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뜬다는데 여의도가 잠잠하다
  • 윤희웅│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 ()
  • 승인 2015.01.21 13: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보적 신당 성공 가능성은…대중성 있는 얼굴 부재로 이목 못 끌어

제1야당 전당대회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진보적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모임’의 움직임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를 선택하는 전당대회가 진행 중임에도 국민모임의 보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의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탈당해 합류함으로써 주목도가 부쩍 높아졌다. 언론을 통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 국민모임 인사들의 홍보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모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지난해 말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모임이 창당될 경우 지지율이 18.7%가 나온다는 결과였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1.1%였으니 단순 수치상 제1야당의 위상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또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37.5%가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을 보여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제법 높게 형성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사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특이한 게 아니다. 현 정당에 대한 불신과 이를 변화시킬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는 바람과 요구는 늘 존재해왔다. 대중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재의 정당 체제에 무언가 충격을 줄 수 있는 시도에 대해 대중은 일단 기대를 드러낸다. 정치의 역할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 갈등을 증폭시켜왔다고 여겨지면서 기성 정치 영역에 대한 반감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의 출현에 대한 강한 요구도 상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1월11일 탈당 선언과 함께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에 참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심판 선거 국면에서 최대 수혜자는 제1야당

국민모임은 진보적 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신당의 좌표도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중간이 아니라 새정치연합보다 더 왼쪽으로 설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계파 갈등, 혁신 부재, 노선 갈등 및 선명성 부족 등으로 야권 성향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선명한 진보적 깃발을 들 경우 빠르게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특히 ‘종북’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고 노동 문제를 강조함으로써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지지 정당을 찾지 못한 노동조합 등의 세력과도 연대해 세를 키우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국민모임의 정식 명칭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다. 여기에는 김세균 교수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영화감독 정지영씨, 명진 스님 등 각계 명망가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랫동안 진보 진영에서 목소리를 내오던 시민사회계 진보적 성향 인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진정성은 인정되고 있고,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전국적 조직 체계를 갖고 있으면서 노선도 유사한 정의당과 결합되고,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이후 패배한 측의 집단적 이동이 더해진다면 국민모임의 신당은 조기에 제1야당과 견줄 수 있는 존재감과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야말로 야권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장밋빛 시나리오를 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모임의 앞날이 결코 레드카펫은 아니다. 비포장도로, 아니 아예 없던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도 헤매야 하는 것이 정치 영역의 일반적 현상인데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국민모임의 앞날이 밝다고만 보기 어렵다. 또 새로운 신당이 필요하다는 대중 요구의 존재가 신당 성공의 충분조건을 채워주는 것도 아니다. 역대 제3정당의 기대가 가장 높게 반영되었던 ‘안철수 신당’도 대선 전과 후 모두 기회를 살리지 못했는데, 이는 안철수 의원 개인의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당의 성공을 제약하게 될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무엇보다 표밭이라고 할 수 있는 야권 성향층의 특성이다. 야권 성향층도 새정치연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지만, 큰 선거에서 야당을 떠나지 않는 것은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성향층 상당수에게 야당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여당 견제를 위한 도구인 것이다. 대통령 임기 4년 차에 치러지는 다음 총선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야권 내에서 몸집이 가장 커서 심판 도구가 되기 수월한 제1야당이 수혜를 얻기 쉽다. 심판 선거의 국면에서 신생 정당이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야권의 선거 성적표를 보면, 제1야당이 잘못한다고 해서 진보 군소 정당이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성과를 내거나 함께 쪼그라들거나를 반복했다. 제1야당의 무능과 무기력이 야권 내 진보적 정당의 부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야권 성향층이 야권 내 정당들을 한 묶음으로 보는 경향이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동영 전 고문만으론 어필 어려워

다음으로, 현직 의원들의 이동 제약에 문제가 있다. 현역 의원들이 없는 정당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기가 어렵다. 만약 야권에서 두 개의 정당이 경쟁할 경우 지역구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호남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야권표 분산 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이 당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국민모임으로 쉽게 가지 못하는 이유다. 의원들의 제1의 목적함수는 언제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과 국민모임으로의 이동에 대해 새정치연합에서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은 현역 의원들의 동조 이탈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셋째, 대중성 있는 대표 얼굴의 부재다. 정동영 전 고문이 전직 대선 주자이기는 하지만 대중을 움직이는 힘은 남아 있지 않다. 다음 대선에서 가능성이 일정 부분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당에서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대중은 인물로 그 정당을 기억한다. 정강정책이 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국민모임의 신당 추진은 그 자체로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야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원심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야권 전체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우는 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안개가 더욱 짙어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