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카지노 VIP룸이 비었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4.12.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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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개혁 칼날에 중국 도박꾼들 발길 ‘뚝’

지난 7월 부패 혐의로 체포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가 끝내 시진핑의 칼날에 쓰러졌다. 중국 지도부는 그에게 공산당 차원의 유죄 판결을 내린 뒤 검찰로 송치했다. ‘석유방’의 핵심인 저우 전 서기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우리 돈으로 17조원 가까이 모았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시진핑 주석과 경쟁 관계였다가 몰락한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와 마찬가지로 저우 전 서기도 당적이 박탈되고 정치생명을 잃은 만큼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부패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1949년 신중국 건설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또 한 명의 정적을 제거하고 내부 권력투쟁에서 승리하면서 권력 기반을 더욱 다지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의 반(反)부패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이제 관심은 저우융캉에 이은 다음 ‘부패 호랑이’가 누가 될지로 옮겨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로 마카오를 찾는 중국 VIP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 Imaginechina
대륙이 반부패 흐름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중국 광둥(廣東)성 남부에 있는 도박의 성지 마카오(정식 명칭 아오먼(澳門)특별행정구) 역시 생채기가 났다. 시진핑의 개혁 불똥이 마카오로 옮겨붙은 것이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중국인 관광객이 대륙에서 넘어오지만 막상 카지노 객장은 한가하다. 지난 7월 휴가철에 필자가 찾은 베네시안 카지노는 갬블링 테이블의 절반이 텅 비어 있었다. 한 딜러는 “올해 들어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수치로 잘 드러난다. 12월4일 마카오 정부는 “11월 도박산업의 수입이 지난해 동기 대비 19.6%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6월 이래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마카오, 라스베이거스 제치고 도박 도시 1위

마카오 도박산업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마카오의 역사부터 이해해야 한다. 명(明) 조정은 1557년 포르투갈인들에게 해적을 토벌한 대가로  마카오 반도 일부를 특별 거주지로 조차했다. 당시 명나라는 해적이 들끓는 쓸모없는 땅을 포르투갈인들에게 주어 주변 지역을 안정시키려 했다. 마카오가 정식으로 포르투갈 영토가 된 것은 19세기다. 1849년 포르투갈은 마카오를 자유무역항으로 선포해 마카오 반도 전체를 점령했다. 1887년 쇠락한 청(淸) 조정을 압박해 우호통상조약을 체결해 마카오를 영구히 할양받았다. 1955년 중국 정부는 과거 제국주의 침략기에 맺어진 불평등 조약을 모두 폐기해 마카오에 대한 주권 문제를 제기했다. 1979년 포르투갈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마카오가 중국 영토임을 인정했다. 1987년 4차례에 걸린 협상 끝에 양국은 마카오 반환 협정에 서명했다. 1999년 12월 마카오가 중국의 품으로 되돌아오면서 대륙 내 외국 조차지는 모두 사라졌다.

현재 마카오는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따라 마카오인에 의한 마카오 자치 통치를 하고 있다. 마카오 행정수반은 지난 8월 재선된 페르난도 추이 사이-온(崔世安) 행정장관이다. 추이 장관은 미국 유학파로 중국어·영어·포르투갈어에 능통한 엘리트다. 입법회 의원(1992?95년), 사회문화사장(1999?2009년)을 역임했고, 2009년 임기 5년의 행정장관에 선출됐다. 추이 장관이 재선에 성공한 배경은 지난 10여 년간 마카오 도박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본래 마카오 도박산업은 1962년 스탠리 호(何鴻)가 사업권을 획득한 후 홀로 이끌어왔다. 1921년 홍콩에서 태어난 스탠리 호는 포르투갈의 정·재계 인사들과 강력한 관시(關係)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40년간 카지노를 독점 운영하면서 ‘아시아의 도박왕’으로 군림해왔다. 1990년대 스탠리 호는 마카오 GDP(국내총생산)의 40% 이상을 창출했고, 그가 낸 세금은 정부 세수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지금도 마카오 내 카지노 중 20개가 스탠리 호의 SJM홀딩스 소속이다.

2001년 8월 중국은 카지노 투자 개방을 결정해 도박산업의 획기적 전환을 이뤘다. 이 결정은 마카오 도박산업을 세계적으로 도약시킨 계기가 됐다. 2002년 마카오 정부는 심사를 거쳐 SJM홀딩스 외에 샌즈, 갤럭시, 윈 리조트, MGM그랜드 등 6개사에 새 카지노 면허를 줬다. 이들 신규 업체는 카지노 객장을 잇따라 개설해 현재 35개를 운영하고 있다. 마카오가 세계 카지노업계의 각축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마카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로 발돋움했다. 최근 10년간 마카오 도박산업은 평균 3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돈은 무려 45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라스베이거스의 7배에 달한다. 마카오 세수의 80% 이상이 카지노에서 나온다. 도박산업의 호황 덕에 마카오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주민이 됐다. 지난해 마카오의 1인당 GDP는 9만1376달러(2001년 1만5007달러)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카타르에 이어 세계 4위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실업률은 1.7%로 완전 고용 수준이다. 마카오 정부는 카지노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세금을 활용해 2008년부터 매년 주민들에게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과거 악명 높았던 폭력조직도 일소했다. 중국은 마카오를 돌려받은 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삼합회를 소탕했다. 현재 마카오의 치안은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다.

중국 VIP 비중 56%로 역대 최저치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펼치는 부패와의 전쟁은 마카오 도박산업에 일격을 가했다. 대륙에서 오던 VIP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마카오 고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큰손은 VIP 고객이다. VIP 고객은 보통 100만 홍콩달러(약 1억4162만원) 이상의 칩을 사 룸에서 도박을 한다. 과거 고위 공무원, 국영기업 임원, 사기업 경영진 등 중국 정·재계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중국 당국이 강력한 부패 단속에 나선 후 마카오행을 꺼리고 있다. 실제 올 3분기 마카오 도박산업 매출에서 중국인 VIP의 비중은 5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마카오 카지노의 바카라 VIP룸 수입은 올 1분기 651억 파타카(약 8조4000억원), 2분기 546억 파타카(약 7조400억원), 3분기 468억 파타카(약 6조2700억원)로 급락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중국 최대 신용카드인 인롄(銀聯)의 마카오 내 사용 한도까지 제한했다.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지만, 마카오 정부가 열 수 있는 돌파구는 별로 없다. 카지노가 마카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시일 내에 1인당 GDP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가격과 물가도 폭등했다. 이에 서민들의 불만이 드높아 도박산업이 침체에 빠지면 마카오는 엄청난 사회 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 대륙에서 몰아닥친 나비효과에 몸살을 앓고 있는 마카오, 어떤 식으로 활로를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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