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호 특수수사 싱거웠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1.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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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수사 외 별 성과 없어…“가이드라인 충실” 비판도

1월 말부터 시작되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임기 2년째로 접어든 김진태 검찰총장으로선 사실상 마지막 인사인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검사장급 이상 정기인사는 매년 1월에 하고, 1월 말부터 2월 초에는 차·부장 검사급 인사가 이어지며, 2월 중순에는 평검사 정기인사가 이뤄진다. 올해 인사는 법무부의 업무보고가 있는 1월20일 이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간부 인사가 시작되면 당장 수사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종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비롯해 첨단범죄수사부·금융조세조사부 등 실질적인 검찰 특별수사는 김진태호의 지난 1년간의 성적표이자 향후 검찰의 방향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시사저널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다루고 있는 특별수사 사건을 들여다봤다. 확인 결과, 청와대에서 강력한 의지를 밝혔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외에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특수수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부가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청사 10~12층에 불이 켜져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관심 사항 ‘관피아 척결’ 올인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는 이른바 ‘관피아 척결’에 집중되고 있다. 관피아 척결 1호로, 특수1부가 공을 들인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가 대표적이다. 특수1부는 지난해 5월21일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어 관피아 척결 방안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철도시설공단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시작으로 레일 체결 장치 공급업체 로비 사건,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 궤도(PST) 독점 납품 로비 사건, 호남고속철 궤도공사 현장 로비 사건, 호남고속철 궤도공사 입찰 담합 사건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모두 기소했다. 현역 의원으로는 송광호·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이 기소됐으며,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1심에서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관피아 척결 연장선에 있는 다른 사건으로는 고속도로 터널공사 기성금 편취 사건, 통영함 및 소해함 납품 비리 사건, 제주관광공사 사장 금품 수수 사건, 테라텔레콤 대표이사 횡령 사건, 한국전파기지국 사건, 대보정보통신 비자금 조성 사건, 한전 자회사 임직원 금품 수수 사건 등이 있다. 이 중 대보정보통신 건의 경우 육군 군인아파트 건설 수주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에게 수억 원의 돈이 넘어간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외의 관급공사에서도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자금이 건너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시사저널 2014년 11월20일자 ‘50억 비자금 누구 손에 들어갔나’ 기사 참조).

특별수사의 또 다른 축인 대기업 비리 수사는 사실상 맥이 끊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김진태 총장 체제와 그 이전 채동욱 총장 체제에서의 수사를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위쪽 표 참조). 김진태호 출범 후 대기업 수사로는 동양그룹 수사(동양그룹 CP 발행 사기 사건, 동양그룹 시세 조종 사건)와 STX그룹 강덕수 회장 비리 사건, 롯데홈쇼핑 횡령 및 납품 비리 사건 정도다. 그 외 CJ그룹 이재현 회장 비리 사건,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비리 사건, KT&G 대표이사 배임 사건, 셀트리온 주가 조작 사건, 박영우 대유신소재·스마트저축은행 사건, 웅진그룹 CP 사기 사건 등은 전임 채동욱 총장 때 진행했던 수사를 인계받은 것이다. STX 사건의 경우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이 문제가 되자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물타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재벌 총수 봐주기 논란도 일었다. 신세계 비자금 조성 의혹 내사 사건, 동부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길게는 2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시사저널 1월4일자 ‘검찰, 김준기 비자금 수사’ 기사 참조).  

대기업 수사 맥 끊겨…기획수사 논란도

정치검찰 논란을 일으킨 사건도 상당수다. 대표적인 것이 특수2부에서 진행했던 직업학교 명칭 개정 입법 로비 사건이다. 야당에서는 박상은(정치자금법 위반)·조현룡(철도 민관 유착 비리) 등 여당 의원들의 소환 일정에 맞춰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소환 통보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검찰이 유병언 일가 수사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사정 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입법 로비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도 일었다. 최근에는 이른바 ‘정윤회 파동’에서 특수2부가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부분을 맡으면서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월 첫 정기인사에서 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을 법무부·대검 등 기획 부서로 발령하던 관행을 깨고 29명 가운데 26명을 지방으로 보내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른바 ‘하방 인사’다. 특히 대형 비리 사건을 맡았던 특수부장들은 대부분 지방 형사부장으로 옮겨갔다. 회전문 인사를 없앴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특수수사가 퇴조했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이번 인사를 통해 어떤 인물이 특수부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김진태호에 대한 평가와 후반기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개혁 의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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