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먹튀’ 책임자들 지금도 관여하고 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3.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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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 차관·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등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담당 논란

“또 론스타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툭툭 불거지는 뉴스가 론스타 사태다. 이미 끝난 사건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론스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2015년 1월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400억원의 배상금을 건네줬다. 2월에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전 공동대표가 론스타로부터 8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수조 원을 더 내놓으라며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진행 중이다. 

‘8억 뒷돈 거래 사건’이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장 대표가 대표적인 ‘론스타 저격수’였기 때문이다. 장화식 전 공동대표는 2004년 투기자본감시센터를 설립해 론스타를 고발한 이후 6년 동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을 꾸준히 비판했다. 그러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법정 구속되자 장 전 대표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유 전 대표에게 더 이상의 가혹한 처벌과 제재가 가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탄원서는 돈을 받은 대가였다. ‘비난 행위를 중단하고 탄원서를 제출해주는 명목’으로 8억원을 받은 장 전 대표는 가상 계좌로 돈을 건네받은 지 40분 만에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 조사에서 장 전 대표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이름을 거론했다.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변호를 맡은 로펌의 변호사였던 조 전 비서관이 8억원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중개인 역할을 했다는 취지였다.

이 사건은 잊혀져가던 론스타 사태와, 그와 관련된 정·재계 핵심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2003년 이래 10년 넘게 한국과 끈질긴 악연을 지속해오고 있는 론스타. 3년 전 이미 한국을 떠난 론스타가 왜 아직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론스타는 미국계 사모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텍사스 주의 별칭인 외로운 별(lone star)이 모티브가 돼 회사명이 정해졌다. 텍사스 부호들의 재산을 관리하던 존 그레이켄이 만든 펀드로, 주로 부동산 거래를 했다. 1995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에는 금융기관이 파는 부실 채권을 싼값에 인수해 판 뒤 차익을 올리는 구조조정 펀드에 주력했다. 동아시아로 본격 진출한 론스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회로 잡았다. 한국과 이중과세방지 조약이 체결된 벨기에에 설립한 ‘스타홀딩스’를 통해 서울 역삼동에 있는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매입했다. 이를 매각해 2450억원이라는 거액의 시세 차익을 남긴 론스타가 다음 타깃으로 노린 것은 은행이었다. 1998년부터 은행의 부실 채권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론스타는 2002년 서울은행 매입을 시도했지만 하나금융지주에 밀려 실패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큰 시나리오는 2003년 7월 조선호텔에서 열린 일명 ‘10인 비밀 대책회의’에서 구상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대책을 세우기 위한 회의였다.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국장,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국장, 주형환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이달용 외환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은행은 금융자본만이 인수가 가능했다. 그러나 론스타는 부동산 사업 등을 하는 ‘산업자본’이었다. 과거에는 ‘부실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산업자본이 인수할 수 있다’는 예외 사유가 있었으나, 2002년 개정된 은행법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이 명시됐다. 그 개정을 주도했던 사람이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이었던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 연합뉴스
외환은행, 론스타에 배상금 400억 건네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직에 있었고,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국제금융국장으로 있었다. 주형환 차관의 후임 은행제도과장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ISD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꾸린 TF(태스크포스)팀에도 참여했다. 론스타와의 소송에 대응해야 할 책임자들이 당시 론스타의 부적격성을 묵인한 재경부 관료들이었던 셈이다.

외환은행은 부실했지만 법적으로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대책 회의를 통해 ‘부실 금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내놓음으로써 론스타라는 산업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최대한 산업자본이 아닌 것처럼 하기 위해 론스타의 중요한 산업자본 계열사를 누락시켰다. 당시 론스타는 이미 일본에서 골프장과 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었고 국내에도 스타타워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론스타는 승인신청서에 국내에 있던 극동건설만 산업자본으로 표기했고, 결국 금융감독위원회는 승인을 내줬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해 투자금 1조3800억원의 3배 이상인 4조660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2003년 국내 카드회사들이 위기를 맞자 외환카드 역시 흔들렸다. 이미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외환카드도 떠안아야 했는데, 흡수 합병을 위해서는 외환카드의 2대 주주인 올림푸스캐피탈에서 갖고 있는 주식을 사들여야 했다. 그래서 론스타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자설(자본을 줄인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로 인해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식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향후 드러났다. 합병 후 외환카드에 있던 노동자 상당수가 해고됐고, 그중 한 명이 장화식 전 대표다.

장 전 대표는 해고 반대 투쟁을 하다가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했다’는 내용을 입수해 검찰에 고발했다. 2011년 대법원에서 “외환은행은 무죄지만 론스타에 대해서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이 이뤄졌다. 장장 10년 만의 판결이었고 당시 판결을 내린 주심이 안대희 대법관이다. 이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장 전 대표는 8억원을 받아냈다. 그리고 이때 무죄 판결을 받은 외환은행이, 유죄 판결을 받아 거액을 배상한 론스타에 400억원을 다시 내주는 사태가 이번에 일어난 것이다.

은행 경영을 할 생각이 없었던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가치를 높여 매각하겠다는 구상을 했다. 2007년 외환은행이 이익을 내기 시작할 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론스타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론스타에 정권 차원의 돈이나 대북 송금 자금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에 앞장섰던 인사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당시 ‘외환은행의 실제 주인이 론스타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하던 최경환 부총리가 앞으로 론스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2011년 금융자본 판정받고 빠져나가

국회에서는 헐값 매각에 관련된 사람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외환은행 매각 비리 사건과 함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2006년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이를 발표했다. ‘재경부가 론스타와 유착해 외환은행 자산을 저평가하고 부실 규모를 부풀려 낮은 가격에 매각한 점이 부당했고, 감자설로 인해 불법 이익을 얻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원 역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예외 승인의 근거 조항이 은행법에 없고,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매각되도록 금감위가 승인한 사실을 확인해 발표했다.

검찰도 감사원도 문제를 인정했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14년 2월이 돼서야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드러났다. 론스타가 떠날 때쯤 뒤늦게 실시한 적격성 심사에서 2008년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에 ‘일본의 호텔과 골프장이 론스타 소유가 맞다’는 것을 인정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감독 당국은 이 결과를 제출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골프장과 호텔을 적격성 심사에서 제외함으로써 론스타가 ‘먹튀’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1년 론스타는 ‘금융자본’ 판정을 받고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후 한국을 빠져나갔다.

참여연대는 2월19일 진동수·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권혁세 전 부위원장, 최훈·김근익·성대규 전 은행과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묵인했거나 허위로 발표해 ‘론스타 사태’가 일어나도록 한 장본인들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 측은 “진 전 위원장은 2008년 9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석동 전 위원장은 2011년 3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발표함으로써 론스타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2012년 제기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론스타는 이 소송을 통해 한국 정부가 2007년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2조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금액은 43억 달러(4조7000억원), 그동안 론스타가 한국에서 올린 수익과 비슷한 규모다. 소송비용 역시 수백억 원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소송에 대해 금융 감독 당국은 “공식적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론스타와 정부가 ISD 소송 중이라 정책 당국자가 언급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ISD 소송은 또다시 국부가 걸린 문제이고, 나아가 국민의 조세가 걸린 문제다. 당시 이 문제에 엉망으로 대응했던 사람들이 지금도 핵심 관료로 있으면서 ISD를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 연합뉴스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매입한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론스타는 론스타가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2000년대 초반부터 얽히고설켰다. 2002년 서울은행 인수전 경쟁자로 만나면서다. 당시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서울은행은 김승유 회장 품으로 들어갔다. 절치부심한 론스타가 다음 제물로 찍은 게 바로 외환은행이다.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은 2012년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라고 주장하던 하나금융에 다시 매각됐다.

하나고등학교의 후원 모금 현황에도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끈이 드러난다. 2012년 4월 하나고 후원자 명단 중 기부금액이 비공개된 내역은 5건. 이 중 2건이 론스타 경영진 엘리스 쇼트와 존 그레이켄의 후원이다. 2012년 2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매매대금을 입금한 지 두 달 만이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하나고가 4월에 50명으로부터 기부받은 금액이 1억5000만원이고 공개된 금액이 2000만원이다. 비공개로 기부한 법인과 김종열 전 하나은행장, 나머지 개인 기부자가 수천만 원을 기부했다고 보더라도 론스타 측이 1억원 정도를 기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으로 론스타가 배상한 금액의 절반인 430억원을 론스타에 물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의 ‘이면 합의’ 의혹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 판정을 바로 받아들였고, 이미 론스타가 지급한 배상금 절반을 내준 것을 볼 때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사전에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2월12일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중요 사안을 결의 안건으로 회부하지 않고 거액의 구상금을 서둘러 지급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외환은행을 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과 형법상 업무상 배임, 은행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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