하 위원은 거의 그라운드로 나오지 않고, 중계 부스에만 앉아 있다. 예전 스타일을 고수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 N 스포츠는 “하 위원의 해설 질은 여전히 좋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뜻에서 해설진 교체를 시도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방송가에선 하 위원이 KBS N 스포츠를 떠나도 마이크는 계속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유는 2015년부터 5개 방송사가 프로야구 중계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PD는 “조만간 프로야구 5번째 중계사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5채널의 경우 기존 4개 방송사가 이미 해설위원과 계약을 끝마친 터라, 해설가 영입난에 시달릴 게 분명하다. 하 위원처럼 이미 검증된 해설위원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PD는 덧붙여 “프로야구 중계 시청자층은 대개 30대 후반~60대다. 중년층 이상에선 하 위원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다. 시청률 보장이 필요한 5채널에 하 위원이야말로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허 위원과 하 위원의 향후 거취가 방송가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사이 MBC SPORTS+, KBS N 스포츠, SBS스포츠 등 주요 케이블 스포츠 채널은 해설위원 영입을 대부분 끝마쳤다.

MBC, 이종범·정민철…KBS, 송진우·조성환

프로야구 시청률 1위인 MBC SPORTS+는 일찌감치 이종범·정민철 전 한화 코치를 새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최근엔 전 두산 투수 김선우까지 가세했다. MBC SPORTS+ 관계자는 “감독급 해설가 1~2명을 더 보강할 것이다. ‘에이스’ 허구연 위원을 필두로 최강 해설진을 구축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KBS N 스포츠는 송진우·조성환 위원에 이어 또 한 명의 해설가 영입을 준비 중이다. KBS N 스포츠 관계자는 “감독 출신 해설가가 필요하다. ‘1선발’인 이용철 해설위원과 함께 새 해설위원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때 ‘해설가 몸값을 높여놓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해설가 영입을 했던 SBS스포츠는 올해는 영입에 애를 먹는 듯하다. SBS스포츠 관계자는 “김정준·김재현 위원이 한화 코치로 떠나면서 투수 출신 C씨와 야수 출신 L씨를 새로 영입했다. 추가로 해설위원을 영입하려 힘쓰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입하려 했던 해설가를 타 방송사가 데려가면서 영입 전선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 중계를 한 스포츠 채널은 MBC SPORTS+, KBS N 스포츠, SBS스포츠, XTM 등 4개사였다. 하루에 열리는 4경기를 4개 방송사가 나눠 맡았다. 그러나 2015시즌부턴 하루 5경기가 열린다. 10구단 KT가 1군 리그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방송가에선 프로야구 중계를 담당할 5번째 방송사가 어디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방송사 관계자는 “스포츠 중계는 모두 적자다. 야구 중계만 흑자다. 예능 프로그램이 주가 되는 XTM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스포츠 채널은 프로야구 중계 수익으로 1년을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프로야구 중계에 뛰어드는 방송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다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프로야구만 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프로야구를 중계했던 한 케이블 채널 관계자는 “시청자의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채널이라도 프로야구를 중계하면 인지도가 높아진다. 죽어가는 채널을 살리는 데 최소 100억원 이상 든다고 볼 때 한 해 40억원가량의 중계권료가 드는 프로야구 중계는 ‘값싸고 효과 좋은 화타의 침’”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중계 ‘제5 채널’로는 어느 방송사가 유력할까. 방송가에선 종편인 JTBC와 신생 스포츠 채널 ‘스카이스포츠’를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B방송사 편성 관계자는 “JTBC는 채널 인지도와 자금력, 스카이스포츠는 모그룹(KT)의 후방 지원이 강점”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JTBC는 케이블과 IPTV를 통틀어 대개 채널이 10번대다. 반면 스포츠 채널은 대부분 30번대 이후다. JTBC가 지상파를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데 반해 스포츠 채널은 그렇지 않다. 시청자의 채널 접근성만 따지자면 JTBC가 훨씬 유리하다. 중앙일보가 모회사인 JTBC는 자금력에서도 지상파 방송사급이다. 개국한 지 얼마 안 되는 스카이스포츠는 반드시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 형편이다. 모그룹 KT가 IPTV 사업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카이스포츠가 프로야구 중계권만 따온다면 부가가치를 낼 수 있을 것이다.”

12월 중순까지의 흐름만 본다면 제5 채널은 스카이스포츠보다는 JTBC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방송가 관계자 대다수가 JTBC의 우세를 점친다. 한 방송사 A국장은 “기존 스포츠 채널도 JTBC가 내년부터 프로야구 중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JTBC가 제5 채널이 된다면 프로야구 중계는 일대 변혁을 맞을 전망이다. A국장은 “JTBC가 프로야구를 중계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기존 스포츠 채널의 시청률을 따라잡을 것이다. 프로야구 광고 시장도 JTBC 참여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JTBC가 평일에도 야구 중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A국장은 “JTBC의 오후 6시 이후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이 2% 이상이다. 잘 나와야 1.3%인 야구 중계를 JTBC가 황금 시간대인 오후 6시30분부터 10시까지 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JTBC가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내면 토·일요일 낮 시간만 야구 중계를 하고, 평일 중계는 계열사인 Q채널에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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