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든 전세든 취업이랑 무슨 상관?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12.22 1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랜드 자회사 입사지원서에 ‘자가 여부 항목’ 논란

최근 신입사원 공개채용 모집을 한 이랜드 리테일이 입사지원서 항목에 자신이 사는 집이 자가(自家)인지 전세인지 등의 질문을 넣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파가 몰아치는 취업 시장에서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취업준비생 ㄱ씨는 얼마 전 2014년 이랜드 리테일 공채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다른 기업 지원서에는 없는 이상한 항목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주거 형태를 묻는 질문에 자가인지, 전세인지, 또는 친척집인지 등을 묻는 항목이 있었다. 과거 일부 학교에서 실시했던 주거 형태에 대한 질문이 2014년 입사지원서에 버젓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등에 따라 대다수 기업이 주거 형태에 대한 질문을 자체적으로 폐기했지만 이랜드 리테일의 입사지원서에는 그대로 있었다. ㄱ씨는 “주거와 관련한 내용 외에도 이랜드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직급이 어떻게 되고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등의 질문도 있었다.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했지만 마음이 씁쓸했다”고 밝혔다.

이랜드 비정규직 마트 직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제공
입사지원서에 이런 질문을 넣은 의도는 무엇일까. 이랜드 측 관계자는 “주거 형태와 관련한 질문은 과거부터 관례적으로 있던 항목이 포함됐던 것이고 내년부터는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권력층 인맥’ 묻는 기업도 있어

입사지원서에 대한 질문 논란은 이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했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중 89.8%가 입사지원서 작성 시 불쾌한 질문이 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가족의 재산을 묻는 등 업무와 상관없다고 생각되는 개인 사항에 대한 질문에 불쾌함을 느꼈고,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답변이 78.9%에 달했다.

한국 기업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들이 선진국에서는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용평등위원회(EEOC) 표준 가이드라인을 통해 서류심사 시에는 능력 판단을 위해 필요한 정보만을 취득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특히 장애 여부와 같은 질문은 아예 금지되어 있다. 국내 취업준비생들은 당연하다는 듯 작성하는 키·몸무게 등도 외국에서는 아예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어떤 기업은 권력층에 대한 인맥을 묻기도 했다는데, 그런 것들과 더불어 자신이 세입자인지 아닌지 여부 등이 업무와 무슨 연관성이 있겠나. 이런 민감한 사적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구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총괄과 최영균 과장은 “(입사지원 등) 관련 문제들에 대해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향후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관련 기관에 권고 조치 등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