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넥센 서로 “뚜껑 열리겠네”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5.01.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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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고척동 돔구장 입주 문제로 옥신각신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 ‘고척동 돔구장’이 천덕꾸러기 신세다. 애초 서울 고척동 돔구장 입주가 유력했던 넥센은 1월 초 기자와의 만남에서 “공개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 현재는 돔구장 입주와 관련해 모든 연구를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넥센의 핵심 관계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서울시와의 신뢰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우리 구단이 고척동 돔구장으로 홈구장을 옮길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넥센마저 입주를 거절한다면 2600억원이 소요된 고척동 돔구장은 세계 최초의 아마 야구 전용 돔구장이자 야구보다 공연이 더 많은 곳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확정하며 야구계의 반발을 고려해 대체 야구장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대체 야구장을 지을 만한 장소가 태부족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서울시 행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서울은 운동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부지가 거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동양공업전문대 앞, 지금의 구로구 고척동 돔구장 부지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당시는 돔구장이 아니라 일반 야구장 건설을 계획했다”며 “구로구에서 서울시의 야구장 건설을 용인하는 대신 서울시에 야구장 부지 내 디지털 문화센터와 공연장 건설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야구장 건설에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돔구장 공사 현장. ⓒ 시사저널 최준필
고척동 야구장은 어떻게 돔구장이 됐나

그렇다고 암초가 모두 제거된 건 아니었다. 이 인사는 “야구장 부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서 소음과 조명으로 인한 민원 발생 소지가 다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구장 건너편의 천변도로에 타구가 떨어지면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일반 야외 구장은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퍼졌다”고 밝혔다. 그는 “돔구장 주변 도로는 서울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상습 정체 구간이다. 거기에 야구장을 지어도 되나 하는 게 많은 이의 생각이었다. 어떻게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엔 야구장을 제대로 지을 돈도 부족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동북지역 수변 개발 사업까지 하며 서울시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고척동 야구장 기본 설계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카이박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식 첨단 시설이 대부분 빠졌다. 한마디로 구색만 갖춘 야구장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아이디어로 등장한 게 하프 돔이었다. 대한야구협회의 핵심 관계자는 “서울시가 향후 문제가 될 민원을 막고자 하프 돔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그즈음 변수가 발생했다. 협회의 핵심 관계자는 “하프 돔 건설 논의가 진행될 즈음 건설사 측에서도 ‘좀 손해를 보더라도 400억원만 추가하면 돔을 성공적으로 지을 수 있다’고 자신해 일반 야외 구장에서 하프 돔, 하프 돔에서 돔구장으로 전격 설계가 변경됐다”고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도 논의 차원이지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2009년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갑자기 서울시에서 돔구장 착공 행사를 벌여 고척동 돔구장이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고척동 돔구장은 건설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7년 서울시가 야구장 건설을 계획했을 당시 최초 건설비는 529억원이었다.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짓기엔 적절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야외 구장이 프로도 사용할 수 있는 돔구장으로 변경되면서 그보다 5배나 많은 2713억원으로 건설비가 불어났다.

서울시는 최신식 돔구장 건설을 내세우며 프로 구단 입주를 독려했지만 LG와 두산 그리고 넥센은 내부 시설 미비와 접근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다. 서울시가 대대적인 보강공사로 편의시설 확충과 교통시설 정비에 나서며 고척동 돔구장은 진일보했지만 프로 구단들은 입주를 거절했다.

그러다 2013년 11월 넥센이 고척동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외부 용역업체에 실사를 의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돔구장의 주인은 넥센이 되는 듯했다. 당시 넥센 최고위층은 “결정된 건 없다. 서울시가 적극적이라 돔구장 활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비공개를 전제로 “서울시가 돔구장 장기 임대와 네이밍 라이트권까지 줄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 서울시는 각계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넥센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프로 스포츠와 스포츠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담당 체육진흥과장과 디자인본부장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며 넥센의 돔구장 입주는 가시화됐다. 프로 팀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구장을 만들려고 서울시가 39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자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악조건 속에서 돔구장 들어갈 이유 없다”

서울시와 넥센의 원활했던 소통은 지난해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넥센 측은 “지난해 4월 서울시에서 갑자기 공문을 보내 ‘돔구장 운영과 관련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과 함께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라. 그 결과를 보고 돔구장 운영권을 공단에 줄지, 넥센에 줄지 결정하겠다’고 갑자기 공단과 우릴 라이벌로 만들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넥센은 서울시의 프레젠테이션 참여를 거절했고, 서울시는 공단만의 의견을 취합해 그해 8월 서울시장 보고용으로 ‘서남권 돔구장 운영 관련 집중회의 2차 자료’를 만들었다. 이 자료는 대부분 공단 측 의견을 반영한 탓인지 공단이 돔구장 운영주체가 돼야 하는 당위성으로 가득 차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 번이나 프레젠테이션 참여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한 건 넥센이다. 집중회의 2차 자료에 넥센 측 의견이 빠진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술 더 떠 이창학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지금껏 넥센이 내게 연락해온 적이 없다”며 넥센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금 상황이라면 고척동 돔구장은 공단 측이 운영 주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넥센은 서울시에 보낸 수차례의 대화 촉구 공문을 보여주며 “우리는 끊임없이 서울시에 대화 촉구를 요구했다. 그때마다 서울시에선 연락이 없었다. 왜 디자인본부장은 우리 측에 직접 연락하지 않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넥센은 “조만간 명확한 입장을 밝힐 때가 올 것이다. 우리가 먼저 돔구장 입주를 원한 적이 없는 만큼 서울시가 함부로 ‘넥센이 와야 하니, 마니’ 하고 언급할 필요도 없고, 우리가 악조건 속에서 돔구장에 들어갈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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