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 일본·이란을 토벌하라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1.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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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2015 AFC 아시안컵 출전… 숙원 풀 수 있을지 주목

2014년 한국 축구는 급제동이 걸렸다. ‘2002년의 영웅’ 홍명보가 감독으로 이끈 축구 국가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한국 축구는 죽었다’고 분노한 팬도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7년 만에 외국인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새롭게 거듭난 대표팀의 명예회복 무대는 1월9일부터 31일까지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고 있지만 정작 아시안컵 우승과는 오랜 시간 거리를 뒀던 대표팀은 진정한 아시아 최강이 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반세기의 숙원, 아시아 정상 노린다

아시안컵은 한국에 좌절의 무대다. 1956년 홍콩에서 열린 1회 대회와 1960년 홈인 한국에서 열린 2회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한 이후 반세기 넘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나마도 당시는 4개국이 참가하던 미니 대회였다. 이후에는 준우승과 3위가 각각 세 차례다. 1990년대 이후 여섯 번의 대회에서는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라이벌 일본이 네 차례 우승하며 아시아 최강으로 인정받은 것과는 대조된다.

2015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4년 12월30일 호주 시드니 매쿼리 대학교 스포츠필드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이 무려 55년 동안 정상 등극에 실패한 것은 아시안컵에 대한 경시 풍조가 가장 큰 이유다. 아시안컵보다는 같은 해에 열리는 올림픽(2007년 대회부터 AFC가 시기 조정)을 더 중시했다. 아시안컵은 아시안게임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았다. 축구계에서는 월드컵 다음으로 대륙별 챔피언십이 인정을 받지만 한국만 반대였다. 1992년 대한축구협회는 실업팀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을 내보냈다가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최근 아시안컵의 위상은 전보다 훨씬 올라갔다. 아시아 대륙의 최강자를 가릴 뿐 아니라 그 파장이 월드컵까지 이어진다. 특히 FIFA 랭킹 관리 면에서 중요성이 커졌다. FIFA 랭킹을 결정하는 포인트 산정에는 상대의 수준을 따지는 상대팀 계수, 대륙 간 계수, 그리고 대회 계수가 크게 작용한다. 아시안컵의 경우 계수가 3으로 1인 친선전, 2.5인 월드컵 예선보다 높다. 아시안컵보다 대회 계수가 높은 것은 4인 월드컵 본선뿐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친선전에서 독일·브라질을 꺾는 것보다 아시안컵 본선에서 일본·이란·호주를 이기는 것이 FIFA 랭킹 포인트 획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우승 가능성이 큰 아시안컵 본선에서 6승을 챙길 때 쌓을 수 있는 포인트는 세계 최상급 팀을 상대로 2년간 A매치에서 모두 승리한 결과와 맞먹는다. 게다가 아시안컵 우승은 컨페더레이션스컵 참가로 이어진다. 월드컵이 열리기 1년 전 개최국에서 세계적인 팀과 맞붙으며 쌓을 수 있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현재 한국은 FIFA 랭킹 69위로 역대 최저다. 랭킹 관리 면에서도 아시안컵 우승은 절실하다.

2014년 11월16일 열린 ‘AFC 아시안컵 진품 트로피’ 공개 행사에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안정환 해설위원이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명성·실적 대신 의욕·컨디션 택한 슈틸리케 감독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22일 아시안컵 출전 선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10월부터 이어진 평가전을 통해 체크한 선수와 12월 제주도에서 실시한 합숙훈련에서 뽑은 새 선수 중 23명을 추렸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공격진이었다. 이동국·김신욱·박주영의 이름이 없었다. 지난 10년간 대표팀 공격진을 책임졌던 스트라이커 3인방이 모두 빠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름값과 실적보다는 열정과 컨디션에 더 높은 점수와 믿음을 줬다. 그는 A매치 경험이 전무하고 K리그에서도 무명에 가까웠던 이정협을 깜짝 발탁했다. 현재 대표팀이 바라는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고 신예로서 의욕이 넘친다는 이유에서다. 이동국·박주영·김신욱이 빠지면서 공격진의 무게는 급감했다. 이동국과 박주영이 A매치에서 기록한 골은 총 57골로 이번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든 선수가 기록한 총합인 66골에 육박한다.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것은 19골의 이근호, 그다음이 13골의 구자철이다.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둘뿐이다. 역대 가장 저조한 득점력의 공격진을 이끌고 아시안컵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근호·조영철·이정협으로 구성된 전방 공격진의 무게감 부족은 2선 공격이 대신해야 한다. 현재 가장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는 손흥민을 필두로 이청용·구자철·남태희·김민우·이명주·한교원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구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 2연전 당시 손흥민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보여줬다. 제로톱 전술의 총아로 꼽히는 남태희·김민우·조영철 등의 활약도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로톱 전술을 공격의 제1 옵션으로 정한 상태다.

월드컵 실패를 경험한 대표팀 선수의 의욕은 큰 힘이 된다. 기성용·이청용·구자철은 아시안컵 우승으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하고 강하게 나타냈다. 다시 대표팀에 돌아온 차두리는 팀 내 최고참으로서 분위기를 주도할 선수다. 월드컵 당시 안정감을 책임져야 하는 베테랑 부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한 만큼 차두리의 역할은 크다. 남태희·김진현·장현수 등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새로 중용되고 있는 선수도 더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려고 한다. 박주영을 대신해 뽑힌 깜짝 카드인 이정협은 스타 등극을 꿈꾼다. K리그에서 2년간 6골을 넣는 데 그쳤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의 적극성과 의욕을 높이 샀다. 최전방 공격진 중 유일한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이정협이 슈틸리케 감독의 도박을 성공으로 만들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은 우승으로 가기 위해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를 넘어서야 한다. 첫 관문은 조별리그 통과다. 개최국 호주를 포함해 오만, 쿠웨이트와 A조에 속한 한국은 개막전 다음 날인 1월10일 캔버라에서 오만과 1차전을 치른다. 최근 중동의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오만은 FIFA 랭킹 93위, 아시아 순위로는 7위다. 2009년 자국에서 열린 걸프컵에서 우승했고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선전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아시안컵 참가는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선 두 대회에선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에 오만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상대 전적에서 3승 1패로 앞서 있지만 유일한 패배가 바로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을 경질시킨 2004년 아시안컵 예선 도중의 오만 쇼크(1-3 패)였다. 현재 오만 대표팀은 리옹의 전성기를 열었던 프랑스 출신의 폴 르갱 감독이 이끌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골키퍼인 알리 알 합시(위건)의 벽을 뚫는 것이 관건이다.

죽음의 조 피했지만 방심은 금물

오만전 사흘 뒤 캔버라에서 치르는 2차전 상대는 쿠웨이트다. 쿠웨이트는 1980~90년대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버거워했던 천적이다. 1980년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완패(0-3)한 후 2000년 아시안컵까지 트라우마가 이어졌다. 자셈 알 후와이디라는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를 앞세워 각종 대회에서 한국을 괴롭혔다. 2004년 아시안컵에서 거둔 대승(4-0) 이후 쿠웨이트 징크스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전까지는 5승 3무 4패로 호각세였지만 2004년부터는 한국이 4승 1무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알 후와이디 은퇴 후 쿠웨이트는 중동의 강호에서 밀려난 상태다. FIFA 랭킹 124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북한 다음으로 순위가 낮다. 주요 선수는 노장 왈리드 알리(에스테그랄)와 바데르 알 무트와(알 나스르)로 대다수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 뛰고 있다.

1월17일 브리즈번에서 만나는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개최국 호주다. 대다수 전문가가 A조 1위 자리를 놓고 한국과 호주가 경합할 것으로 전망한다. 호주는 FIFA 랭킹 100위로 한국보다 순위가 낮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시드를 배정받았다. 상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6승 10무 8패로 밀리지만 대부분의 패배는 호주가 사실상 유럽처럼 인식되던 1960~70년대의 일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이 3승 2무 1패로 앞서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3전 전패로 탈락했다. 마크 비두카, 해리 키웰 등 전성기를 이끈 스타가 은퇴했다. 베테랑 공격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을 중심으로 마일 제디낙(크리스탈팰리스), 로비 크루제(레버쿠젠)가 팀을 떠받친다. 호주는 지난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최국 이점을 살려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이 A조 1위나 2위를 기록해 8강에 오르면 B조 팀을 만난다. B조는 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중국·북한이 속한 죽음의 조지만 모두 한국이 자신 있는 상대다. 오만과 쿠웨이트를 꺾고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해 체력적 우위를 누리는 게 필요하다. 4강에서는 C조에 있는 이란, D조에 있는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마지막으로 결승에 진출한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늘 4강에서 막혔다. 일본을 만나든, 이란을 만나든 4강 징크스를 뚫어야만 우승도 가까워진다. 결승전은 1월31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다.

 


손흥민·기성용·혼다·케이힐… 
아시아 최고 은?


아시아 축구는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단 한 팀도 1승을 거두지 못하며 다시 한 번 축구의 변방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역대 어느 시기보다 많은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누가 아시아 최고의 별인지를 가리게 된다. 현재 유럽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 중 가장 각광을 받는 이는 손흥민(레버쿠젠)이다. 1992년생에 불과하지만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일 골을 넣으며 이적료 3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에서 활약 중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아시아 선수는 기성용과 호주의 마일 제디낙(크리스탈팰리스)뿐이다. 일본은 에이스인 혼다 게이스케(AC 밀란)에 기대를 건다. 2014년 러시아 무대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에 입성한 혼다는 밀란에서 계속 뛰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실패한 뒤 친정팀 도르트문트로 복귀한 가가와 신지도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벼른다. 개최국 호주는 미국 MLS에서 뛰는 베테랑 공격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이 축이다. 월드컵에서도 멋진 골을 터뜨리며 명성을 확인시켜줬다.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이란은 주장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을 앞세운다.

 

아시안컵 대표팀 명단

GK: 김승규(울산현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정성룡(수원삼성)

DF: 곽태휘(알 힐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광저우 푸리), 김주영(FC서울), 박주호(마인츠05), 김진수(호펜하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차두리(FC서울)

MF: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손흥민(바이엘 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05), 한국영(카타르SC), 이명주(알 아인), 남태희(레퀴야SC), 한교원(전북현대), 김민우(사간 토스)

FW: 이근호(엘 자이시), 조영철(카타르SC), 이정협(상주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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